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부부

아내가 8년 동안 혼자 증명사진을 찍어왔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결혼한 지 14년 됐습니다.
아내하고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에요.
크게 싸우는 일도 별로 없고 서로 생활 방식도 어느 정도 맞춰져 있어서 주변에서는 저희 부부를 꽤 사이좋은 부부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고요.

​

그런데 얼마 전에 아내에 대해 제가 모르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별일은 아닌데 그날 이후로 계속 생각이 나네요.

​

며칠 전 집에서 서류를 찾다가 서랍에 있는 작은 사진 봉투를 발견했습니다.
증명사진이 여러 장 들어 있었는데 전부 아내 사진이었습니다.
자세히 보니까 같은 날 찍은 사진이 아니더라고요.
머리 길이도 다르고 옷도 다르고 어떤 사진은 지금보다 훨씬 어려 보였습니다.

​

봉투마다 연도가 적혀 있었는데 2018년부터 올해까지 거의 매년 한 장씩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에서 무슨 서류 때문에 찍었나 싶었습니다.
아내한테 물어보니 매년 자기 생일 무렵에 혼자 사진관에 가서 찍은 거라고 하더라고요.

​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

왜 그런 걸 찍었냐고 물으니까 별다른 이유는 없다고 했습니다.
그냥 나이 먹는 모습을 기록해 보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

그러면서 휴대폰에 있는 사진을 보여줬습니다.
정말 아이 사진이 대부분이었고 그다음이 제 사진이었습니다.
아내 혼자 나온 사진은 생각보다 별로 없었어요.
가족끼리 어디 놀러 가면 아내가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

그런데 저는 그동안 그걸 별로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

아내가 그러더라고요.

"나중에 늙어서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일 년에 한 장쯤은 내 사진도 있어야지."

​

그 말을 듣는데 이상하게 조금 미안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아내한테 사진 찍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고 아내가 저 때문에 뭔가를 포기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본인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라고 했어요.

​

그런데 저는 아내가 8년 동안이나 혼자 해오던 일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게 좀 이상했습니다.
매일 같은 집에서 자고 밥 먹고 생활하는데도 말이죠.

​

생각해 보니 아내 생일에도 늘 가족끼리 뭘 할지만 생각했습니다.
외식을 하거나 케이크를 사고, 선물로 뭘 갖고 싶은지 물어보는 정도였죠.
아내가 혼자 뭘 하고 싶은지는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

그래서 올해는 왜 말 안 했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아내가 웃으면서 그러더라고요.

​

"말하면 당신도 같이 가려고 할 거잖아."

​

순간 조금 서운했습니다.
제가 같이 가면 싫으냐고 물었더니 그런 뜻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냥 혼자 사진 찍고 근처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오는 게 좋다고 하더라고요.

​

생일날 하루 정도는 누구 엄마나 누구 아내가 아니라 그냥 자기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게 좋다는 겁니다.
그 말을 듣고는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

그런데 그날 저녁에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

저는 부부 사이가 좋으면 웬만한 건 서로 이야기하고 같이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거든요.
특히 결혼한 지 오래됐으니 상대방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정도는 거의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런데 아내는 제가 모르는 자기만의 작은 생활을 8년이나 이어오고 있었던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조금 섭섭했습니다.
왜 나한테는 그런 이야기를 안 했을까 싶기도 했고요.

​

그러다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한테도 아내가 모르는 습관이 있더라고요.

​

가끔 퇴근길에 일부러 먼 길로 돌아오는 것도 그렇고, 혼자 차 안에서 예전에 듣던 음악을 틀어놓고 한참 있다가 집에 들어가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런 걸 아내에게 일일이 이야기하지는 않으니까요.

​

그런데 제 행동은 당연한 혼자만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면서 아내가 혼자 즐기는 일이 있다는 건 왜 서운하게 느꼈는지 모르겠습니다.

​

며칠 뒤 아내 사진을 다시 봤습니다.
2019년에 찍은 사진은 머리가 짧았고 2021년 사진은 조금 피곤해 보이더라고요.

​

그때 우리 집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 봤는데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그 시절 저는 회사 일로 바빴고 아이 키우는 문제로 정신이 없었다는 것 정도만 기억납니다.

​

아내는 그때 어떤 고민을 했고 무슨 생각을 하면서 지냈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

괜히 아내에게 그때는 왜 머리를 짧게 잘랐냐고 물어봤습니다.
아내는 그냥 머리 말리기 귀찮아서 잘랐다고 했습니다.
저는 또 혼자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별것도 아니었네요.

