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소통가족·부부

싸우지 않는 부부인데 대화를 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혼 9년 차입니다. 저희는 큰소리로 다툰 적이 거의 없습니다. 주변에서는 성격이 잘 맞아서 그렇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의견이 달라질 것 같으면 둘 중 한 사람이 먼저 말을 접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 방문 일정이나 큰 지출처럼 상의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처음에는 각자 의견을 냅니다. 그러다 분위기가 조금만 불편해지면 아내는 “알아서 해”라고 하고, 저는 더 물으면 다툼이 될까 봐 일단 결정을 내립니다. 이후 아내의 말수가 줄어들면 제가 잘못 정한 것 같지만, 이미 끝난 일을 다시 꺼내기도 어렵습니다.

 

저 역시 비슷합니다. 서운한 일이 있어도 피곤한 날 괜히 이야기하지 말자고 미룹니다. 주말에는 모처럼 쉬는데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미루다 보면 꺼낼 시기를 놓치고, 나중에는 지금 말하기에 너무 사소한 일이 됩니다.

 

최근 둘이 식사하는데 아이 일정과 장보기 이야기 말고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어색해서 제가 휴대전화를 봤고 아내도 다른 일을 했습니다. 그날은 다툼이 없었다는 사실이 편하지 않고 오히려 걱정됐습니다.

 

아내가 싫어진 것은 아닙니다. 같이 오래 잘 지내고 싶습니다. 다만 오랫동안 유지해 온 조용한 방식을 바꾸려니, 첫 대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댓글6
  • 익명1
    대화가 단절 돼서 고민이신가 봐요. 그럴 때는 상담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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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답변수 4,021채택률 5%
    큰소리 한 번 내지 않고 9년을 함께 살아왔지만 그 평온함 속에서 조금씩 멀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느껴졌어요.
    
    부부 사이에 싸움이 없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서로의 마음을 다치게 하지 않으려다 정작 자신의 마음까지 감추게 된다면 그 조용함이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분위기가 불편해질까 삼키고, 상대가 서운해 보여도 다시 꺼내면 더 어색해질까 그냥 지나가는 일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가장 가까운 사람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조차 막막해질 수 있으니까요.
    
    어쩌면 두 분 모두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갈등을 피하려 애써 오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사람은 더 묻지 않고 결정을 내리고, 다른 한 사람은 “알아서 해”라는 말로 대화를 끝내면서요. 서로를 배려한 선택이었을 텐데, 그 과정에서 정작 서로의 진짜 마음을 알아갈 기회가 조금씩 줄어든 건 아닐까 싶어요.
    
    특히 식사 자리에서 아이 일정과 장보기 이야기만 오갔다는 대목이 마음에 남습니다. 함께 살며 해야 할 일은 나누고 있지만, 정작 서로의 마음은 나누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셨을 것 같아요. 다툼이 없어서 안심하기보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 걱정하셨다는 건, 작성자님께서 그만큼 아내와의 관계를 오래도록 잘 지켜가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다행인 건, 작성자님께서 아내가 싫어진 것이 아니라 함께 오래 잘 지내고 싶다고 분명히 말씀하셨다는 거예요. 지금 필요한 건 누가 더 잘못했는지 따지는 대화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다시 알아가는 시간이 아닐까 합니다.
    
    처음부터 오래 묵은 서운함을 모두 꺼내놓으려 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어느 날 편안한 시간에 “우리 요즘 해야 할 이야기는 많이 하는데, 서로 어떤 마음으로 지내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아. 나는 당신과 이런 이야기도 편하게 나누고 싶어”라고 조심스럽게 건네보시면 어떨까요? 아내의 마음을 당장 바꾸려 하기보다, 작성자님 자신의 바람부터 전해보는 거예요.
    
    9년 동안 익숙해진 대화 방식이 하루아침에 달라지기는 어렵겠지요. 처음에는 어색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꺼냈다가 오히려 분위기가 불편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잠시 불편한 마음을 함께 견디는 것이, 서로의 마음을 모른 채 편안한 척 지내는 것보다 두 분의 관계를 더 깊게 만들어줄 수 있을 거예요.
    
