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도 못 타고 운전대도 못 잡겠어요 ㅠ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서 여기다 글 좀 남겨봐요. 

 

혹시 저 같은 증상 겪어보신 분들 계신가 해서요. 요즘 저는 진짜 하루하루가 지옥 같고, 제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아서 엉엉 울고 싶은 날이 한두 번이 아니네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저 혼자 차 끌고 대형 마트도 척척 가고, 친구들 모임 있으면 한 시간씩 운전해서 외곽에 있는 카페도 잘만 다녔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차 문을 딱 닫고 운전대를 잡으면 갑자기 숨이 턱 막히면서 덜컥 겁이 나는 거예요! 

 

특히 신호 걸려서 꼼짝 못 하고 서 있거나 꽉 막힌 터널 안에 들어갔을 때, 갑자기 이 차 안에 갇혀서 영영 못 나갈 것 같고 여기서 당장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이상한 공포감이 확 밀려와요.

 

심장은 쿵쾅쿵쾅 미친 듯이 뛰고 손발에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데, 진짜 당장이라도 차 문을 열고 도로 한복판으로 뛰쳐나가고 싶어서 미칠 것 같더라고요. 

 

한 번은 갓길에 차 세워놓고 꺽꺽거리면서 한참을 진정하다가 겨우 집에 돌아온 적도 있어요. 

 

그날 이후로는 도저히 무서워서 차 키를 못 건드리겠어요. 지하 주차장 내려가는 것조차 끔찍해서 차는 아예 먼지만 뽀얗게 쌓여가고 있네요.

 

문제는 운전만 못 하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아파트 엘리베이터 타는 것도 진짜 고역이에요. 문이 스르륵 닫히는 순간 그 좁은 네모난 통 안에 나 혼자 갇혔다는 생각에 숨이 가빠오고 천장이 훅 가라앉으면서 저를 짓누르는 것 같아요. 

 

꼭 산 채로 관 속에 갇힌 기분이랄까요? 층수 올라가는 숫자만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제발 빨리 열려라, 빨리 열려라 속으로 수백 번 기도를 해요. 

 

어쩔 때는 도저히 못 견디겠어서 중간에 엉뚱한 층에서 무작정 내린 다음, 계단으로 다리 후들거리며 걸어 올라간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에요. 누가 보면 진짜 미친 여자라고 생각할까 봐 중간에 내리면서도 핸드폰 보는 척, 원래 내릴 층인 척 연기하는데 그 와중에도 눈물이 핑 돌더라고요.

 

이러니까 일상생활이 완전히 다 무너져버렸어요. 마트에 장 보러 가는 것도 무섭고, 친구들 만나러 가는 것도 겁나서 자꾸 약속을 미루게 돼요. 핑계 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요새는 그냥 집 밖을 나가는 거 자체가 너무 피곤하고 두려운 큰 숙제가 되어버렸어요. 

 

젊었을 때는 겁 없이 여기저기 잘만 쏘다녔는데, 나이 먹고 갑자기 왜 이런 몹쓸 병이 생겨서 사람을 이렇게 초라하게 만드는 건지 진짜 화가 나고 억울해 죽겠어요. 내 몸 하나 내 마음대로 통제를 못 한다는 게 이렇게 사람을 비참하게 만들 줄은 몰랐네요.

 

답답한 마음에 남편한테 슬쩍 이야기해 봤더니, 돌아오는 소리가 가관이에요. "아유, 밥 잘 먹고 잠만 잘 자면서 뭔 쓸데없는 생각을 그렇게 해. 신경성이지 뭐. 그냥 마음을 편하게 먹어." 이러는데, 진짜 콱 쥐어박고 싶더라고요. 

 

마음을 편하게 먹기 싫어서 안 먹냐고요? 내 의지랑 상관없이 몸이 먼저 발작을 하는데 어쩌라는 건지... 가족조차도 제가 겪는 이 숨 막히는 공포를 그냥 나이 들어 유난 떠는 갱년기 히스테리쯤으로 취급하니까, 철저하게 혼자가 된 것 같아 더 무섭고 외로워요. 자식들한테는 괜히 걱정 끼칠까 봐 말도 못 꺼냈고요.

 

인터넷 찾아보니까 이게 공황장애 초기 증상이라고도 하던데, 정신과에 가서 약을 먹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좀 나아지는 건지 도통 모르겠어요. 병원 문턱 넘는 것도 아직은 너무 겁이 나고 남부끄러워서 망설여지고요. 내가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마음이 망가졌나 싶어 스스로 인정하기도 싫은 마음이 커요.

