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가 가장 이상하다고 느끼는 건 힘든 일이 있어서 우울한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오히려 별일 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고 가끔은 좋은 일도 생깁니다. 기다리던 택배가 오기도 하고,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기도 하고, 오랜만에 친구에게 연락이 오기도 합니다.

그 순간에는 분명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그게 정말 잠깐이에요.

예전에는 맛있는 걸 먹으면 그날 저녁까지 기분이 좋았고,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 며칠 동안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도 오늘 재미있었다는 생각을 했고요.

요즘은 뭔가 좋은 일이 있어도 그 순간이 지나면 바로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느낌입니다.

주말에 어디를 갈까 찾아보다가도 갑자기 귀찮아져서 창을 닫습니다.

배달앱을 켜놓고 이것저것 보다가 뭘 먹어도 비슷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휴대폰을 내려놓을 때도 있고요.

보고 싶었던 드라마가 새로 올라와도 막상 틀어놓으면 10분 정도 보다가 다른 걸 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게 재미있는 것도 아닙니다.

예전에는 퇴근이나 주말을 기다렸는데 요즘은 금요일이 되어도 별 느낌이 없습니다.

월요일이 싫기는 한데 그렇다고 주말이 특별히 기다려지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비슷한 날이 반복되는 기분입니다.

가끔 좋은 일이 생기면 순간적으로 기분이 올라갔다가 금방 다시 아무 감정 없는 상태로 내려옵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 차이가 더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내가 원래 이렇게 재미없는 사람이었나 싶기도 하고,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을 보면 작은 일에도 좋아하고 다음 휴일에 뭐 할지 이야기하고 몇 달 뒤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즐거워합니다.

저도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맞장구는 치는데 속으로는 조금 부럽습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마음이 있다는 게 부럽더라고요.

요즘 제 하루를 생각해보면 해야 하는 일은 계속 하고 있습니다.

밥도 먹고 일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필요한 것도 사고요.

누가 보면 별문제 없이 사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생활을 못 할 정도로 힘든 건 아닙니다.

그래서 더 애매합니다.

차라리 무슨 큰일이 있었다면 내가 왜 이런지 이유라도 알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가 없으니까 설명하기도 어렵습니다.

누가 요즘 어떠냐고 물으면 결국 그냥 똑같다고 대답합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예전과 똑같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슬픈 일이 많아진 것보다는 즐거운 일이 줄어든 쪽에 더 가깝습니다.

웃을 일이 있으면 웃기는 하는데 그 기분이 오래 남지 않고, 뭘 해도 다음에 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얼마 전에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요즘 뭘 기다리면서 살고 있지.

생각해보니 딱 떠오르는 게 없었습니다.

거창한 꿈이나 목표를 말하는 게 아니라 다음 주에 먹고 싶은 음식이나 보고 싶은 영화 같은 사소한 것조차요.

그게 조금 무서웠습니다.

계속 힘들다거나 계속 슬픈 건 아닌데 삶에서 기대하는 게 조금씩 없어지는 느낌이라서요.

이런 것도 우울한 상태라고 볼 수 있는 건지, 아니면 그냥 지치고 반복되는 생활에 익숙해진 건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혹시 저처럼 나쁜 일이 있는 건 아닌데 좋은 일이 생겨도 기분이 오래가지 않고, 예전보다 뭔가를 기다리는 마음 자체가 줄어든 분도 계신가요?

다시 예전처럼 사소한 일을 기다리고 좋아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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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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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글을 읽으면서 ‘힘든 일이 없는데 왜 나는 아무것도 기다려지지 않을까’ 하는 그 마음이 참 먹먹하게 느껴졌어요.
    
    꼭 눈물이 나고 하루 종일 슬퍼야만 마음이 힘든 건 아니거든요. 오히려 말씀하신 것처럼 일상은 그대로 굴러가는데, 예전에는 분명 즐거웠던 것들이 잠깐 기분을 올려줄 뿐 금세 아무 감정 없는 상태로 돌아오는 것도 마음의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는 신호일 수 있어요.
    특히 저는 “나는 요즘 뭘 기다리면서 살고 있지”라는 문장이 마음에 오래 남네요.
    
    사람이 힘든 것보다 더 지치는 순간은, 힘든 이유조차 모르겠는데 하루하루가 그냥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요.
    
    그렇다고 ‘내가 재미없는 사람이 됐나’,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하고 자신을 탓하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단순히 게을러진 것도, 의지가 약해진 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상태가 몇 주 이상 계속되고, 예전보다 즐거움이나 의욕이 현저히 줄어든 느낌이 이어진다면 혼자 견디면서 이유를 찾기보다는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센터에서 현재 상태를 한번 점검해보는 것도 좋겠어요.
    
     꼭 심각한 상태라는 뜻이 아니라, 내 마음의 배터리가 얼마나 남아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처럼요.
    그리고 당장 예전처럼 큰 즐거움을 되찾으려고 애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주말엔 꼭 행복해야지”보다
    오늘 햇빛이 좋았네, 이 음식은 생각보다 괜찮았네, 친구에게 연락이 와서 반가웠네…
    그 정도의 작은 감정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번 붙잡아주는 것부터요.
    
    기대하는 마음은 어느 날 갑자기 돌아오는 게 아니라, 아주 작은 ‘다음’을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다시 생기기도 하니까요.
    
    무엇보다 지금 본인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걸 이렇게 세심하게 알아차리고 있다는 것, 저는 그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덤덤함 속에서도 “나는 다시 무언가를 기다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계시잖아요.
    
    그 마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직 삶을 향한 마음의 끈을 놓지 않고 계신 거예요.
    
    조금 천천히, 다시 기다릴 작은 것 하나부터 찾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 익명1
    큰 불행은 없지만 기쁨과 기대감이 금방 사라지는 것은 마음의 에너지가 고갈되어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감정적 번아웃 상태인것 같아요~!
    
    
    남들과 비교하며 조급해하기보다 억지로 재미를 찾으려 애쓰기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완전한 쉼으로 마음의 배터리를 먼저 채워주세요~
    오늘 퇴근길 시원한 음료 마시기처럼 10분 뒤에 누릴 사소한 즐거움부터 
    아주 천천히 느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