​

그런데 그날 이후로 아내가 혼자 뭘 하는지 괜히 궁금해집니다.

​

예전에는 아내가 혼자 외출한다고 하면 별생각 없이 다녀오라고 했는데 요즘은 어디 가서 뭘 하는지 물어보고 싶어집니다.
그렇다고 일일이 물어보는 건 또 이상하잖아요.
아내가 그동안 편하게 즐기던 시간에 제가 괜히 간섭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

사실 저는 아내하고 더 가까워지고 싶은 건지, 아니면 제가 모르는 아내의 모습이 있다는 사실이 불편한 건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

결혼 생활이 오래되면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저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것 같아요.

​

그렇다고 사이가 나빠진 것도 아니고 아내가 저를 속인 것도 아닙니다.
지금도 저희는 평소처럼 잘 지냅니다.

​

다만 그 사진 봉투를 발견하고 나서 제가 아내를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살았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

올해 생일에는 제가 먼저 아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할까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아내가 혼자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제가 괜히 끼어들어 망치는 건 아닐까 싶어서 관뒀습니다.

​

혹시 오래 결혼 생활을 하신 분들은 어떠신가요?

​

배우자가 자신만 알고 있는 취미나 습관을 가지고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을 때 서운함을 느끼는 것도 자연스러운 걸까요?
그리고 부부 사이가 아무리 좋아도 서로 모르는 부분은 그냥 모르는 채로 남겨두는 게 나을까요?

​

아내가 사진관에 가는 걸 막고 싶거나 꼭 같이 가고 싶은 건 아닙니다.
그냥 제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도 제가 전혀 모르는 시간이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실감한 것 같습니다.

​

이걸 계기로 아내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별문제 없이 잘 지내던 저희 관계에 제가 괜히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궁금합니다.

댓글10
  • 익명3
    상대방의 마음을 이제라도 알게 되었네요.
    앞으로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세요.
  • 익명2
    아내의 사진을 보며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마음을 새롭게 발견한거네요. 가족을 위해 함께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도 아내에게는 자신만의 취향과 소중한 시간이 있었던 거겠죠. 지금이라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생일에는 가족을 위한 계획뿐 아니라 아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물으세요. 
  • 프로필 이미지
    verastar
    임상심리사
    답변수 1,790채택률 6%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아내분에게 8년째 이어온 작은 의식이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고 섭섭함과 미안함이 함께 올라오셨겠어요. 별일 아닌데도 며칠째 마음에 남는 건, 아내분을 소홀히 대한 게 아니라 그만큼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신호예요. 사진 속 해마다 달라진 모습을 하나씩 들여다보셨다는 것도 이미 관심이 시작됐다는 뜻이고요.
    
    질문부터 답할게요. 배우자가 혼자만의 습관을 오래 가지고 있었다는 걸 알고 서운해지는 건 아주 자연스러워요. 다만 그 서운함은 아내분이 뭔가 숨겼다는 증거가 아니라, 가장 잘 안다고 믿었던 사람에게 모르는 영역이 있었다는 놀람에 가까워요. 작성자님도 퇴근길에 돌아서 오며 옛 음악을 듣는 시간이 있으시니, 그 시간이 아내분께 숨기는 게 아니라 나만의 숨 쉬는 시간인 것처럼 아내분의 사진관 하루도 같은 종류의 시간이에요. 그걸 스스로 알아차리신 게 이번 일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에요.
    
    아내분이 말씀하신 두 문장도 눈여겨보세요. 말하면 당신도 같이 가려고 할 거잖아, 그리고 생일 하루는 누구 엄마나 누구 아내가 아니라 그냥 나로 지내고 싶다는 말이에요. 이건 작성자님이 싫다는 뜻이 아니라, 역할 없이 오롯이 혼자인 시간이 소중하다는 뜻이에요. 그러니 모르는 부분을 전부 알려고 하기보다, 그 시간을 존중해준다는 신호를 보내는 쪽이 아내분께는 훨씬 큰 선물이 될 거예요.
    
