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는 친구, 이런 것도 나르시시스트 성향일까요?

오래 사람들을 만나고 지내다 보면 성격이 정말 다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되는데요. 

 

요즘 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유난히 마음이 불편해서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지 고민하고 있어요. 특히 힘든 건 무슨 일이 생겨도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다는 점이에요.

 

사람이 살다 보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말을 잘못할 수도 있잖아요. 저도 그렇고요. 그런데 이 친구는 뭔가 문제가 생겼을 때 미안하다는 말보다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먼저 설명하는 편이에요. 처음에는 자기 입장을 이야기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나 사정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비슷한 일이 반복되다 보니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친구가 먼저 실수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도 이야기를 계속 듣다 보면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이 원인을 제공한 일이 되어 있어요. 상대가 먼저 그렇게 행동했기 때문에 자기도 그랬다는 식으로 흘러가거나, 자기는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상대가 잘못 받아들였다고 해요.

 

제가 그 일 때문에 조금 서운했다고 이야기하면 제 마음을 먼저 생각해주기보다는 자신에게는 그런 의도가 없었다는 설명이 길어집니다. 그러다 보면 처음에 제가 왜 서운했는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친구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만 계속 듣게 돼요.

 

결국 대화를 마치고 나면 제가 괜한 문제를 꺼낸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이 친구에게 서운한 일이 있어도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부터 고민하게 돼요. 이야기한다고 해서 서로 미안했던 부분을 인정하고 풀리는 게 아니라 누가 맞는지를 따지는 대화가 되는 느낌이거든요.

 

제가 기억하고 있는 상황과 친구가 이야기하는 상황이 다를 때도 있어요. 저는 분명 이런 순서로 일이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친구는 전혀 다르게 설명합니다. 처음에는 서로 기억이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친구가 너무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하면 나중에는 제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건가 싶어질 때도 있습니다.

 

한번은 제가 그냥 서로 조금씩 잘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는데 그것도 잘 받아들이지 않더라고요. 자기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설명이 다시 이어지니까 결국 제가 알겠다고 하고 대화를 끝내게 됩니다.

 

친구 사이에 누가 옳고 누가 틀렸는지를 매번 따지고 싶은 건 아니에요. 오히려 저는 가까운 사이니까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하고, 서로 기분 나빴던 부분이 있으면 조금씩 이해하면서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와는 그런 과정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사과를 받아내고 싶은 게 아니라 제 마음도 조금은 인정받고 싶은 건데 그게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나르시시스트에 관한 글들을 우연히 보게 됐어요. 자기 잘못을 인정하기 어려워하고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거나 상대방의 감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읽다 보니 친구와 있었던 일들이 생각났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친구를 보고 나르시시스트라고 단정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사람 성격이라는 게 몇 가지 행동만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제가 보고 느낀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도 아니니까요. 다만 이런 행동이 계속 반복되니까 혹시 제가 관계에서 뭔가 이상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졌어요.

 

평소에는 괜찮을 때도 많아요. 같이 편하게 이야기할 때도 있고 서로 웃으면서 지낼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헷갈려요. 항상 힘든 관계였다면 차라리 거리를 두어야겠다고 생각했을 텐데 평소에는 괜찮다가 갈등이 생기는 순간에만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들어요.

 

제가 친구 의견과 다르게 이야기하면 대화가 점점 길어지고, 결국 제가 지쳐서 그만 이야기하자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고 집에 돌아오면 내가 처음부터 말을 꺼내지 말았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요즘에는 친구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기 전에 괜히 문제가 될 만한 말은 아닌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친구 사이에서 이렇게까지 눈치를 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가장 신경 쓰이는 건 친구의 행동보다 제가 점점 제 판단을 믿지 못하게 되는 부분이에요. 분명 처음에는 서운해서 이야기를 꺼냈는데 대화가 끝날 때쯤에는 내가 너무 예민했나 싶어집니다.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 다시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제가 서운할 만했던 것 같고요.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제 마음도 왔다 갔다 하네요. 친구에게 나르시시스트라는 말을 직접 꺼낼 생각은 없습니다. 괜히 사람을 어떤 성향으로 정해놓고 모든 행동을 거기에 맞춰 해석하고 싶지도 않아요. 

