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고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지다 보면 가끔은 좋은 관계란 과연 어떤 것일까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될 때가 있어요. 어릴 때는 그저 매일 만나서 맛있는 것을 먹고 시시콜콜한 농담을 나누며 하루 종일 시간을 함께 보내는 친구가 최고라고 생각했잖아요.
그러다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얽히고설킨 복잡한 인연들을 겪다 보니 나에게 진짜 좋은 사람 나랑 진짜 잘 맞는 관계의 기준을 자꾸만 거창하고 높게 잡게 되더라고요. 나와 취향이 완벽하게 맞아야 하고 나의 모든 가치관을 온전히 이해해 줘야만 진짜 좋은 관계라고 스스로 피곤한 잣대를 들이밀면서 사람을 가려 만나려고 애를 쓰기도 했어요.
하지만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마음이 닳고 닳아보니 결국 내 곁에 끝까지 남아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관계는 아주 단순하고 담백한 모습이더라고요.
거창한 조건이나 완벽한 이해를 바라며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피곤한 인연보다는
별다른 이유 없이도 곁에 묵묵히 머물러주는
단순하고 담백한 인연이 진짜 귀하더라고요.
우리는 종종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서 상대방이 힘들 때 거창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려고 무리하게 노력하곤 해요. 상대방의 고민을 내 선에서 어떻게든 해결해 줘야 직성이 풀리고 그게 진짜 든든한 의리라고 착각하는 거죠.
하지만 정작 내가 삶의 무게에 짓눌려 숨쉬기조차 벅차고 힘들 때 진짜 큰 위로가 되었던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나에게 정답을 가르쳐주려 했던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그저 내 우울한 표정을 알아채고 묵묵히 내 옆자리에 앉아 내 한숨 소리를 들어주던 사람 내 슬픔에 아무런 조건 없이 다정하게 고개를 끄덕여주던 그 조용하고 따뜻한 체온 하나면 충분했거든요.
내가 바닥까지 가라앉아 숨쉬기 힘들 때
섣부른 조언이나 차가운 해결책을 내밀기보다
그저 아무 말 없이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것
그 조용한 온기 하나면 충분히 살아갈 힘이 생겨요.
누군가 힘들 때 곁을 지켜주는 것만큼이나 어쩌면 더 어렵고 귀한 마음이 바로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온 마음을 다해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태도인 것 같아요. 슬픔을 나누는 건 동정심으로도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타인의 기쁨과 눈부신 성공을 아무런 질투나 시기심 없이 맑은 마음으로 축하해 주는 건 진짜 깊은 애정과 자존감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더라고요.
속으로 배가 아프거나 뒤에서 깎아내리려는 옹졸한 마음 하나 없이 네가 잘 되어서 내가 다 행복하다며 자기 일처럼 활짝 웃으며 박수 쳐주는 사람을 곁에 두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인생의 가장 큰 보물을 가진 거나 다름없어요.
타인의 성취와 눈부신 기쁨 앞에서도
아무런 시기심이나 옹졸한 질투 없이
온 마음을 다해 투명하게 축하해 줄 수 있는
그 맑고 다정한 마음결이 진짜 사랑이더라고요.
20대를 지나 30대 40대가 되어가면서 각자의 삶의 궤적이 달라지고 짊어져야 할 책임감의 무게가 무거워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전처럼 자주 만나지 못하는 인연들이 참 많아져요. 누구는 직장 생활에 치여서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누구는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키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하루를 억척스럽게 버텨내야 하잖아요.
각자 주어진 척박한 현실에서 어떻게든 입에 풀칠하고 먹고살겠다고 아등바등 버티다 보면 아무리 좋아하고 아끼던 친구라도 자연스럽게 연락이 뜸해지고 심지어는 몇 달 몇 년 동안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채 멀어지는 일이 너무나도 당연하고 씁쓸한 어른의 일상이 되어버리죠.
각자 주어진 삶의 무거운 책임감을 버텨내느라
어쩔 수 없이 연락이 뜸해지고 멀어지더라도
서로의 팍팍한 현실을 묵묵히 깊게 이해해 주고
쉽게 서운해하지 않는 너그러움이 참 필요해요.
예전에는 이렇게 바쁘다는 핑계로 멀어지는 관계들을 보며 내가 관리를 못해서 인연이 끊어지는 건 아닐까 조바심을 내기도 하고 먼저 연락 없는 친구에게 서운함을 느끼며 혼자 마음속으로 미워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지고 연락의 빈도가 확 줄어든다고 해서 그 사람과 나누었던 진심 어린 마음이나 추억의 깊이마저 얕아지는 건 아니라는 걸 아주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진짜 좋은 관계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안부를 묻고 시시콜콜 일상을 공유해야만 유지되는 얄팍한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다가도 문득 생각날 때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넉넉한 여백이 있는 관계더라고요.
