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장소에 도착해도 출구가 어디인지 먼저 확인하게 됩니다...

요즘 사람을 만나러 가거나 처음 가는 장소에 도착하면 저도 모르게 제일 먼저 확인하는 게 있습니다. 

 

어디로 나갈 수 있는지, 출구가 어느 쪽에 있는지를 먼저 보게 됩니다. 예전에는 이런 걸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습관처럼 굳어진 느낌이에요.

 

약속 장소에 도착해도 출구가 어디인지 먼저 확인하게 됩니다...

 

오늘 글을 쓰기 전에 공황 관련 자가점검도 한번 해봤습니다. 결과는 10점으로 경미한 수준이라고 나왔고 공황 관련 신호가 일부 나타났다고 표시됐습니다. 

 

30대 남성 평균도 10점이라 평균과 같은 점수였고 전체 참여자 중에서는 53% 구간이라고 나오더라고요.

 

자가점검은 어디까지나 참고용이라고 되어 있어서 이 결과만 가지고 제 상태를 판단하려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평소 제가 하는 행동들을 생각해보게 됐어요. 특히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출구부터 찾는 행동이 떠올랐습니다.

 

약속 장소가 카페나 식당이라면 자리에 앉기 전에 입구가 어디인지 한번 보게 됩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더 그렇습니다. 안쪽 깊숙한 자리에 앉게 되면 괜히 신경이 쓰이고 가능하면 통로나 출입구에서 너무 멀지 않은 자리가 편합니다.

 

실제로 당장 밖으로 나갈 일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언제든 나갈 수 있다는 걸 확인해야 조금 마음이 놓입니다.

 

처음 가는 건물에서도 비슷합니다. 들어가서 목적지를 찾는 것보다 출입구나 이동할 수 있는 방향부터 눈에 들어옵니다. 지하처럼 바깥이 바로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는 어디로 가야 밖으로 나갈 수 있는지 더 신경 쓰게 되고요.

 

막상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시작하면 괜찮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화에 집중하다 보면 출구 생각을 계속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도 평소에는 이걸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사람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이동하기 어려워 보이면 다시 신경이 쓰입니다. 혹시 갑자기 답답해지면 바로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그때부터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출구 쪽에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도 보게 됩니다.

 

엘리베이터나 대중교통처럼 중간에 바로 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도 비슷한 느낌이 있습니다. 실제로 무슨 일이 생긴 적이 없어도 지금 당장 나가고 싶을 때 나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그 사실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장소가 싫다기보다 내가 원할 때 바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불편해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약속 장소를 정할 때도 은근히 영향을 받습니다. 사람이 너무 붐빌 것 같은 곳은 조금 꺼려지고 처음 가는 곳이라면 내부가 어떤지 미리 궁금해질 때도 있어요. 그렇다고 이런 이유 때문에 약속을 계속 취소하거나 외출을 하지 않는 정도는 아닙니다. 대부분은 그냥 가서 시간을 보내고 돌아옵니다.

 

그래서 더 애매하게 느껴집니다. 일상생활을 못 할 정도는 아닌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확인을 계속하고 있으니까요. 다른 사람들은 식당에 들어가면 빈자리나 메뉴부터 볼 텐데 저는 출입구 위치를 먼저 보고 있다는 걸 깨닫고 나니 조금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자가점검에서 10점이 나온 것도 이런 행동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계기였습니다. 점수 자체는 평균과 같았지만 공황 관련 신호가 일부 나타났다는 설명을 보니 제가 평소 별생각 없이 하던 행동도 한번 돌아보게 되네요.

 

특히 출구가 어디인지 확인한 뒤에야 마음이 조금 편해진다는 점이 가장 궁금합니다. 

 

단순히 원래 주변을 확인하는 습관인 건지 불안할 때 조금이라도 안심하려고 하는 행동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공황이나 불안을 경험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식당이나 카페, 사람이 많은 장소에 들어가면 출구 위치부터 확인하는 분들이 계신가요?

댓글12
  • 익명2
    BEST
    저도 불안감이 높을 때 식당에 가면 구석자리보다 무조건 탈출하기 쉬운 통로 쪽이나 문 앞자리부터 찾게 되더라고요. 
    
    출구를 확인하는 행동 자체가 나쁜 건 아니지만, 심리학적으로는 이 행동을 해야만 안심이 되는 패턴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는 은연중에 불안을 더 키우는 습관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대화가 시작되면 또 괜찮아지신다고 하니, 다음번에 새로운 곳에 가실 때는 의식적으로 출구를 확인하지 않고 1~2분만 대화나 메뉴판에 집중해 보는 '연습'을 조금씩 시도해 보시는 것도 불안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 익명3
    BEST
    글쓴이님이 겁이 많거나 이상해서가 아니라, 마음속 깊은 곳의 불안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본능적인 방어 기제이자 ‘안전행동’입니다. "나는 언제든 원할 때 밖으로 나갈 수 있어"라는 시각적 안도감을 확보해야 비로소 긴장이 풀리는 것이지요. 
    
