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보는 가장 기본, 밥 한 끼의 힘

제대로 먹지 않고서는 제대로 생각할 수도, 

사랑할 수도, 잠들 수도 없다.”

— 버지니아 울프 (Virginia Woolf), 《자기만의 방》(1929), 제1장에 나오는 문장의 의역

 

나를 돌보는 가장 기본, 밥 한 끼의 힘

 

처음 이 명언을 접했을 때 조금 의외였습니다. 보통 유명한 작가나 철학자의 말이라고 하면 인생의 거창한 목표나 인간관계, 혹은 성공에 관한 깊은 통찰을 떠올리기 마련이니까요. 그런데 버지니아 울프는 의외로 단순하게, 잘 먹어야 생각도 제대로 하고 사랑도 하며 잠도 잘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얼핏 들으면 너무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우리는 이 당연한 것들을 생각보다 자주 무시하며 살아갑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끼니 거르지 말고 잘 챙겨 먹으라고 다정하게 말하면서도, 정작 혼자 있을 때는 아무거나 대충 때우고 넘길 때가 많거든요. 때로는 먹는 일에 시간을 쓰는 것조차 아깝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울프의 문장을 읽으며 그동안 제가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고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를 돌보는 가장 기본, 밥 한 끼의 힘

 

몸이 피곤한 날에는 생각까지 꼬이곤 합니다. 며칠 전, 유난히 할 일이 많아 점심조차 제대로 못 먹고 퇴근한 날이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처리할 일이 남았기에 대충 먹고 빨리 움직이려 했죠. 그런데 이상하게 별것 아닌 일에도 자꾸 짜증이 났습니다. 평소라면 그냥 넘겼을 사소한 말들이 귀에 거슬리고, 누군가 말을 걸면 대답하는 것조차 귀찮게 느껴졌습니다. 특별히 기분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죠.

 

그러다 문득 하던 일을 멈추고 따뜻한 밥을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쉬고 나니, 아까 그렇게 신경 쓰였던 일들이 사실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밥 한 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그날 깨달았습니다. 마음의 문제라고 믿었던 괴로움이 사실은 그저 몸이 지쳐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는 것을요.

 

우리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그 이유를 주로 마음에서만 찾으려 합니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왜 이렇게 여유가 없을까',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하며 스스로를 다그치곤 하죠. 하지만 그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밥은 제대로 먹었는지, 잠은 충분히 잤는지, 쉴 틈 없이 너무 오래 달린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버지니아 울프가 '식사'를 말한 진짜 이유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은 여성의 글쓰기와 경제적 독립을 다룬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울프는 이 책에서 풍족한 환경의 남성 중심 대학과 재정적으로 빈약한 여성 대학의 식사를 대비시켜 보여줍니다. 좋은 교육이나 뛰어난 창작 활동이 단순히 개인의 재능과 의지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짚어낸 것이죠. 충분한 자원과 자유로운 시간, 그리고 안정적인 생활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비로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도 생긴다는 뜻입니다.

 

이 배경을 알고 나니, 단순한 생활 조언처럼 보였던 명언이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누군가 성과를 내면 그 사람의 노력과 능력에 주목하고, 반대로 결과가 좋지 않으면 '더 열심히 하지 그랬느냐'고 말합니다. 하지만 출발선은 모두 같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충분히 쉬며 공부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일하고 남은 시간에 겨우 책을 펼칩니다. 어떤 이에게는 당연한 세 끼 식사와 조용한 공간이 다른 이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조건일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를 지운 채 오로지 '의지'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평가일까요. 울프가 말한 식사는 단순한 섭취를 넘어, 인간이 삶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본 조건'을 의미합니다.

 

나를 돌보는 가장 기본, 밥 한 끼의 힘

 

돌아보면 우리는 자신에게만 유독 인색할 때가 많습니다. 가족이 아프면 쉬라고 하고, 친구가 피곤해하면 무리하지 말라고 권합니다. 누군가 밥을 굶으며 일하고 있으면 안쓰러운 마음에 만류하죠. 그런데 정작 자신에게는 그런 관대함이 없습니다. '이 정도 피곤함은 참을 수 있어', '밥 한 끼쯤 대충 먹어도 괜찮아'라며 스스로를 뒷전으로 미룹니다. 쉬고 싶어도 할 일이 남았다는 이유로 계속 몸을 움직입니다. 타인에게 적용하는 기준과 나에게 적용하는 기준이 너무나 다른 셈입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자신을 돌보는 일을 미뤄야만 하는 날들이 있습니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거나 경제적인 여유가 없을 수도 있겠지요. 그런 어려움까지 개인의 습관 문제로 치부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나를 돌보는 일을 늘 마지막 순서로 미루고 있다면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나를 챙기는 일이 모든 일을 마친 뒤에야 주어지는 '보상'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제대로 먹는다는 것이 반드시 비싼 음식을 먹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을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제대로 된 식사'는 조금 다릅니다. 너무 급하게 먹지 않고, 식사하는 동안만큼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 온전히 느끼는 시간이라면 충분합니다. 냉장고 속 반찬 몇 가지를 꺼내 먹더라도, 식탁에 앉아 천천히 음미하는 것과 서서 허겁지겁 해치우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니까요.

 

어떤 날은 간단한 국에 밥 한 공기면 충분하고, 좋아하는 반찬 하나만 있어도 행복합니다. 그 시간만큼은 타인의 부탁이나 해야 할 일들을 잠시 내려놓아도 좋습니다. 거창한 식단보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을 챙기는 일이 사치가 아니라, 일상의 당연한 기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잘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평범한 일에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많은 목표를 세웁니다. 돈을 모으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더 멋진 사람이 되려 노력하죠. 물론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 목표를 위해 지금의 생활을 끊임없이 희생해야 한다면, 그것 또한 돌아봐야 합니다.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미래를 맞이할 사람은 '지금의 나'이기 때문입니다.

 

버지니아 울프의 명언은 그래서 현실적입니다. 삶을 잘 가꾸기 위해서는 높은 이상과 훌륭한 생각도 필요하지만, 그 생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내 몸과 생활을 지탱하는 일이 먼저라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나를 돌보는 가장 기본, 밥 한 끼의 힘

 

오늘은 다른 무엇보다 밥부터 제대로 먹어보려 합니다. 이 글을 쓴다고 해서 내일부터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겠지요. 여전히 바쁜 날에는 끼니를 대충 때울 것이고, 피곤함 속에서도 일을 놓지 못하는 날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나를 돌보는 일을 '별거 아닌 일'로 여기지는 않으려 합니다.

 

사람이 언제나 강한 의지만으로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기운이 없으면 쉬어야 하고, 배가 고프면 먹어야 하며, 너무 과하게 달렸다면 잠시 멈춰야 합니다. 이런 평범한 일들을 제대로 해내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더 나은 삶을 위해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믿지만, 때로는 지금 하는 일을 잠시 내려놓고 나를 위한 밥 한 끼를 정성껏 차리는 것이 가장 필요한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나중에 잘 살기 위해 지금의 나를 계속 소홀히 대하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일 아닐까요. 오늘 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여러분은 요즘 자신을 얼마나 잘 챙기며 지내고 계신가요? 다른 사람의 안부는 세심히 살피면서, 정작 자신의 식사와 휴식은 자꾸만 뒤로 미루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댓글1
  • 프로필 이미지
    ana
    오늘 밥 제대로 못 먹었는데 이걸 보니 제대로 챙겨 먹어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ㅎㅎ

나를 바꾸는 오늘의 명언 인기글

나를 바꾸는 오늘의 명언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