매일 연락하고 자주 얼굴을 마주 보지 못하더라도
서로의 마음속에 다정한 방 한 칸을 기꺼이 내어주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의 안녕을 진심으로 빌어주는
넉넉한 여백이 있는 관계가 진짜 어른의 인연이에요.
그렇게 각자의 삶에 치여 까마득하게 잊고 지내다가 정말 오랜만에 연락이 닿거나 마주 앉았을 때 어색함이라고는 단 1초도 없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편안하게 웃고 떠들 수 있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길고 길었던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순식간에 예전의 그 다정하고 편안했던 공기 속으로 나를 퐁당 빠져들게 만들어주는 고마운 사람들 말이에요.
그동안 어떻게 번듯하게 살았는지 굳이 억지로 포장하거나 잘난 척할 필요도 없고 요즘 참 많이 힘들고 지쳤다며 있는 그대로의 초라한 모습을 툭 꺼내어놓아도 완전히 무장해제된 채 나를 온전히 품어주는 그런 푸근한 관계가 우리의 팍팍한 삶을 참 윤택하고 살만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몇 년 만에 불쑥 연락해서 마주 앉아도
어색함 하나 없이 어제 만난 것처럼 다정하게
내 초라한 모습까지 무장해제 시켜주는 관계가
우리의 팍팍한 삶을 숨 쉬게 하는 진짜 구명조끼가 돼요.
결국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잊지 못할 거창한 이벤트나 서로에게 어떤 이득을 줄 수 있는지 따져 묻는 날 선 조건이 아니라 그저 서로의 존재 자체가 깊은 쉴 곳이 되어주는 편안함인 것 같아요. 우리가 평소에 가장 즐겨 입는 아끼는 옷은 화려하고 값비싼 옷이 아니라 내 몸에 가장 부드럽게 감기고 오랫동안 입어 낡았지만 활동하기 편안한 옷이잖아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도 딱 그런 것 같아요.
나를 억지로 꾸미거나 잔뜩 긴장할 필요 없이 밑바닥에 있는 찌질하고 못난 모습까지 숨김없이 보여줘도 전혀 부끄럽지 않은 관계 내가 어떤 엉뚱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덮어놓고 내 편이 되어주는 그런 무해한 인연 하나만 있어도 우리는 이미 성공한 인생을 살고 있는 거예요.
화려하고 값비싼 명품보다 편안한 낡은 옷처럼
긴장하거나 나를 애써 그럴싸하게 꾸며낼 필요 없이
존재 그 자체로 서로에게 가장 편안한 쉼터가 되어주는
그런 무해하고 다정한 인연을 오래 곁에 두고 싶어요.
오늘 가만히 생각해보니 굳이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관계의 폭을 무리하게 넓히려고 아등바등 피곤하게 살 필요가 전혀 없겠다는 든든한 확신이 들어요.
그저 지금 내 곁에서 나의 못난 구석까지 다 알면서도 묵묵히 곁을 내어주는 소중한 몇 사람에게만 온전히 집중하고 그들의 다정함에 매일 깊이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우리 인생은 충분히 꽉 차고 넘치니까요.
좋은 관계라는 게 뭐 정말 별거 있나요 그저 내가 나답게 숨 쉴 수 있게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고 가끔 만나도 늘 한결같은 온기로 서로의 시린 마음을 덥혀주면 그걸로 완벽한 거죠.
굳이 새로운 낯선 인연을 찾으려 발버둥 치기보다
지금 내 곁에서 한결같은 온기를 넉넉하게 나누어주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다정하고 깊숙하게 집중하며
이 따뜻한 관계들을 튼튼하게 지켜나가려고 다짐해요.
바쁘고 먹고살기 힘들다는 핑계로 한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소중한 친구나 지인들에게 오늘 저녁에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잘 지내냐는 안부 인사 하나 툭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굳이 길고 장황한 근황 설명도 필요 없이 그저 네가 문득 생각나서 연락해 봤다는 그 짧고 다정한 진심 한마디면 멀게만 느껴졌던 서먹한 거리감이 봄눈 녹듯 사라지고 다시 예전의 그 끈끈하고 따뜻했던 온기로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우리 모두가 서로에게 바라는 것 없이 있는 그대로를 편안하게 안아주는 참 좋은 인연들을 곁에 두고 매일매일 조금 더 다정하고 충만한 하루를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할게요.
오늘 밤에는 오랫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던
그리운 옛 인연에게 먼저 따뜻한 안부를 넌지시 건네며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편안한 미소와 함께
마음 가득 넉넉하고 몽글몽글한 밤을 맞이하시길 바랄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