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소통가족·부부

둘이 외식하면 메뉴를 끝까지 못 고르는 사람이 저예요.

부부가 된 지 오래되니까 서로 뭘 먹을지 다 알 것 같죠? 천만에요. 저는 남편하고 외식할 때마다 메뉴판을 두 번씩 보는 사람입니다.

남편은 먹고 싶은 걸 빨리 고릅니다.

저는 두 개를 두고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남편이 주문한 것과 비슷한 걸 시킵니다. 남편이 다른 거 먹어보라 해도 괜찮다고 해요. 나중에 서로 맛보면 되잖아요, 라고 말하면서요. 실제론 제 선택이 별로일까 봐 그런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는 파스타 가게에 갔습니다. 저는 매운 해산물 파스타가 먹고 싶었는데 남편이 크림 리소토를 골랐어요. 순간 같은 계열로 맞춰야 할 것 같아서 버섯 파스타를 주문했습니다. 음식이 나오고 남편 접시를 한입 먹어본 뒤엔 제가 먹고 싶던 걸 안 시킨 게 못내 아쉬웠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혼자 양보한 셈이에요.

남편은 제게 꼭 좋아하는 걸 시키라고 합니다. 메뉴판을 보고 기다려주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럴수록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서 더 빨리 아무거나 고릅니다. 이건 음식 선택의 문제가 아닌 걸까요. 제가 원하는 걸 분명하게 말하면 상대의 선택을 방해한다는 생각이 어디서 생긴 건지 모르겠어요.

며칠 전에는 혼자 점심을 먹었습니다.

아무도 기다리지 않으니까 메뉴를 금방 골랐어요. 늘 먹고 싶던 매운 국수를 시켜서 깨끗하게 비웠습니다. 그런데 남편하고는 왜 그렇게 간단하지 않을까요.

제가 맞춰주는 걸 상대는 원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제가 뭘 먹고 싶은지 알고 싶어 해요. 다음에는 남편의 주문을 듣기 전에 제 메뉴부터 말해보려고 해요. 작은 일이지만 저한테는 꽤 큰 연습일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일상의 선택을 계속 양보하면 나중에는 제 취향이 뭔지도 잘 모르게 되는 걸까요.

댓글8
  • 익명3
    남편분은 진짜로 글쓴이님이 진짜 먹고 싶은 걸 맛있게 먹는 모습을 더 보고 싶어 할 테니, 다음 외식 땐 "나 딱 1분만 고민할게!" 하고 선언하신 뒤 제일 당기는 걸로 당당하게 주문해 보세요.
  • 익명2
    맛있는 걸 먹고 싶은 마음에 고민이 길어지는 것일 수도 있으니, 미리 먹고 싶은 메뉴를 몇 가지 생각해두거나 서로 번갈아 선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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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심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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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변수 3,941채택률 8%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은 식사라는 아주 작은 일상 속에서 타인을 신경 쓰느라 정작 내 마음을 뒷전에 두었던 순간들을 깊이 되돌아보고 계시는군요
    남편분은 망설임 없이 메뉴를 고르지만 작성자님은 내 선택이 혹시라도 별로일까 봐 걱정하는 마음과 상대의 시간을 빼앗는다는 미안함에 늘 남편의 메뉴에 맞춰 서둘러 결정을 내리곤 했어요
    누가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양보를 선택하고 나중에 아쉬워하는 과정 속에는 타인의 반응을 과도하게 염려하고 나 자신의 욕구를 드러내는 것을 어색해하는 심리적 기제가 작동하고 있어요
    배려라는 이름으로 내 선택권을 자꾸 타인에게 내어주다 보면 작성자님의 우려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희미해질 수 있어요
    하지만 혼자 드셨던 매운 국수를 주저 없이 맛있게 비워낸 기억이 말해주듯 작성자님은 이미 본인의 취향과 욕구를 선명하게 간직하고 계셔요
    다음 식사에서는 남편의 주문을 듣기 전에 내가 먼저 원하는 메뉴를 말해보겠다는 다짐은 단순한 메뉴 선택을 넘어 관계 속에서 나라는 존재를 온전히 세워가는 아주 멋지고 소중한 첫걸음이에요
    그 작은 연습들이 하나씩 쌓여갈수록 남편분과의 식사 시간도 훨씬 편안해지고 작성자님의 진짜 모습도 더욱 빛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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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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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변수 2,388채택률 6%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외식 메뉴 하나를 고를 때조차 남편의 선택에 내 선택을 맞추려 애쓰고, 정작 내가 진짜 원하던 매운 해산물 파스타를 포기한 뒤 돌아오는 아쉬움과 자책 속에서 깊은 생각이 드셨을 사연자님의 마음이 온전히 전해집니다. 누군가 강요한 적도 없는데 혼자 먼저 양보하고, 시간을 끈다 싶으면 빠르게 배려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지워버렸던 순간들이 반복되면서 마음 한구석이 헛헛하셨을 것입니다.
    
