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감정조절가족·부부

대화의 시작과 끝이 늘 아프다는 이야기뿐인 엄마와 점점 대화하기 싫어져요.

엄마와 통화를 하거나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요즘은 대화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져요.

 

엄마가 연세가 있으시니 여기저기 아프고 불편한 곳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걱정되는 마음이 있으니 어디가 아프다고 하시면 처음에는 이것저것 물어보고 병원에 가보셨는지, 약은 잘 챙겨 드시는지 신경을 쓰곤 했어요.

 

그런데 문제는 어떤 이야기를 시작해도 결국 아프다는 이야기로 끝난다는 거예요. 제가 오늘 있었던 일이나 요즘 관심 있는 이야기를 꺼내도 잠깐 듣는가 싶더니 다시 허리, 무릎, 소화불량 등 몸이 불편하다는 이야기로 돌아가요. 전화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안부를 묻는 순간부터 통화가 끝날 때까지 아픈 곳과 몸 상태에 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에요.

 

처음에는 엄마가 얼마나 힘들면 매번 이런 이야기를 하실까 싶어 마음이 쓰였어요. 그런데 이런 대화가 오랫동안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전화벨이 울려도 선뜻 받고 싶지 않을 때가 있어요. 통화를 하고 나면 마음이 무겁고 기분까지 가라앉는 것 같거든요.

 

그렇다고 엄마에게 아프다는 이야기 좀 그만하라고 할 수도 없고, 자식으로서 걱정하고 들어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죄책감도 들어요. 엄마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매번 똑같은 이야기를 듣는 저도 점점 지쳐가는 것 같아요.

 

다른 집도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이런 경우가 많을까요? 부모님의 반복되는 건강 걱정을 어디까지 들어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저처럼 부모님과 대화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워진 분들은 어떻게 마음을 조절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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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복지사2급
    사회복지사2급
    답변수 4,601채택률 5%
    작성자님, 마음 한편이 참 먹먹해집니다.
    엄마가 아프다고 하시면 얼마나 마음이 쓰이셨을까요. 
    
    어디가 아프신지 물어보고, 병원에는 다녀오셨는지, 약은 잘 챙겨 드시는지 살피는 그 마음에는 엄마가 조금이라도 덜 아프고 편안하게 지내셨으면 하는 자식의 사랑이 담겨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엄마와 나누는 대화가 온통 아픈 이야기뿐이고,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나 소소한 일상은 제대로 나눌 수 없게 되었다면 얼마나 허전하고 답답할까요.
    
    엄마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싫어진다기보다, 엄마와의 대화가 예전처럼 서로의 안부를 묻고 웃음을 나누는 시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 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엄마를 보면 안쓰럽고 마음이 아프지만, 그 곁에서 자식의 마음도 조금씩 지쳐가는 것이지요. 그러면서도 엄마의 전화를 피하고 싶어지는 자신을 발견하면 미안함까지 밀려올 테고요.
    
    하지만 작성자님,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과 엄마의 반복되는 이야기에 지치는 마음은 서로 모순되는 것이 아닙니다. 자식이라고 해서 부모님의 모든 아픔과 외로움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엄마의 아픈 이야기를 들어드리는 것도 사랑이지만, 때로는 작성자님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통화를 짧게 하거나 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돌려도 괜찮습니다. 엄마에게도 작성자님의 일상과 기쁨을 들려드리고 싶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부모님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생각보다 마음이 많이 아픈 일입니다. 예전처럼 건강하고 활기찼던 엄마의 모습이 그립기도 하고, 이제는 내가 엄마의 아픔을 걱정해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사실이 서글프기도 하지요.
    
    엄마도 엄마의 삶을 살아가고, 작성자님도 작성자님의 삶을 살아가셔야 합니다.
    
    엄마를 향한 사랑 때문에 작성자님 자신의 마음까지 외면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엄마를 걱정하는 마음만큼 작성자님도 위로받고 보살핌받을 자격이 충분한 사람입니다.
    
    오늘은 엄마의 아픈 곳보다 작성자님의 지친 마음을 먼저 따뜻하게 안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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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심리사
    상담심리사
    답변수 3,938채택률 8%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께서 느끼시는 마음의 무게와 피로감이 얼마나 묵직할지 깊이 이해해요.
    어머니를 향한 효심과 걱정이 깊은 만큼 매번 반복되는 아픔 이야기 앞에서는 힘이 빠지고 지칠 수밖에 없어요.
    자식이라는 이유로 그 모든 감정과 이야기를 다 받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감은 더 커지기 마련이에요.
    노년기에는 신체 기능이 저하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이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건강에만 집착하는 현상으로 이어져요.
    어머니께서는 신체적 통증뿐만 아니라 외로움이나 관심에 대한 욕구를 아프다는 표현을 통해 전달하고 계실 가능성이 커요.
    하지만 작성자님께서 감정의 쓰레기통처럼 모든 하소연을 다 받아주시다 보면 결국 작성자님의 마음 건강마저 무너지게 돼요.
    이럴 때일수록 모든 통증을 해결해 드려야 한다는 중압감을 내려놓고 적절한 심리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셔야 해요.
    통화 시간을 미리 정해두시거나 아픈 이야기로 흐를 때 자연스럽게 다른 주제로 대화를 전환하는 기술이 필요해요.
    "엄마 많이 불편하시죠" 하고 공감은 짧게 해주시되 "오늘 저녁은 뭐 드실 거예요?"처럼 일상의 가벼운 주제로 이끄는 것이 좋아요.
    어머니의 하소연을 다 들어주지 못한다고 해서 효도가 부족하거나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결코 아니에요.
    자식으로서 감당할 수 있는 선을 정하고 작성자님의 일상과 마음을 먼저 보호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부모님과의 관계를 지키는 길이에요.
    스스로를 자책하지 마시고 통화 후에는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산책을 하며 지친 마음을 충분히 토닥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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