 

다만 자기 잘못을 거의 인정하지 않고 갈등이 생길 때마다 상대방에게 원인을 돌리는 행동이 계속된다면 제가 이 관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혹시 주변에 비슷한 친구가 있는 분들도 계신가요?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항상 상대방의 행동에서 이유를 찾는 것도 나르시시스트 성향에서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인지 궁금합니다. 

 

이런 친구와 갈등이 생겼을 때 끝까지 제 입장을 설명하는 게 나은지, 아니면 어느 정도 선에서 더 이상 설득하려 하지 않는 게 나은지도 다른 분들의 경험을 들어보고 싶어요.

댓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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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피푸강아지똥
    상담교사
    BEST
    답변수 1,384채택률 7%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갈등이 생길 때마다 자기 잘못을 절대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돌리는 친구 때문에 마음고생이 정말 심하셨겠습니다. 평소에는 사이가 좋고 재미있다 보니 '내가 예민한가?' 싶어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고, 대화가 끝나면 늘 나만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그 허탈함과 피로감은 겪어본 사람만이 아는 깊은 상처입니다.
    
    작성자님께서 결코 예민하거나 틀린 것이 아니라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말씀하신 상황과 고민에 대해 정리한 의견을 전해드립니다.
    
    나르시시스트 성향 및 자기방어 기제와의 연관성
    
    언급하신 행동들(잘못 인정 거부, 타인에게 책임 전가, 감정 무시, 기억의 왜곡 및 확신, 대화의 본질 흐리기)은 나르시시스트 성향이나 극심한 '내면의 취약성'을 지닌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이들은 '내가 틀렸다'거나 '내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자신의 자아 이미지나 수치심을 견디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방어기제를 작동시켜 상황을 왜곡하고, 상대를 탓하며 자신을 보호하려 합니다.
    
    '가스라이팅'의 위험성과 나를 향한 의심
    
    "분명 내 기억이 맞는데 친구가 너무 확신을 차서 말하니 내가 틀렸나 싶다", "대화 후에는 내가 괜히 말을 꺼냈나 싶다"고 느끼시는 것은 전형적인 스스로에 대한 신뢰 상실(가스라이팅 여파) 증상입니다.
    
    친구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이러한 대화 방식이 반복되면 상대방은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불신하게 되고 결국 눈치를 보며 자기검열을 하게 됩니다. 작성자님이 스스로의 판단을 믿지 못하게 되는 지금의 상황이야말로 가장 경계해야 할 신호입니다.
    
    갈등 상황에서 끝까지 설득하는 것이 맞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더 이상 설득하거나 내 감정을 이해시키려 애쓰지 않는 것이 나스스로를 지키는 길입니다.
    
    이러한 성향을 가진 사람과의 대화는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대화'가 아니라 '누가 이기고 지는가를 다투는 재판'처럼 흘러갑니다. 작성자님이 정당한 서운함을 표현해도, 상대는 이를 '나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절대로 "내가 미안했어"라는 사과를 건네지 않습니다.
    
    끝까지 내 입장을 설득하려 할수록 상대는 더 정교한 논리와 변명으로 반박할 것이고, 결국 작성자님의 에너지와 감정만 소모된 채 지쳐서 포기하게 됩니다.
    
    앞으로 이 관계를 다루는 지혜로운 기준
    
    감정적 기대를 내려놓기: 이 친구에게는 "내 서운함을 이해해 주고 진심으로 사과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접으셔야 합니다. 깊은 사과와 공감을 나눌 수 없는 관계라는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A-B 테크닉'으로 대화 끊어내기: 서운한 점이 생겨 말해야 할 때는 긴 대화를 이어가지 마세요. *"나는 이러이러해서 서운했어"*라고 담백하게 한 번만 전달하고, 상대가 변명이나 책임 전가를 시작하면 "너는 그렇게 생각했구나. 알겠어" 하고 대화를 가볍게 마무리지으세요. 상대의 논쟁에 휘말려 들어가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적당한 거리 두기: 평소 가벼운 스몰토크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용도의 관계 정도로 거리를 재조정해 보세요. 내 깊은 감정이나 중요한 고민, 갈등이 생길 만한 민감한 주제는 나눌 수 없는 '겉으로 친한 사이'로 위치를 옮겨두는 것이 작성자님의 평정을 지켜줍니다.
    
