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MBTI가 중고거래할 때만 바뀌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저는 약속 잡는 거 진짜 안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누가 다음 주에 시간 되냐고 물어봐도 일단 일정부터 확인하고, 딱히 일이 없어도 그냥 집에서 쉬고 싶은 날이 많아서 바로 대답을 못 할 때가 많거든요. 문자 답장도 급한 거 아니면 한참 뒤에 하는 편이고요.

 

그런데 얼마 전에 중고거래를 하면서 제 성격에 진짜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ㅋㅋㅋ

 

집에 안 쓰는 에어프라이어를 당근에 올렸는데, 평소 같으면 사진 찍는 것조차 귀찮았을 제가 그날은 웬일인지 갑자기 엄청 부지런해지더라고요? 사진을 아홉 장이나 찍고, 흠집 있는 부분은 확대샷까지 찍어서 올렸어요.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구입 시기부터 사용 횟수까지 상세하게 적었고요.

 

진짜 웃긴 건 그다음부터예요.

친구들한테는 답장 늦기로 유명한 제가, 구매자 메시지에는 거의 실시간으로 칼답을 하고 있더라고요. 상대방이 내일 저녁에 거래 가능하냐고 묻길래 7시부터 9시까지 된다고 했다가,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서 7시 30분이 가장 좋겠다고 다시 보내고... 주차하기 편한 장소까지 지도에서 찾아서 친절하게 알려줬습니다.

 

거래 당일에는 약속 시간보다 15분이나 일찍 도착했고, 혹시나 작동 안 된다고 하면 어쩌나 싶어서 집에서 전원 켜지는 영상까지 미리 찍어놨어요. 상대방이 5분 늦는다고 했을 때도 "괜찮으니 천천히 오세요~"라며 세상 친절하게 답장했죠. 옆에서 누가 봤으면 무슨 중요한 사업 계약이라도 하는 줄 알았을 거예요. ㅋㅋㅋ

 

그렇게 에어프라이어 넘겨주고 3만 원을 받았는데, 구매자분이 친절하게 설명해 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폰을 보니 아침에 친구가 보낸 주말 약속 메시지는 여전히 안 읽은 상태...

 

그제야 현타가 오면서 너무 웃기더라고요. 친구랑 약속 하나 잡는 건 그렇게 귀찮아하면서,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랑 3만 원짜리 거래할 때는 세상에서 가장 성실하고 계획적인 사람이 되어 있었으니까요. 심지어 거래 끝나고 나서도 상대방이 물건 잘 가져갔는지 괜히 신경 쓰이기까지 하더라고요.

 

이쯤 되니 MBTI 검사할 때 계획성이나 사교성을 평소 모습으로 답해야 할지, 중고거래 할 때의 모습으로 답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생각해보면 회사, 집, 친구들 사이에서 성격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긴 한데...

 

돈 3만 원이 걸렸다고 갑자기 이렇게 부지런해지는 것도 성격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ㅋㅋㅋ 여러분도 평소 성격이랑 전혀 딴판이 되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저는 아무래도 중고거래 할 때가 제 사회성과 계획성이 정점을 찍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물론 거래 끝나면 바로 원래의 귀차니즘 상태로 돌아오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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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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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무룩
    돈 3만원의 힘이든 거래에 대한 책임감이든, 상황과 명확한 동기에 따라 
    발휘되는 집중력과 친절함 역시 소중한 능력과 성격의 한 부분이죠~!
    회사, 집, 친구들 앞, 그리고 중고거래 현장까지 다양한 상황에서 유연하게 
    스위치를 켜고 꺼는 다채로운 모습들을 그 자체로 즐기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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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니
    저도 꼭 필요한 일이나 책임이 걸린 일에는 갑자기 부지런해질 때가 있어요. 
    평소에 귀찮아하던 일도 막상 내 돈이나 책임이 걸리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친구와의 약속은 편하니까 미루게 되지만, 중고거래는 서로 약속한 일이니 더 꼼꼼해지는 거 같아요 
    이것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스러운 모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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