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곳에 잠깐 나가는 건 그나마 괜찮은데 멀리 가야 하는 약속이 잡히면 이상하게 전날부터 신경이 쓰입니다. 특별히 싫은 약속도 아니고 만나기 싫은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래요. 약속 장소가 멀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귀찮아서 그런 줄 알았어요. 누구나 멀리 나가려면 이동 시간도 길고 준비할 것도 있으니 그런가 보다 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단순히 귀찮은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 약속 자체보다 가는 도중에 갑자기 불편해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전날 저녁부터 몇 시에 나가야 하는지 계속 확인하게 되고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지도 몇 번씩 찾아보고, 얼마나 걸리는지 확인하고 어디에서 갈아타야 하는지도 봐두는데, 이미 확인한 걸 또 보고 있을 때도 있어요. 혹시 차가 막히거나 사람이 너무 많으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다고 실제로 매번 무슨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막상 나가서 별일 없이 다녀오는 날이 훨씬 많아요. 그런데 다음에 또 먼 곳에 약속이 잡히면 지난번에 괜찮았으니까 이번에도 괜찮겠지 하는 생각보다 또 걱정부터 시작됩니다.
특히 바로 집으로 돌아오기 어려운 거리라는 생각이 들면 더 신경이 쓰입니다. 가까운 곳이면 불편하면 그냥 돌아오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멀리 가면 그게 쉽지 않잖아요. 이미 한참 이동한 뒤에 갑자기 답답하거나 심장이 빨리 뛰는 느낌이 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고, 사람 많은 곳에서 그러면 더 곤란할 것 같다는 생각까지 이어집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머릿속에서 계속 미리 생각하고 있는 게 저도 답답합니다. 아무 일도 없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생각이 한번 시작되면 쉽게 멈추지 않네요.
그러다 보니 약속 전날부터 몸 상태까지 괜히 확인하게 됩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갈 정도로 조금 피곤하거나 속이 불편한 것도 내일 괜찮을까 싶어집니다. 잠을 잘 자야 한다는 생각까지 하다 보니 오히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날도 있고요. 다음 날 컨디션이 안 좋으면 어쩌나 걱정하다가 정말 피곤한 상태로 일어나기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는 오늘 그냥 안 나가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약속을 취소하는 건 아니고 결국 준비해서 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집을 나서기 전까지 계속 마음이 불편한 게 힘드네요.
이동하는 동안에도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자꾸 확인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사람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오래 서 있어야 하면 괜히 긴장될 때도 있고요. 한번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평소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던 심장 뛰는 느낌이나 호흡까지 의식하게 됩니다.
그러면 또 내가 지금 긴장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고, 그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몸에 더 신경을 쓰게 됩니다. 불편해질까 봐 걱정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불편함을 키우는 것 같은 때도 있습니다.
더 이상한 건 목적지에 도착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거나 다른 것에 신경을 쓰다 보면 전날부터 왜 그렇게 걱정했나 싶을 정도로 평범하게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돌아갈 시간이 되면 또 집까지 가는 거리가 생각납니다. 결국 하루 종일 심한 불안이 계속되는 건 아닌데 이동하기 전이나 이동하는 과정에서 유독 이런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제가 먼 거리를 싫어하게 된 건지, 아니면 불편한 상황이 생겼을 때 바로 벗어나기 어렵다는 생각 때문에 긴장하는 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가까운 곳에서는 별생각 없이 할 수 있는 일을 멀리 간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며칠 전부터 신경 쓰는 제 모습을 보면 이게 단순한 걱정이 맞나 싶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런 생각 때문에 계속 가까운 곳만 다니고 싶지는 않습니다. 한번 피하기 시작하면 다음에는 조금 더 가까운 거리도 부담스럽게 느껴질까 봐 그것도 걱정됩니다. 반대로 무조건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참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고요.
멀리 가야 한다는 사실만으로 전날부터 긴장하고 이동하는 동안 몸 상태를 계속 신경 쓰는 분들이 실제로 계신지 궁금합니다. 특히 공황이나 불안을 겪는 분들은 먼 곳에 약속이 있을 때 이런 걱정을 어떻게 다루시는지도 알고 싶어요. 막상 가면 괜찮은데 출발하기 전까지가 유난히 힘든 경우에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