    싸우지 않는 부부에서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부부로 나아가는 데에는, 거창한 대화보다 작은 진심 하나면 충분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관계를 돌아보고 먼저 손을 내밀려는 마음이 두 분 사이에 새로운 대화의 문을 여는 시작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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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푸강아지똥
    상담교사
    답변수 1,818채택률 7%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결혼 9년 동안 큰 소리 한 번 없이 지내왔지만, 다툼을 피하기 위해 서로의 속마음을 접어두다 보니 어느덧 부부 사이에 서늘한 정적이 흐르는 느낌을 받으셨을 질문자님의 고민에 깊이 공감합니다.
    
    의견이 달라질 때 "알아서 해"라며 말을 거두는 아내분이나, 분위기를 망칠까 봐 서운함을 미루는 질문자님의 모습 모두 가정의 평화를 지키고 관계를 상처 내지 않으려는 다정한 노력이었습니다. 다만 그 다정함이 오랫동안 '갈등을 회피하는 조용한 방식'으로 고착되다 보니, 어느새 감정의 교류마저 옅어져 버린 것입니다.
    
    아내가 싫어진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함께 잘 지내고 싶은 마음에 이 침묵을 깨고 싶어 하시는 질문자님의 진심은 무척 소중하고 다정합니다. 그 오랫동안 이어진 조용한 어색함을 깨고 첫 대화를 부드럽게 이끌어내기 위한 현실적인 대처 방안을 제안해 드립니다.
    
    '갈등의 안건'이 아닌 '나의 솔직한 마음'으로 첫 대화 시작하기
    
    지출이나 부모님 방문처럼 민감한 안건으로 대화를 시작하면 아내분은 다시 긴장하거나 갈등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문제 해결이 아닌, 질문자님의 솔직한 감정과 바람을 먼저 꺼내보세요.
    
    대화 예시: "여보, 요즘 우리가 서로 상처 주지 않으려고 많이 조심하고 배려해 온 것 같아. 근데 문득 요즘 우리 사이에 아이 얘기 말고는 대화가 줄어든 것 같아서 내 마음 한구석이 조금 쓸쓸하고 아쉽더라고. 당신과 더 편하게 속마음도 나누고 오랜 기간 잘 지내고 싶은데, 당신 생각은 어때?"
    
    '알아서 해'라는 아내의 반응 뒤에 숨은 감정 알아채주기
    
    아내분이 "알아서 해"라고 말한 뒤 말수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 수긍이 아니라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섭섭함'을 표현하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그런 순간이 올 때는 당황해서 바로 결정을 내리기보다, 아내의 감정을 가볍게 읽어주어 보세요.
    
    대화 예시: "여보, 당신이 '알아서 해'라고 할 때 혹시 내 고집 때문에 마음이 다쳤거나 속상해서 말을 줄인 건 아닌지 마음이 쓰이네. 내가 당장 정하기보다 당신 의견을 더 듣고 조율하고 싶은데 조금 더 얘기해 줄 수 있을까?"
    
    작고 가벼운 '감정 나누기'부터 일상에 채우기
    
    서운했던 일이나 무거운 주제를 갑자기 꺼내려 하면 부담스럽습니다. 평소에 "오늘 회사에서 이런 일이 있어서 조금 지쳤어", "요즘 무슨 생각 하면서 지내?" 같은 소소하고 가벼운 감정 공유부터 시작해 보세요. 일상 대화의 온도가 올라가야 무거운 이야기도 편안하게 꺼낼 수 있게 됩니다.
    