    그렇다면 모르는 채로 두는 게 나은지 물으셨는데, 모든 걸 알 필요는 없지만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건 다른 문제예요. 아내가 어디 가서 뭘 하는지 캐묻는 방식은 감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시간이 어땠는지 궁금해하는 건 관심으로 전해져요. 예를 들면 이렇게 해볼 수 있어요. 올해 생일에 갈 때 아내분이 먼저 말하지 않아도, 다녀와서 오늘 어땠어, 사진은 마음에 들게 나왔어, 하고 가볍게 물어보시는 거예요. 같이 가겠다는 제안이 아니라 그 하루를 아내분의 것으로 지켜준다는 표현이 돼요. 그리고 이번에 발견한 사진 봉투 이야기를 아내분께 팔 년 동안 매년 찍어온 게 멋지다고 느꼈다고 솔직하게 전해보세요. 그 한마디가 아내분이 오래 혼자 간직해온 일을 인정받는 순간이 될 수 있어요.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마음은 접으셨다고 했는데, 이것도 방법이 있어요. 아내분의 사진관 하루는 그대로 두고, 가족 나들이 때 작성자님이 먼저 카메라를 들고 아내분 사진을 많이 찍어주세요. 휴대폰에 아이와 작성자님 사진만 많았던 건 아내분이 늘 찍는 쪽이었기 때문이니, 이제는 찍어주는 쪽이 되어보시는 거예요. 부담스럽지 않으면서 아내분이 사진 속에 더 많이 담기게 해줘요.
    
    그리고 2021년에 피곤해 보였던 그 시절 아내분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궁금하시다면, 지나간 일을 추궁하듯 묻기보다 그때 힘들었던 건 없었어, 그땐 내가 바빠서 잘 못 챙긴 것 같아, 하고 한번 열어주세요. 답이 별것 아니어도 괜찮고, 물어봐 준 것 자체가 전해져요. 이런 대화는 한 번에 몰아서 하기보다 산책하거나 차 마시는 편한 시간에 조금씩 나누는 쪽이 부담이 없어요.
    
    지금 관계에 의미를 과하게 부여하고 계신 게 아닐까 걱정하셨는데, 그렇지 않아요. 잘 지내던 관계에 작은 호기심 하나가 들어온 것이고, 그걸 계기로 서로를 다시 알아가는 건 오래된 부부에게 아주 좋은 일이에요. 서둘러 뭔가를 바꾸려 하지 않으셔도, 이번 주에는 아내분께 그 사진들 보면서 매년 찍어온 게 참 좋은 생각 같다고 먼저 말을 건네보시길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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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니
    상담교사
    답변수 4,627채택률 3%
    배우자에게 자기만의 깊은 영역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느끼는 섭섭함과 서원함은 매우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 여겼기에 '내가 모르는 모습'이 생소하고 애틋하게 다가왔을 따름입니다. 아내가 생일에 혼자 찍어온 사진은 남편을 배제한 비밀이 아니라, '누군가의 엄마·아내'라는 역할에서 잠시 벗어나 스스로를 보살펴온 건강한 홀로서기의 방식이었습니다. 남편분께서 퇴근길 차 안에서 혼자 숨을 고르듯 말이지요.
    ​부부 사이에 완벽한 공유보다 더 중요한 건 '다 알지 못해도 존중하는 적당한 거리'입니다. 억지로 그 혼자만의 시간에 입문하거나 의미를 과하게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당신만의 그 시간이 참 귀엽고 보기 좋다"며 아내의 독립된 영역을 묵묵히 응원해 주는 것만으로도, 두 분은 이전보다 훨씬 깊고 다정한 관계로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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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트홀릭
    상담심리사
    답변수 3,323채택률 7%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14년이란 시간을 함께 걸어온 아내분의 8년 치 사진 봉투를 보며 느끼셨을 묘하고 아릿한 감정이 전해져 옵니다.
    ​서운함과 미안함, 그리고 아내라는 존재를 향한 깊은 호기심이 번갈아 드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건강한 심리 반응입니다. 심리사회학적으로 아무리 가까운 부부라 할지라도 개인은 결코 타인에게 완전히 소유되거나 통틀어 이해될 수 없는 '독립된 개별자'입니다.
    ​아내분에게 매년 생일 무렵 혼자 사진을 찍고 커피를 마시는 시간은,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신성한 자기돌봄의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작성자님께서 퇴근길 차 안에서 혼자 음악을 들으며 숨을 고르듯, 아내분 역시 스스로의 삶을 정돈하는 소중한 쉼표를 가꿔오신 셈이지요.
    ​나만 모르는 아내의 영역을 발견했을 때 서운함을 느낀 것은 그만큼 아내분을 사랑하고 더 알고 싶어 하는 마음의 방증입니다. 부부 관계에서 서로의 모든 것을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내가 다 알 수 없는 고유한 세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는 경계선입니다.
    ​올해 생일에는 혼자만의 사진 찍기를 대신해 주려 하기보다, 그 시간을 다녀온 아내분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며 혼자만의 시간이 좋았는지 안부를 물어봐 주시는 것은 어떨까요. 아내의 비밀스러운 쉼표를 다정하게 응원해 주는 남편의 존재는, 아내분에게 더욱 깊은 신뢰와 사랑으로 다가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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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데이지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2,249채택률 4%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14년을 함께한 배우자에게도 내가 모르는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 낯설고 조금은 서운하게 느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아내분이 혼자 사진을 찍어온 것은 남편과 거리를 두려는 행동이라기보다, 아내와 엄마라는 역할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는 방식이었을 수 있습니다.
    