    자신의 감정과 기억을 의심하지 마세요. 작성자님이 느꼈던 서운함과 당황스러움은 지극히 정당한 감정입니다. 타인을 이해하려는 그 다정하고 솔직한 마음을, 이제는 내 기억과 감정을 지키는 데 먼저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익명3
    글쓴이님이 혼란스러워하시는 본질을 딱 짚어드릴게요. 나르시시스트든 아니든 간에, 그 친구는 '자존심이 자존감보다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서 자기 과오를 마주할 용기가 없는 유약한 사람'일 뿐입니다.
    
    자기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순간 본인의 가치가 무너진다고 믿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역공을 펼치는 거예요. 사실 왜곡, 기억 개조, 적반하장 등등 쓰신 글에 나온 행동들이 그 증거입니다.여기에 말려들어서 '내가 이상한가?'라고 생각하는 순간 상대방의 페이스에 완전히 말려드는 겁니다.
    
    친구라는 타이틀을 떼고 보세요. 만나고 와서 내 판단력을 의심하게 만들고 눈치 보게 만드는 사람은 '친구'가 아니라 '정신적 가해자'입니다.
    
    평소에 잘 맞고 재밌는 건 아무 의미 없습니다. 사기꾼도 사기 치기 전까진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이고 나에게 잘 맞춰주는 법이니까요. 갈등 상황에서 밑바닥을 보인 그 모습이 진짜 그 사람의 본모습입니다. 더 이상 감정 낭비하지 마시고, 서서히 멀어지면서 본인의 정신 건강부터 챙기세요. 글쓴이님 잘못은 단 1%도 없습니다.
    익명4
    작성자
    정성 가득한 댓글로 제 편이 되어주셔서 정말 든든합니다, 익명3님!
    
    '내가 이상한가?' 하고 생각하는 순간 완전히 말려드는 거라는 지적이 마음에 콕 박혔어요. 그동안 사실 왜곡이나 적반하장을 겪으면서도 제 기억을 먼저 의심하느라 괴로웠는데, 덕분에 제 판단을 다시 믿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 마음을 지키기 위해 감정 낭비는 이제 그만할게요.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 익명2
    저도 정확히 그런 친구 때문에 정신과 상담까지 받았던 경험이 있어서 남 일 같지가 않네요. 나르시시스트 성향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그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마주할 용기가 없어서 남 탓을 하는 비겁한 방어기제를 쓰는 거예요.
    
    설득하려고 하지 마세요. 벽 보고 얘기하는 게 훨씬 생산적일 겁니다. 작성자님이 눈치 보며 긴장하게 만드는 친구라면 이미 친구가 아닙니다. 조금씩 연락 횟수를 줄이며 자연스럽게 멀어지시는 걸 진심으로 추천해 드립니다. 작성자님의 서운함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이었습니다!
    익명4
    작성자
    익명2님, 힘드셨을 텐데 본인의 아픈 경험까지 나누며 진심으로 조언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신과 상담까지 받으실 정도로 괴로우셨다니 그간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하셨을지 감히 상상이 안 가네요. '벽 보고 얘기하는 게 훨씬 생산적'이라는 말씀에 정말 격하게 공감합니다. 제 서운함이 정상적인 감정이었다고 말씀해 주셔서 가슴속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아요. 보내주신 추천대로 제 마음을 긴장하게 만드는 관계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연습을 해볼게요. 따뜻한 위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 프로필 이미지
    verastar
    임상심리사
    답변수 1,457채택률 5%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서운해서 말을 꺼냈는데 대화가 끝날 때쯤엔 내가 예민한 사람이 되어 있고, 집에 와서 다시 생각하면 역시 서운할 만했다 싶은 그 반복이 참 지치셨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친구의 행동보다 내 판단을 믿지 못하게 되는 게 가장 신경 쓰이신다는 말씀이 마음에 남아요. 평소엔 편하게 웃을 때도 많은 친구라 더 헷갈리시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돼요.
    