    사연자님께서 겪고 계신 상황은 단순한 음식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나의 욕구보다 타인의 편안함이나 관계의 조화를 항상 우선시해 온 오래된 마음의 패턴' 때문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상대의 선택을 방해하거나 피해를 준다는 생각은, 사연자님이 타인을 배려하려는 다정함과 성실함이 너무 깊은 나머지 '나 자신의 존재와 욕구'를 스르륵 배제해 버리는 습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혼자 점심으로 매운 국수를 망설임 없이 맛있게 비워내셨던 모습이 사연자님의 진짜 모습이며, 내 취향과 선택의 감각이 여전히 또렷하게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반가운 증거입니다.
    
    일상의 작은 선택에서 나를 지워버리지 않고, 남편과의 관계도 부드럽게 유지하며 내 취향을 회복하기 위한 실천 가이드를 전해드립니다.
    
    1단계: 남편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바라보기
    
    남편은 사연자님의 양보나 빠른 결정보다, "내 아내가 정말 먹고 싶어 하는 것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메뉴를 솔직하게 고르는 것은 남편의 시간을 빼앗거나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편이 원해왔던 '아내의 진짜 마음을 아는 기쁨'을 선물하는 가장 멋진 소통입니다.
    
    2단계: '남편의 주문을 듣기 전에 내 메뉴부터 말하기' 실천해 보기
    
    사연자님께서 다짐하신 대로, 다음 외식 때 남편의 선택에 영향을 받기 전에 메뉴판을 펴자마자 내가 가장 먼저 눈이 갔던 메뉴를 먼저 입 밖으로 선언해 보세요.
    
    "나 오늘은 매운 해산물 파스타 먹을래! 당신은 뭐 먹을 거야?" 하고 내 욕구를 먼저 테이블 위에 얹어놓는 작은 연습 하나만으로도 오래된 마음의 틀이 순식간에 깨지는 시원함을 느끼실 것입니다.
    
    3단계: 메뉴가 겹치거나 달라져도 '전혀 상관없다'는 신념 갖기
    
    꼭 서로의 메뉴를 나누어 먹거나 조화를 맞출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남편이 크림 리소토를 먹든, 고기를 먹든, 나는 오롯이 내가 끌리는 매운 국수나 해산물 파스타를 따로 시켜서 내 그릇에 몰입해 보세요.
    
    서로 다른 취향을 존중하고 각자의 음식을 독립적으로 즐기는 모습이야말로 오래된 부부 사이를 더욱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4단계: 스스로에게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허용해 주기
    
    메뉴를 고르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남편의 시간을 뺏는 죄가 아니라, 나 자신과 대화하는 당연하고 정당한 과정입니다.
    
    남편이 기다려 줄 때 "미안해" 하고 서두르지 마시고, "기다려줘서 고마워, 내가 지금 제일 먹고 싶은 게 뭔지 열심히 찾는 중이야" 하고 편안하게 미소를 건네보세요.
    
