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불편하다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저는 요즘 조금 다른 부분이 신경 쓰입니다. 사람이 많다는 것 자체보다 그 안에 들어갔을 때 내가 원하면 바로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출입문이 가까이 보이고 움직일 공간이 있으면 괜찮은 편인데, 사람들이 빽빽하게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야 하는 곳에서는 괜히 긴장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답답한 곳을 싫어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원래 북적거리는 곳을 특별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니까 대수롭지 않게 넘겼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이 많은 곳에 들어가면 주변을 보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빈자리가 어디에 있는지보다 출입문이 어디인지 먼저 보고, 안쪽에 들어가야 한다면 나중에 나올 때 사람들이 길을 막고 있지는 않을지 살펴보게 됩니다. 자리에 앉아서도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 주변을 한번씩 확인하게 되고요.
정작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빠져나갈 수 있는지를 미리 걱정하고 있는 제 모습이 신경 쓰입니다. 특히 줄을 서야 하는 곳이나 사람들이 가까이 붙어 있는 공간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앞뒤로 사람이 많아지면 그냥 기다리면 되는 상황인데도 갑자기 여기서 나가고 싶으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나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조금 기다리면 순서가 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머리로는 충분히 알고 있는데 몸은 그것과 별개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갑자기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제 몸 상태에 신경이 쏠립니다. 괜찮은지 확인하려고 할수록 오히려 호흡이나 심장 뛰는 느낌이 더 또렷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럴 때 가장 먼저 드는 생각도 여기서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지보다 여기서 바로 나갈 수 있을까에 가깝습니다. 출입문 근처라면 조금 안심이 되는데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거나 쉽게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불편함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사람이 많은 곳에서 이런 느낌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날에는 별생각 없이 잘 있다가 나오기도 해요. 그래서 더 모르겠습니다. 그날 몸이 피곤해서 그런 것인지,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그런 것인지, 제가 미리 걱정하기 시작하면서 더 불편해지는 것인지 기준을 잡기가 어렵네요.
최근에는 이런 제 반응이 궁금해서 자가 점검도 한번 해봤습니다. 첨부한 결과를 보니 12점으로 경미한 수준이라고 나오고, 공황 관련 신호가 일부 나타났다고 되어 있었습니다. 전체 참여자 중에서는 상위 43퍼센트이고 60대 이상 여성 평균인 15점보다는 3점 낮다고 나오네요.
결과만 보면 평균보다 낮은 편이라 조금 의외였습니다. 제가 느끼는 불편함은 분명히 있는데 숫자로 보면 아주 높은 편은 아니니까요. 그렇다고 이 결과만 가지고 제가 어떤 상태라고 판단할 생각은 없습니다. 점수보다는 왜 사람이 꽉 찬 공간에서 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한번 불편함을 느끼고 나면 다음에 비슷한 장소에 갔을 때 지난번 생각이 날 때도 있습니다. 이번에도 그러면 어쩌나 싶어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미리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실제로 불편해지기도 전에 제 머릿속에서는 이미 나가는 방법부터 생각하고 있는 셈입니다.
가끔은 그냥 참고 있으면 괜찮아지는지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불편한데 계속 그 자리에 있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반대로 매번 사람이 적은 곳이나 출입문 가까운 자리만 찾다 보면 이런 습관이 더 심해지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겠어요.
무엇보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많은 공간에 들어갈 때 이런 생각을 하나하나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한번 의식하기 시작하니 계속 눈에 들어옵니다. 어디를 가든 출입문이나 사람 수부터 살피는 제 모습을 발견하면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네요.
사람이 많은 것 자체보다 원할 때 바로 나갈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불안해지는 분이 계신가요? 출입문 가까이에 있으면 괜찮다가 안쪽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불편해지는 경우도 있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