    질문하신 것부터 답해볼게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원인을 상대에게 돌리는 모습은 나르시시스트 성향에서도 나타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그렇다고 볼 수는 없어요. 자존심이 상하는 걸 못 견디거나, 비난받는다고 느끼면 먼저 방어하는 습관이 있는 사람도 같은 모습을 보이거든요. 그리고 저도 그 친구를 진단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라벨보다 중요한 건 이 대화 방식이 작성자님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예요. 서운함을 꺼낼 때마다 내 마음은 사라지고 상대의 해명만 남는다면, 이유가 무엇이든 그 관계에서 감정을 나누기가 어렵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그럼 끝까지 설명할지, 어느 선에서 멈출지에 대해서는, 저는 설득을 목표로 삼지 않으시길 권해요. 상대가 잘못을 인정하게 만드는 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라, 그걸 목표로 하면 대화가 길어지고 지치기만 해요. 대신 내 느낌을 한 번 분명히 전하는 것까지를 내 몫으로 정하세요. 나는 그때 이런 점이 서운했어, 네 의도는 알겠어, 그래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는 것만 알아줘, 정도면 충분해요. 그다음에도 해명이 이어지면 우리 기억이 좀 다르네, 이 얘긴 여기까지만 하자, 하고 담담하게 멈추셔도 괜찮아요. 이건 지는 것도 동의하는 것도 아니에요.
    
    내 판단을 믿는 연습도 함께 해보세요. 대화 직후 흔들릴 때 결론을 내리지 말고, 그날 내가 서운했던 점과 사실을 짧게 메모해두세요.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면 내 감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하는 기준이 돼요. 기억이 서로 다른 일은 확신의 크기로 정답이 가려지지 않으니, 누가 맞는지 따지기보다 그때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에 집중하세요. 그리고 갈등이 아닌 평소엔 편한 친구이니, 이 친구와는 가벼운 대화와 즐거운 시간을 중심으로 지내고, 서운함이나 민감한 이야기는 다른 사람과 나누는 식으로 관계의 결을 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이런 패턴이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고 작성자님을 계속 소진시킨다면 그때 거리를 더 두는 것도 선택지예요.
    
    작성자님은 사람을 성급히 단정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감정을 정확히 알아차리는 분이에요. 그 균형감을 믿고, 내 마음을 한 번 분명히 전하는 데까지만 힘을 쓰시길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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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트홀릭
    상담심리사
    답변수 2,919채택률 6%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 친구와의 관계에서 감정을 짓눌리며 스스로의 판단마저 의심하게 되었던 시간들이 얼마나 고되고 답답하셨을지 깊이 공감해요.
    ​갈등이 생길 때마다 책임을 방어하고 상대로 하여금 원인을 찾게 만드는 태도는 심리사회학적으로 자기방어기제가 강하게 작동하는 모습과 맞닿아 있어요.
    ​내 감정을 인정받기 위한 대화가 오히려 소모적인 논쟁으로 돌아올 때 끝까지 설득하려 애쓰는 것은 에너지마저 고갈시키는 결과를 낳기 쉬워요.
    ​상대방의 방어적인 논리에 맞춰 정당성을 증명하려 하기보다 내 마음의 타당성을 스스로 믿고 지켜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때로는 불필요한 설득을 멈추고 거리를 두는 선택이 관계 안에서 나를 보호하는 현명한 방어선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평온한 일상의 모습 뒤에 숨겨진 소모적인 갈등 패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작성자님의 소중한 마음을 가장 먼저 보듬어 주세요.
    익명4
    작성자
    제 글을 진심으로 공감해 주시고 전문적인 조언을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갈등이 생길 때마다 제 감정을 짓눌러가며 '내가 예민한가' 끊임없이 자책하고 의심하느라 마음이 많이 고되고 피로했습니다.
    