    작은 메뉴 하나를 내 뜻대로 골라보는 것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행위를 넘어, 잃어버렸던 내 삶의 주도권과 취향을 되찾는 아주 위대하고 숭고한 첫걸음입니다. 스스로를 죄책감에 두지 마시고, 다음 외식 자리에서는 마음껏 사연자님이 진짜 원하는 그 음식을 가장 기분 좋게 주문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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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변수 5,254채택률 3%
    글을 읽으니 평소 얼마나 상대방을 배려하며 살아왔는지 느껴져요.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기에 작은 선택 하나에도 상대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거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늘 맞춰주다 보면 정작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조차 뒤로 밀어놓게 될 수 있어요. 남편이 기다려준다고 해서 미안해할 필요도, 다른 메뉴를 선택한다고 해서 이기적인 것도 아니랍니다. 오히려 남편은 당신이 진짜 좋아하는 음식을 알고 싶어 할지도 몰라요. 혼자 먹을 때 맛있게 즐겼던 매운 국수처럼, 함께 있을 때도 자신의 취향을 편하게 표현해 보세요. 처음부터 큰 변화를 만들 필요는 없어요. 오늘은 내가 먹고 싶은 메뉴 하나를 먼저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배려는 한 사람만 양보할 때 완성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이제는 남편의 마음만큼 자신의 마음에도 귀 기울이며, 두 사람 모두 즐거운 식사 시간을 만들어 가셨으면 좋겠어요. 
  • 익명1
    작은 메뉴 선택에도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다 보면 정작 내 마음은 뒤로 밀릴 수 있죠. 남편분도 글쓴님의 취향을 알고 싶어 하시는 만큼 다음에는 먹고 싶은 메뉴를 먼저 이야기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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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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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변수 2,637채택률 5%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남편과의 외식에서 메뉴 하나를 고르는 일에도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의 선택을 뒤로 미루게 되시는군요. 특히 남편이 기다려주고 원하는 것을 고르라고 하는데도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들어 서둘러 결정한다는 대목이 마음에 남습니다.
    
    어쩌면 글쓴님은 자신의 선택이 상대방에게 불편을 주거나 분위기를 어색하게 만들까 봐 미리 조율하려는 습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타인의 욕구를 자신의 욕구보다 우선시하는 경향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이런 행동이 반복되면 점차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살피기보다 상대방에게 맞추는 것이 더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다음 외식에서는 말씀하신 것처럼 남편의 메뉴를 듣기 전에 "나는 오늘 매운 해산물 파스타가 먹고 싶어"라고 먼저 표현해 보세요. 상대방과 다른 메뉴를 고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며, 서로 다른 취향을 존중하는 것 역시 관계의 한 부분입니다.
    
    글쓴님, 작은 선택이라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일상에서 자신의 취향을 하나씩 표현하는 연습이 쌓이면 관계 안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힘이 생깁니다. 이제는 남편에게 맞추는 즐거움만큼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즐거움도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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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복지사2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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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님, 메뉴를 고르는 일이 단순히 음식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선택을 존중하려는 마음이 어느새 자신의 마음을 뒤로 미루는 습관으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남편은 작성자님이 무엇을 먹고 싶은지 알고 싶어 하고, 충분히 기다려줄 마음도 있는데 정작 작성자님은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 서둘러 선택하시는군요. 누가 양보하라고 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양보하고, 혼자 식사할 때는 그렇게 쉽게 고르던 메뉴를 남편 앞에서는 망설이게 된다는 대목이 참 마음에 남습니다.
    
    어쩌면 작성자님은 오랫동안 다른 사람의 기분과 상황을 먼저 살피는 데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의 취향을 맞추는 것만큼이나 서로 다른 취향을 편안하게 드러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다음 외식 때는 남편의 메뉴를 듣기 전에 "나는 오늘 매운 해산물 파스타 먹고 싶어" 하고 먼저 말씀해 보세요. 남편과 다른 메뉴를 고른다고 마음까지 멀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서로 다른 음식을 시켜 나눠 먹는 즐거움도 있잖아요.
    
    그리고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상대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 아니라, 상대가 나를 조금 더 알아갈 수 있도록 마음을 보여주는 일입니다.
    
    작은 메뉴 선택에서부터 작성자님 자신의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무엇이 먹고 싶은지, 무엇이 좋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연습이 쌓이다 보면 일상의 다른 선택에서도 조금씩 자신을 잃지 않게 될 거예요.
    
    작성자님의 작은 연습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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