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되지 않는 시간을 만났을 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으로 무엇을 할지를 결정하는 것, 그것만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All we have to decide is what to do with the time that is given to us.

 — J.R.R. 톨킨, "반지의 제왕"에서 간달프의 대사

r/QuotesPorn - "All we have to decide..." - Gandalf (J. R. R. Tolkien) [1000x1259]

 

살다 보면 내 선택과 무관하게 시작되는 일이 있어요. 갑자기 일이 꼬이기도 하고, 기대했던 결과가 어긋나기도 해요. 열심히 준비했는데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고, 괜찮다고 생각했던 관계가 예상보다 쉽게 멀어질 수도 있죠. 그럴 때 우리는 종종 생각해요. 왜 하필 지금일까. 왜 하필 나일까. 조금만 다른 환경이었다면, 조금만 더 운이 좋았다면 내 삶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고요.

 

 영화와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 역시 그런 마음을 털어놓아요. 자신이 위험한 반지를 갖게 된 일도, 어둠이 짙어진 시대에 태어난 일도 원하지 않았다고 말하죠.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한 호빗에게 너무 무겁고 거대한 일이 주어진 순간이에요.

 

 그때 간달프는 무작정 “힘내라”고 하지 않아요. 괴로운 일을 겪는 사람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말로 상황을 가볍게 만들지도 않죠. 대신 아주 현실적인 말을 건네요.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뿐이라고요.

 

 이 말이 오래 남는 이유는 삶의 불공평함을 부정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태어나는 시대도, 가족도, 처음 주어진 조건도 고를 수 없어요. 예상치 못한 병이나 이별, 실패와 같은 일도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고요. 누구에게나 삶은 계획표대로만 흘러가지 않아요.

 

 하지만 모든 것을 정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에요.

 

 오늘 할 일을 미루지 않는 것. 마음이 복잡해도 누군가에게 먼저 안부를 묻는 것. 실패한 뒤에도 다시 시도할 방법을 찾는 것.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과 거리를 두는 것. 잠시 쉬어 가기로 선택하는 것. 이런 작고 평범한 선택도 결국은 주어진 시간을 내가 살아 내는 방식이 될 수 있어요.

 

 

우리는 자주 인생 전체를 한 번에 바꾸려고 해요. 그래서 큰 결심을 하고, 완벽한 계획을 세우고, 눈에 보이는 결과를 빨리 얻고 싶어 하죠. 하지만 현실의 변화는 생각보다 작은 선택에서 시작될 때가 많아요. 오늘 한 시간만 집중해 보는 일, 미뤄 둔 연락 하나를 보내는 일, 내 마음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일이 쌓여서 어느 날 삶의 방향을 바꿔 놓기도 해요.

 

 간달프의 말은 주어진 현실을 참고 견디라는 말만은 아니에요. 오히려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을수록,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는 말에 가까워요. 상황이 나를 완전히 정의하게 두지 말고, 그 상황 속에서 어떤 사람이 될지는 내가 선택하라는 뜻이죠.

 

 물론 언제나 용감할 필요는 없어요. 지친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수도 있고, 불안해서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 쉬는 것 역시 시간을 쓰는 하나의 선택이에요. 중요한 것은 남들과 비교하며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 하지”라고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는 거예요.

 

 내게 주어진 시간이 모두 반짝이고 행복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어두운 시기에도 작은 불빛을 켤 수는 있어요. 오늘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일, 내 마음을 조금 더 돌보는 일, 포기하고 싶은 마음 속에서도 아주 작은 가능성을 남겨 두는 일이 그 불빛이 될 수 있어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일은 많지만, 오늘을 어떤 마음으로 통과할지는 조금씩 선택할 수 있어요. 간달프의 말은 그래서 거창한 성공보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질문을 남겨요.

 

나는 내게 주어진 이 시간을, 오늘 어떻게 써 보고 싶은가요.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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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
    누구나 같은 상황이 있는건 아니죠..
    더러는 더 힘들기도 하고, 더러는 쉽게 해결하는 일도 있어요..
    하지만 내게 닥친일은 나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 지금의 일들을 나답게 해결하는 힘을 기르는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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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소리
    왜 하필 나일까 싶을 때 진짜 큰 위로가 되네요.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쓸지 차분히 고민해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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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뜻대로 되지 않는 시간을 만났을 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만 생각하기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선택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한 걸음 나아가는 것도, 잠시 쉬어가는 것도 모두 나를 위한 선택이겠지요. 주어진 시간을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 돌아보게 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