    다툼을 '관계의 파괴'가 아닌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으로 재정의하기
    
    의견이 달라 약간의 소음이나 다툼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고 건강한 삶의 일부분입니다. 서로 다투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우리가 서로 다름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알아가는 중이구나" 하고 다툼에 대한 생각을 가볍게 바꿔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랜 기간 쌓여온 침묵의 벽을 무너뜨리는 데에는 약간의 어색함과 용기가 필요하겠지만, 질문자님이 건네는 진심 어린 한마디가 두 분 관계를 다시 따뜻하고 솔직한 온기로 채워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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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니
    상담교사
    답변수 4,671채택률 3%
    9년이라는 시간 동안 큰 다툼 없이 지내왔지만, 그 평온함을 유지하기 위해 두 분 모두 하고 싶은 말을 조금씩 접어 오셨던 것 같아요. 상대방을 배려하고 가정의 분위기를 지키려는 마음이었겠지만, 그런 선택이 반복되면서 서로의 진짜 마음을 나눌 기회도 줄어들었겠지요. 특히 아내가 싫어진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잘 지내고 싶은데, 정작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마음이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지금 두 분 사이에 대화가 줄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걱정하기 시작했다는 건, 그만큼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오랫동안 이어온 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꿀 필요는 없습니다. 거창한 대화나 어려운 문제부터 꺼내기보다 “요즘 우리 둘이 예전보다 대화가 줄어든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워”라는 말로 시작해 보세요. 누가 잘못했는지 따지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먼저 전하는 거예요.
    좋은 관계는 다툼이 없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다른 마음도 안전하게 꺼낼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불편한 대화가 오히려 두 분을 더 가까워지게 할 수도 있어요. 지금부터라도 서로의 마음을 천천히 알아가는 시간을 만들어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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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트홀릭
    상담심리사
    답변수 3,358채택률 7%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 앞서 드린 분석이 조금 딱딱하게 느껴지셨죠.
    ​실은 지난번에 이야기해 주신 세 가지 고민이 다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아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하나의 뿌리로 연결되어 있어요.
    ​딸아이의 무던한 답장에 서운한 것도, 메뉴 하나 고르면서 혹시나 후회할까 봐 망설이는 것도, 아내와 다투기 싫어서 조용히 넘어가는 것도 모두 같은 마음이에요.
    ​바로 '잘못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과 '모든 걸 잘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참 크시기 때문이에요.
    ​딸과의 관계에서는 '좋은 엄마'이고 싶고, 선택을 할 때는 '후회 없는 최선'을 찾고 싶고, 아내와는 '평화롭고 다정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으신 거잖아요.
    ​그런데 완벽한 정답을 찾으려다 보니 오히려 내 마음도 지치고, 관계도 조금씩 어색해진 거예요.
    ​딸에게는 답장을 기다리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그냥 생각나서 보냈으니 답장은 안 해도 돼" 하고 편하게 안부만 전해 보세요.
    ​선택을 할 때는 '완벽한 정답' 대신 '이 정도면 충분해' 하는 마음으로 3분 안에 가볍게 정해보는 연습을 해보는 거예요.
    ​그리고 아내에게는 거창한 대화 대신 "요즘 우리가 너무 조용해서 조금 쓸쓸했어" 하고 작성자님의 솔직한 마음을 먼저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모든 걸 다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아요.
    ​조금 부족하고 어설퍼도 작성자님이 건네는 진심은 충분히 따뜻하니까, 스스로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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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dmap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2,069채택률 5%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큰 다툼이 없었다고 해서 서로의 마음까지 편안한 것은 아닐 수 있지요. 의견이 달라질 때 갈등을 피하려고 말을 접다 보면 당장은 평온하지만, 서운함과 아쉬움이 쌓여 마음의 거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우리 서로 불편한 이야기도 편하게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 당신과 더 잘 지내고 싶어서 하는 이야기야”라고 마음을 전해 보세요. 이후에는 작은 서운함부터 서로의 생각을 듣고, 바로 결론을 내리거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집중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갈등이 없는 부부보다 갈등이 생겨도 함께 풀어갈 수 있는 부부가 더 건강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관계를 돌아보고 변화를 고민하는 마음이 두 분의 관계를 조금씩 더 깊게 만드는 출발점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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