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을 해주지 않으면 기분 나빠하는 사람 때문에 피곤합니다
사람이 누구나 칭찬받으면 기분이 좋잖아요. 저도 누가 좋은 말을 해주면 기분이 좋고, 다른 사람이 잘한 일이 있으면 칭찬해 주는 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서로 좋은 말을 주고받으면서 지내면 그만큼 관계도 편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칭찬도 상대방 눈치를 보면서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주변에 유난히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하고, 그때마다 좋은 반응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는데 갈수록 대하기가 피곤해집니다.
처음에는 그냥 인정받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했습니다. 자기가 잘한 일이나 새로 해본 일을 이야기하면 저도 잘했다고 하고 대단하다고 맞장구를 쳤습니다. 좋은 일이 있으니 기분이 좋아서 자랑하는 거겠지 싶었고, 굳이 그런 이야기에 찬물을 끼얹을 필요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칭찬을 해주면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라 기대한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기분이 상한 듯 행동한다는 겁니다.
어떤 이야기를 듣고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거나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으면 갑자기 말수가 줄어들기도 합니다. 때로는 자기 이야기가 별로 대단하지 않다는 거냐는 식으로 다시 물어볼 때도 있고요. 그러면 저는 별 뜻 없이 한 반응인데도 괜히 해명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참 난처합니다. 제가 그 사람을 무시한 것도 아니고 일부러 기분 나쁘게 말한 것도 아닌데 왜 꼭 칭찬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 사람이 저한테 칭찬을 강요한다고 직접 말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떤 반응을 원하는지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좋은 말을 해주면 분위기가 괜찮다가도 별 반응이 없으면 금방 서운한 기색을 보이니 저도 모르게 말을 고르게 됩니다.
이제는 그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시작하면 내용보다 제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그게 제일 피곤한 부분입니다.
사람 사이에 대화라는 게 꼭 누군가를 칭찬하고 인정해 주는 것으로만 이루어질 필요는 없잖아요. 서로 사는 이야기도 하고 생각이 다르면 다른 의견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사람과는 조금이라도 기대와 다른 반응을 보이면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기도 조심스럽습니다. 본인이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 제 생각은 조금 다르다고 말하면 괜히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굳이 의견을 말하지 않고 적당히 넘어갈 때가 많습니다.
그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저도 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속으로는 별로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잘했다고 말하는 게 과연 맞는 건가 싶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상대방 기분을 상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습니다.
저 역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그 사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나이가 들어도 다른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싶은 건 마찬가지겠지요. 저도 제가 한 일을 누군가 알아주면 기분이 좋습니다.
하지만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상대방에게 계속 좋은 반응을 요구하는 건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칭찬이라는 것도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요. 매번 상대방 기분을 맞추기 위해 하는 말이라면 그게 무슨 칭찬인가 싶습니다. 듣는 사람도 그런 말을 계속 들으면 정말 진심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것 같고요.
그렇다고 그 사람에게 이런 생각을 직접 이야기하기도 어렵습니다. 칭찬을 너무 바라는 것 같다고 말하면 오히려 제가 그 사람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거나 시기한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듭니다.
사실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평소에는 잘 지낼 때도 있고 좋은 점도 있습니다. 다만 자기 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순간에는 다른 사람의 반응까지 본인이 원하는 대로 나오기를 바라는 것 같아 불편합니다.
한편으로는 제가 너무 무뚝뚝하게 반응하는 건 아닌지도 생각해 봅니다. 상대방은 그냥 자기 이야기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것인데 제가 그걸 부담스럽게 느끼는 걸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매번 만나서 상대방 기분을 살피고 칭찬할 만한 말을 찾아야 한다면 그건 편한 관계라고 하기가 어렵지 않을까요.
요즘은 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굳이 마음에 없는 칭찬까지 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자주 듭니다. 그렇다고 반응을 줄이면 또 서운해할 것 같고, 예전처럼 맞춰주자니 제가 점점 지치는 것 같습니다.
상대방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제 생각대로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주변에 유난히 칭찬이나 인정을 바라는 사람이 있으신가요? 그런 사람이 기대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분 나빠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 대처하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냥 성격이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적당히 맞춰주는 게 나은 건지, 아니면 관계가 조금 불편해지더라도 마음에 없는 칭찬은 하지 않는 게 맞는 건지 고민됩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서로 눈치를 보는 시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생각보다 쉽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