명절 분위기는 가득한데, 정작 먹을 가족이 없네요
지난번에 1985년 추석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어요.
그때는 연애 중이던 지금의 남편을 따라 아무것도 모르고 남편 집에 가서 명절을 함께 보냈습니다.
그 인연으로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키우며 어느새 손주를 기다리는 할머니가 되었네요.
참 세월이 빠르지요.ㅎㅎ
이번 추석은 예전과는 조금 다릅니다.
딸은 오늘 제왕절개를 하고 산부인과에 입원 중이라 이번 추석에는 친정에 올 수 없고, 아들은 오전에 전화를 해서는 갑자기 여행을 가자고 하네요.
원래도 이번 추석에는 집에서 음식 장만을 하지 않고 가족들과 밖에 나가 식사를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제 마음과 집안 분위기는 이미 완전히 명절입니다.ㅎㅎ
며칠 전 사위가
“추석에 가족들과 맛있게 드세요.” 하면서 소고기 세트를 보내왔고,
지인은 강원도 옥수수 한 박스를 보내주었고,
동생은 다양한 양갱을 보내왔고,
조카는 과일 세트까지 보내왔어요.
냉장고가 정말 한가득입니다.
그런데 저는 또 뭘 했느냐 하면요.
홈쇼핑을 보다가 후라이팬 세트까지 샀습니다.
음식 맛있게 해주겠다고요.ㅠㅠ
이렇게 집안에는 추석 음식이며 선물이며 명절 분위기가 가득한데,
정작 그 음식을 함께 먹을 가족들이 집에 모이지 않네요.
아들은 여행을 가자고 하고,
딸은 산부인과에 입원 중이고…
물론 가족들이 건강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편안하게 추석을 보내는 것이 가장 감사한 일이지요.
머리로는 너무 잘 압니다.
그런데 마음은 참 묘합니다.
예전에는 명절이면
“이번에는 뭘 해 먹이지?”
“누가 몇 시에 오지?”
하면서 며칠 전부터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했는데,
이제는 음식보다 가족들의 일정이 먼저가 되고,
한자리에 모이는 것보다 각자의 편안함이 더 중요해지는 것 같아요.
아들이 엄마 힘들까 봐 여행을 가자고 하는 것도 고맙고,
딸이 산부인과에서 아기와 함께 잘 회복하고 있는 것도 감사한데,
이렇게 명절 선물들이 하나둘 도착하고 냉장고가 가득 차 있는 걸 보니
괜히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집니다.
'이 많은 걸 누구랑 먹지?' 하는 생각도 들고요.ㅎㅎ
그래서 옥수수는 반 박스 덜어 언니네 주려고 따로 싸두었네요.
소고기는 아무래도 좀 비싼 거니까 아들네에 조금 싸 보내고, 나머지는 제가 맛있게 냠냠 먹으려고요.ㅎㅎ
그리고 동생이 보내준 양갱과 조카가 보내준 과일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나눔하려고 따로 챙겨두었습니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으며 따뜻한 추석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요.
어쩌면 이것도 엄마의 마음인가 봅니다.
가족들이 먹을 생각에 이것저것 준비해놓고는
막상 가족들이 각자의 자리로 흩어지고 나면
조금 서운하고 허전한 마음이 드는 것.
예전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사람이 모이지 않는 것이 또 아쉽네요.
그래도 이번 추석은 아들이 가자는 여행도 함께 가보고,
밖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딸에게는 “엄마 걱정하지 말고 병원에서 몸조리 잘하고 아기와 푹 쉬어”라고 말해주려고 합니다.
그리고 냉장고 가득한 소고기와 과일, 옥수수와 양갱은
가족들과 이웃들, 그리고 저소득층 아이들과 나누며 천천히 잘 먹으면 되겠지요.
후라이팬도 언젠가는 열심히 쓰게 될 테고요.ㅎㅎ
생각해보면 명절의 모습도 나이가 들면서 계속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가족이 모여야 명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가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명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명절 분위기는 이렇게 가득한데
정작 같이 먹을 가족이 없는 것 같은 이 묘한 마음,
저만 그런가요?
여러분은 이번 추석, 가족들과 어떻게 보내시나요?
코치님 덕분에 고민이 해결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