    부부가 가깝다는 것이 서로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오히려 각자의 독립적인 시간과 취향을 존중하면서도 서로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건강한 친밀감에 가깝습니다. 아내분의 시간을 함께하려 하기보다 “그동안 매년 사진을 남겨왔다는 게 참 멋지네”라고 관심과 존중을 표현해보셔도 좋겠습니다.
    
    오래된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를 이미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알아갈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일을 서운함으로 남기기보다 아내분을 한 사람으로서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로 삼아보세요. 서로 모르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 반드시 거리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관계를 더 풍성하게 만드는 여백이 될 수도 있습니다.
  • 익명1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만큼 새롭게 알게 된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부부라도 각자의 시간과 취향은 존중받는게 좋은거 같아요. 
    이번 일을 계기로 아내가 혼자 즐기는 시간도 편하게 응원해 주면서, 서로에 대해 천천히 더 알아가면 좋겠네요.
  • 프로필 이미지
    mindmap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2,035채택률 5%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아내에게 자신이 몰랐던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고 조금은 서운하게 느껴지셨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계기로 아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되셨다는 점도 의미 있어 보입니다.
    
    부부라고 해서 서로의 모든 일상과 생각을 공유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함께하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각자만의 취향과 시간을 누리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아내가 8년 동안 혼자 증명사진을 찍어온 것도 남편에게 감추고 싶은 일이 있어서라기보다,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작은 즐거움이었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번 일을 통해 아내를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마음에서 벗어나, 여전히 알아갈 부분이 많은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아내가 가족의 사진을 찍어주는 동안 정작 아내 자신의 모습은 얼마나 남아 있었는지 생각해 보신 것도 좋은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아내의 모든 것을 알려고 애쓰기보다는, 아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혼자 보내는 시간을 존중하면서도 가끔은 “당신은 어떤 시간을 보낼 때 가장 즐거워?”라고 물어볼 수 있겠지요.
    
    오래된 부부 사이에도 서로 모르는 부분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것이 거리감의 증거라기보다 각자의 삶을 존중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서로의 모든 것을 알아야 가까운 것이 아니라, 모르는 부분이 있어도 궁금해하고 존중할 수 있는 관계가 더욱 편안하고 깊은 관계가 아닐까요? 이번 일을 계기로 두 분이 서로를 새로운 마음으로 알아가는 기회를 얻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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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푸강아지똥
    상담교사
    답변수 1,786채택률 7%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가장 가까이에서 매일 밥을 먹고 잠을 청하며 14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쌓아온 아내분에게서,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8년의 시간과 모습을 발견하셨을 때 느끼셨을 묘한 서운함과 생소함, 그리고 깊은 여운에 마음이 절로 맴돕니다.
    
    아내분을 향한 사연자님의 서운함과 고민은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내라는 한 사람을 '누군가의 엄마'나 '내 아내'라는 역할에 가두지 않고, 온전한 독립된 한 '개인'으로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지극히 건강하고 아름다운 감정의 변화입니다.
    
