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는 서로 편해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 역할이 자연스럽게 정해지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부모님 병원 예약을 챙기고,
누군가는 가족 모임 날짜를 정하고,
누군가는 생일이나 경조사를 기억하고 먼저 연락합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했는데 이게 몇 년씩 반복되다 보면 가끔 이상한 마음이 듭니다.
‘왜 이건 항상 내가 먼저 해야 하지?’
제가 안 하면 아무도 안 할 것 같아서 결국 또 제가 하게 됩니다.
가족들도 고맙다는 말을 안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번 잘 챙기기 시작하면 그게 어느 순간 당연한 일이 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께 무슨 일이 있으면 다른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저한테 먼저 물어봅니다.
“병원 예약했어?”
“이번 주에 언제 갈 거야?”
“엄마한테 전화해봤어?”
그럴 때 가끔은 저도 모르게
‘왜 나한테 묻지? 본인이 전화하면 되는데.’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대놓고 하기 싫다고 말하기도 애매합니다.
가족 일인데 너무 계산적으로 구는 것 같기도 하고, 제가 조금 더 하면 편하게 넘어갈 일을 굳이 문제로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계속 참고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사소한 일에도 서운해집니다.
사실 힘든 건 일을 몇 가지 더 하는 것보다
‘나만 신경 쓰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인 것 같습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한 사람이 계속 챙기는 역할을 맡는 게 당연한 건 아닐 텐데 말이죠.
이럴 때는 아예 역할을 나누자고 먼저 이야기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가족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는 더 잘하는 사람이 하는 게 자연스러운 걸까요?
혹시 집에서 늘 부모님이나 가족 일을 먼저 챙기는 분들이 있다면 어떻게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가족이라 더 편하게 부탁할 수 있지만,
가족이라서 오히려 고맙다는 말도 더 자주 해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