    점수도 평균 수준이고 일상생활이나 약속을 피하시는 정도가 아니라면 지금 당장 큰일이 난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요즘 내 마음에 조금의 긴장과 불안이 찾아와서 스스로를 지키려고 애쓰는 중이구나 하고 따뜻하게 바라봐 주세요.
    
  • 익명6
    저도 공황장애로 인한 좁은 곳이나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느꼈던 상황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하고 아파오네요.
    
    공황장애가 있으면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때 출구나 비상구부터 확인하는 행동이 꽤 흔하게 나타날 수 있고 이러한 행동은 몸과 뇌가 실제 위험이 없더라도 “혹시 갑자기 불안해지면 여기서 빨리 나갈 수 있을까?”를 먼저 확인하면서 안전을 확보하려는 안전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출구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행동은 아니라는 점이에요. 다만 출구를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디기 어렵거나, 계속 출구 위치를 확인해야 안심된다면 불안이 그 행동을 통해 유지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처음 도착했을 때 출구를 한 번만 확인한 후 
    마음속으로 “출구는 확인했어. 이제 이 자리에 있어도 괜찮아.”라고 생각하고 다시 출구를 확인하고 싶어져도 5분만 미뤄보고 그동안 상대방의 말이나 주변의 소리처럼 현재 상황에 주의를 돌리고 불안이 올라와도 바로 나가지 않고, 가능하다면 불안이 조금 내려가는 것을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네요.
    
     “출구를 절대 확인하지 않기”가 아니라, 출구를 확인하지 않아도 내가 불안을 견딜 수 있다는 경험을 조금씩 늘려 나가는 것이 중요하네요.
    익명4
    작성자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새로운 공간에 갈 때마다 출구부터 찾는 제 모습이 유별난 습관인가 싶어 신경 쓰였는데, 마음속 깊은 곳의 불안과 긴장을 방어하려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 익명5
    저도 꽉 막힌 공간에 가면 항상 그래요.
    출구만 확인해도 마음이 훨씬 편해지죠.
    익명4
    작성자
    제 행동이 겁이 많거나 이상해서가 아니라 저를 보호하려는 본능적인 방어 기제였다는 걸 이해하게 되었어요. 일상생활이나 약속을 피할 정도는 아니니 큰일이 난 게 아니라는 말씀 덕분에 마음이 정말 편안해집니다. 
  • 익명1
    안녕하세요~
    새로운 공간이나 사람을 접할 때 본능적으로 출구부터 찾게 되는 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 불안과 긴장이 자리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ㅎㅎ
    언제든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을 얻고자 하는 마음의 자연스러운 방어 기제이니
    너무 자책하지 마시고 마음이 충분히 안정될 수 있도록 스스로에게 편안한 시간을 주셨으면 합니다
    익명4
    작성자
    익명1님, 따뜻한 댓글 감사합니다. 새로운 공간에 갈 때마다 출구부터 찾는 제 모습이 유별난 습관인가 싶어 신경 쓰였는데, 마음속 깊은 곳의 불안과 긴장을 방어하려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자책하기보다 요즘 제 마음이 지쳐서 안도감을 원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고, 스스로에게 편안한 시간을 더 많이 주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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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출구를 확인하는 행동’ 자체보다 그 행동을 해야 마음이 놓인다는 부분이 더 눈에 들어왔어요. 단순한 습관일 수도 있지만, 불안이 있을 때 스스로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주변을 확인하는 행동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특히 ‘혹시 답답해지면 바로 나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반복되고, 출구와 통로를 확인해야 안심이 된다면 심리적으로는 일종의 **안전행동(safety behavior)**과 연결해서 생각해볼 수 있어요. 불안한 상황에서 출구를 확인하면 잠시 안심이 되지만, 그 안심 때문에 오히려 다음에도 출구를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는 패턴이 만들어질 수도 있거든요.
    
    그렇다고 지금 글만으로 공황장애나 특정 불안장애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자가점검 점수 역시 진단을 대신할 수 없고요. 오히려 지금처럼 ‘내가 어떤 상황에서 더 불편하고, 무엇을 확인하면 안심되는지’를 차분히 관찰해보는 게 더 의미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외출을 피하거나 약속을 계속 취소할 정도가 아니라면, 지금 당장 ‘큰 문제가 생겼다’고 겁먹지는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점점 확인 행동이 많아지거나 외출·대중교통·사람 많은 장소를 피하게 된다면 그때는 전문가와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셔도 좋고요.
    
    어쩌면 출구를 먼저 찾는 건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불안한 순간에도 스스로에게 ‘나는 언제든 나갈 수 있어’라는 안전감을 주려는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마음을 이상하게 여기기보다, 요즘 내 마음이 무엇을 그렇게까지 안전하다고 느끼고 싶어 하는지 한번 따뜻하게 살펴봐 주셨으면 해요. 
    익명4
    작성자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안전감을 주려는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마지막 문장을 읽고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제 행동을 문제삼기만 바빴지, 저를 지키려는 마음으로 바라봐 주지 못했었네요. 앞으로 확인 행동이 더 많아지거나 대중교통이 피해진다면 전문가를 찾되, 지금은 제가 어떤 상황에서 불편함을 느끼는지 차분히 관찰하며 저 자신을 돌보겠습니다. 진심 어린 조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