    서운함과 낯섦은 지극히 자연스럽고 고운 감정입니다
    
    가장 잘 안다고 믿었던 사람에게 내가 모르는 고요한 영토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섭섭함이 드는 것은, 그만큼 사연자님이 아내분을 깊이 사랑하고 더 알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아내분 역시 사연자님을 배제하려 한 것이 아니라, 매일 엄마이자 아내로서 살아가며 숨 가쁜 일상 속에서 오롯이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단 1시간의 고요함을 정갈하게 지켜내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모든 것을 다 공유하지 않는 '정갈한 여백'의 필요성 인정하기
    
    부부 사이가 아무리 좋아도 100% 모든 생각과 시간을 공유해야만 완벽한 관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퇴근길 차 안에서 혼자 음악을 들으며 숨을 고르는 사연자님만의 시간이 있었듯, 아내에게도 일 년에 딱 하루 자신을 기록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그 고요한 시간이 일상을 버텨내는 소중한 쿠션이었던 것입니다. 서로가 가진 그 무해한 개인의 영역을 존중해 줄 때 관계는 오히려 더 탄탄하고 오래 유지됩니다.
    
    아내의 사진 찍는 시간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마음을 건네는 방법
    
    사진관에 따라가거나 사진을 직접 찍어주겠다고 요구하는 것은 아내분이 소중히 가꿔온 '혼자만의 자유'를 침범하는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대신 그날만큼은 아내분이 아무런 죄책감이나 미안함 없이 혼자만의 시간을 정갈하게 누릴 수 있도록 "오늘 아내의 날이니 마음껏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와요" 하고 따뜻하게 시간을 선물해 주는 배려를 건네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관심의 깊이'를 넓혀가기
    
    일일이 어디 가는지 꼬치꼬치 묻거나 간섭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저녁을 먹고 같이 산책을 하거나 차 한 잔을 나눌 때 "요즘은 아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지내는지 궁금하다", "오늘 하루는 아내에게 어떤 날이었어?" 하고 과거나 미래가 아닌 '지금의 아내 내면'에 정갈하게 다정한 질문을 던져보시는 것만으로도 두 사람의 마음의 거리는 훨씬 촘촘해집니다.
    
    14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해 왔음에도 여전히 상대방의 새로운 모습에 호기심을 느끼고, 내가 혹시 무심하지 않았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사연자님의 진중한 마음이야말로 아내분에게는 세상 가장 큰 선물입니다.
    
    서로 모르는 작은 영역은 그 자체로 예쁘게 남겨두되, 앞으로 채워갈 날들 속에서 아내라는 한 사람의 계절을 더 깊이 아껴주는 계기로 삼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답변수 3,987채택률 5%
    아내를 향한 마음이 조금씩 달라지고 계신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사람이라면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지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아내가 혼자 사진관에 다녔다는 사실보다 어쩌면 그동안 아내가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는지, 내가 모르는 아내의 시간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생각하게 되신 게 더 크게 다가오셨을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마음이 꼭 서운함이라고만 생각되지는 않아요. 어쩌면 지금까지 익숙하게 곁에 있던 아내를 새삼 한 사람의 독립된 존재로 바라보게 된 순간일 수도 있겠지요.
    
    작성자님은 회사 일과 아이를 키우는 일로 바빴던 시절을 떠올리셨지만, 그때 아내도 나름의 고민과 즐거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고 살아왔을 거예요. 그 모든 시간을 서로 다 알지는 못했더라도 두 분은 각자의 자리에서 가정을 꾸리고 함께 살아오신 거잖아요.
    저는 그 사실이 참 의미 있게 느껴집니다.
    
    부부라고 해서 서로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뒤에도 새롭게 발견할 모습이 남아 있다는 건, 아직 서로를 알아갈 여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아내의 혼자만의 시간을 존중하면서도 조금 더 궁금해하고, 관심을 표현하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꼭 무언가를 함께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사연을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저 아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이야기를 들려줄 때 귀 기울여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생일에 사진을 찍어주고 싶다는 생각도 참 다정하게 느껴집니다. 아내가 혼자 찍는 시간을 좋아한다면 그 시간을 응원해 주시고, 함께 찍는 것도 좋겠다고 한다면 두 분의 사진 한 장을 남겨보셔도 좋겠지요.
    
    작성자님, 지금까지 아내에게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일상이 너무 익숙해서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 사실을 깨달았다고 해서 지나온 결혼 생활을 잘못 살아온 것은 아니에요.
    
    오래된 부부 사이에도 새로운 관심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 저는 그것만으로도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도 아직 모르는 모습이 남아 있다는 것. 어쩌면 그건 멀어진다는 신호가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서로를 조금 더 깊이 알아갈 수 있다는 다정한 기회일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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