 

맘카페 보면 저처럼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증상 겪으신 분들 꽤 있는 것 같던데, 혹시 극복하신 분들 계신가요? 약 드시고 나아지셨는지, 아니면 엘리베이터나 차 안에서 숨 막힐 때 어떻게 스스로 진정시키시는지 현실적인 조언 좀 부탁드릴게요. 

 

평생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 하고 씩씩하게 살아왔는데, 좁은 공간만 들어가면 벌벌 떠는 바보가 된 제 자신이 너무 밉고 낯설어요. 평범하게 동네 마트 가서 카트 끌고, 친구들 만나서 밥 먹고 수다 떨던 그 당연했던 일상으로 제발 다시 돌아가고 싶네요.

댓글3
  • 익명2
    글을 읽는 내내 얼마나 무섭고 외로우셨을지 감히 다 헤아리지 못할 만큼 마음이 무겁습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혼자서 척척 해내시던 일들이 어느 날 갑자기 거대한 공포로 다가왔을 때, 그리고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마음 편히 먹어라"는 무심한 말을 들었을 때 철저히 혼자가 된 기분이셨을 것 같아요. 평생을 아쉬운 소리 없이 씩씩하게 살아오신 분이기에, 좁은 공간에서 벌벌 떠는 지금의 모습이 스스로 얼마나 밉고 낯설게 느껴지실지 깊이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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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글을 읽는데 얼마나 무섭고 외로우셨을지 마음이 무겁네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게 하던 운전과 외출이 어느 날부터 갑자기 두려워지고, 가족에게 털어놓아도 “마음 편하게 먹어”라는 말만 들으면 정말 혼자 세상과 싸우는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것을 ‘내가 약해져서’, ‘유난을 떨어서’ 생긴 일이라고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갑작스러운 심한 불안과 신체 증상은 본인의 의지만으로 꾹 눌러 없애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글에 적어주신 증상만으로 공황장애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반복되는 심한 공포와 숨참·두근거림·식은땀 때문에 일상과 운전까지 제한되고 있다면 혼자 버티기보다는 정신건강의학과나 전문의의 평가를 받아보시는 게 좋겠어요. 정신과에 간다는 것이 ‘마음이 망가졌다’는 뜻은 절대 아니에요. 지금 너무 힘든 몸과 마음을 제대로 돌보는 과정일 뿐이에요.
    
    그리고 지금 당장은 운전대를 억지로 다시 잡지 않으셔도 됩니다. 운전 중 불안이 올라오면 본인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안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치료를 받으면서 상태가 안정된 뒤 전문가와 상의해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생각해도 늦지 않아요.
    
    엘리베이터도 마찬가지예요. 당분간 계단을 이용한다고 해서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목표는 ‘무서운데도 무조건 참아내기’가 아니라 안전하게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남편분께도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는 말보다
    “그 순간 얼마나 무서웠을지 알 것 같아. 같이 병원 한번 알아보자.”
    이 한마디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알려주고 싶어요.
    평생 씩씩하게 살아오셨기에 지금의 자신이 낯설고 속상하실 거예요. 하지만 잠시 흔들린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씩씩했던 삶이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해야 한다’가 아니라,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덜 무서운 하루를 만드는 것.
    그렇게 한 걸음씩 가면 됩니다.
    
    그리고 가슴 통증, 실신, 심한 호흡곤란 등 평소와 다른 급격한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면 불안을 원인이라고 단정하지 말고 즉시 의료진의 도움을 받으세요.
    지금까지 혼자서 얼마나 애쓰셨어요.
    
    이제는 혼자 견디는 것보다 도움을 받아도 되는 때인 것 같아요. 
  • 익명1
    갑자기 운전대를 잡았는데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하면, 머리로는 괜찮다고 생각해도 몸이 말을 안 들으니 얼마나 무섭겠어요. 
    신호에 걸려 차가 꼼짝도 못하거나 터널처럼 중간에 빠져나오기 어려운 곳에 들어갔을 때  공포가 확 올라오는 것도 정말 견디기 힘드셨을 것 같아요.
    엘리베이터도 문이 닫히는 순간부터 숨이 가빠지고, 층수가 빨리 올라가기만을 기다리게 되고, 결국 중간층에서 내려 계단을 이용할 정도라면 일상생활에서 받는 부담도 상당했을 것 같고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쉽게 말할 수 있지만, 본인은 실제로 심장이 뛰고 식은땀이 나고 숨이 막히는 상황이니 그 말이 얼마나 답답하게 들렸을지 이해가 되요
    이런 증상이 생겼다고 해서 갑자기 겁 많은 사람이 된 것도, 의지가 약해진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혼자 운전도 잘하고 아무렇지 않게 다니셨던 분이라면 지금의 변화가 더 낯설고 속상하실 것 같아요. 
    계속 혼자 참으면서 견디기보다는 한번 진료를 받아 정확히 확인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다시 예전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