    상대의 강한 자기방어기제에 맞춰 제 정당성을 증명하려 애쓰는 행동이 제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불필요한 설득을 멈추고, 제 마음의 타당성을 먼저 믿으며 저를 보호하는 건강한 방어선을 세워보도록 하겠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찌니
    상담교사
    답변수 4,229채택률 3%
    님이 결코 예민하신 것이 아니며, 지금 느끼시는 혼란과 피로감은 매우 당연한 반응입니다.
    ​말씀하신 특성들은 나르시시스트적 성향의 대표적인 모습과 매우 일치합니다.
    ​자신의 오류를 인정하면 자존감이 무너진다고 느껴, 변명이나 상대의 반응을 핑계로 책임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상대의 기억이나 감정을 계속 부정하여 결국 "내가 예민한가?" 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서운함이라는 감정에 공감하기보다 '누가 옳고 틀린지'의 논리 싸움으로 전환해 상대를 지치게 합니다.
    ​이런 성향의 사람을 끝까지 설득하려 하거나 내 입장을 이해시키려 노력하는 것은 나의 에너지 단절과 무력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상대는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감정적 대립에 깊이 말려들지 마시고, 내 감정과 판단을 스스로 먼저 믿어주는 선을 지키시는 것이 좋습니다. 갈등 상황에서는 적당한 선에서 대화를 마무리를 짓고, 평소 관계에서도 마음의 거리를 두며 님의 정서적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시길 권해드립니다.
    익명4
    작성자
    매번 갈등이 생길 때마다 집에 와서 혼자 자책하고 눈치 보느라 마음이 많이 피로했는데, 제가 예민한 게 아니라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됩니다. 그동안 느꼈던 답답함이 찌니님의 글을 읽으며 사르르 풀리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제 감정과 판단을 먼저 믿어주는 연습을 해보려고 해요.
  • 프로필 이미지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답변수 3,584채택률 5%
    자꾸 마음에 남는 건 친구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보다,
    그 관계를 겪으면서 글쓴님이 점점 자신의 마음과 기억을 의심하게 되었다는 것이에요.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이유를 설명하거나 상대에게 원인을 돌리는 모습이 반복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나르시시스트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사람마다 갈등을 받아들이는 방식도 다르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데 서툰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꼭 이름을 붙여야만
    내가 힘든 관계였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내가 “그 말에 서운했어”라고 했을 때
    상대가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라고 설명하는 것과
    “네가 그렇게 느꼈구나. 미안해”라고 내 마음을 받아주는 건 참 다르거든요.
    의도가 없었다고 해서
    상대가 느낀 서운함까지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리고 갈등이 생길 때마다 누가 맞는지 끝까지 설명하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에 매달리게 됩니다.
    
    그런데 아무리 잘 설명해도 상대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더 많이 설명한다고 관계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어느 순간에는
    “나는 그때 정말 서운했어. 네가 잘못했다고 인정해달라는 게 아니라, 내가 그렇게 느꼈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
    이 정도로 내 마음을 전하고 멈춰도 괜찮아요.
    그다음은 친구의 몫이니까요.
    
    무엇보다 글쓴님이 지금 느끼고 계신 ‘내가 너무 예민했나?’라는 마음을 가볍게 넘기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내 기억이 언제나 정확할 수는 없고, 서로의 기억이 다를 수도 있어요. 하지만 내가 반복해서 서운함을 느끼고, 대화를 할 때마다 내 감정을 설명하기 전에 상대의 입장을 먼저 이해해야 하고, 결국 집에 돌아와서는 내가 잘못했나를 되짚고 있다면 그 관계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는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친구가 나르시시스트인지 아닌지를 알아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친구와의 관계 안에서 내가 나답게 말할 수 있는가일지도 몰라요.
    
    좋은 관계라는 건 한 사람이 늘 옳아서가 아니라,
    서로 조금씩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할 수 있을 때 오래 가는 것 같아요.
    
    “내가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에서 끝나는 관계보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지만 네가 많이 서운했구나.”라고 말해줄 수 있는 관계가
    사람의 마음을 오래 붙잡아주니까요.
    친구를 잃지 않으려고
    내 마음까지 계속 의심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때로는 관계를 정리하는 것보다 먼저,
    내가 느낀 감정을 내가 믿어주는 것부터가 관계의 거리를 정하는 시작일 수 있습니다.
    
    오늘도 누군가와의 관계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는 분들이라면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만큼, 내 마음도 한 번쯤 꼭 들여다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익명4
    작성자
    의도가 없었다고 해서 제가 느낀 서운함이 사라지는 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왜 그동안 놓치고 자책했을까요. 상대방을 이해하려 애쓰느라 정작 멍들고 있던 제 마음을 이제는 제가 먼저 안아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