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감정조절

내 성취가 그 사람의 공로가 되는 관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몇 년 전부터 오래된 동네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퇴근길에 마주치는 낡은 간판이나 오래된 가게들, 곧 사라질 재개발 구역 골목 같은 곳들을 찾아다니며 찍고 있어요. 사진 실력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그냥 이 풍경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두고 싶어 시작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 취미 때문에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 한 명과 관계가 조금 묘해졌습니다. 처음에는 그 친구가 제 사진을 정말 좋아해 줬어요. 칭찬도 많이 해주고, 남들에게 보여주면 좋겠다며 동네 문화센터에서 작은 전시회라도 열어보라고 먼저 제안하기도 했죠. 저도 그 말에 용기를 얻은 건 사실입니다.

 

그 후로 몇 달 동안 사진을 정리하고, 장소를 알아보고, 인화하며 정성을 쏟았습니다. 거창한 전시는 아니었지만, 제 이름으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사실에 정말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전시회 당일부터 시작됐습니다. 그 친구가 지인들을 데려와 저를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하더군요.


"얘, 내가 사진 시작하게 만든 사람이야. 내가 안 밀어줬으면 이런 것도 못 했을걸."

 

처음에는 그냥 농담이겠거니 하고 웃어넘겼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하더라고요. 심지어 제가 찍은 사진 앞에서 자기가 어떤 구도로 찍으라고 조언했는지 설명까지 하는데, 정작 저는 그런 조언을 받은 기억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날 집에 돌아와 사진을 정리하는데 기분이 묘하게 좋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이 사람은 제가 무언가를 이뤄낼 때마다 늘 이런 반응을 보였습니다. 제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 본인이 권해서 시작한 거라고 하고, 결과가 좋으면 본인이 사람 보는 눈이 있었다고 말하죠. 정작 제가 혼자 끙끙대며 노력했던 과정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참다못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습니다.


"고마운 건 맞는데, 사람들 앞에서 전부 네가 해준 것처럼 말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그랬더니 오히려 상대가 굉장히 서운해하더군요.


"사람이 조금 잘되니까 변한다. 내가 얼마나 네 생각을 해서 말해준 건데."

 

그 말을 듣고 나니 '내가 너무 예민한 건가' 싶어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분명 좋은 말을 해주고 도움을 준 적도 있는 사람이고, 제가 힘들 때 밥을 사주거나 먼저 안부를 묻는 다정한 면도 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이 사람만 만나고 오면 제가 계속 빚을 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얼마 전에는 다른 지인에게 전시회 이야기를 들었는데, 제 사진이 좋았다는 칭찬을 듣기도 전에 제가 먼저 그 사람이 도와준 부분부터 설명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게 가장 당황스러웠습니다. 제가 좋아서 시작하고 제 시간을 들여 완성한 일인데, 어느 순간부터 제 성취를 말할 때 그 사람의 공로를 먼저 인정해야 마음이 편해진 거예요.

 

최근에 나르시시스트에 관한 글을 읽다가, 남의 성취를 자기 영향력의 증거로 여기는 사람이 있다는 내용을 봤습니다. 물론 이 사람을 무작정 그런 성향이라고 단정 짓고 싶지는 않습니다. 좋은 모습도 많이 봤고 오래된 사이니까요.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그 사람은 제가 잘되는 건 좋아하지만, 제가 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충분히 잘해낼 수 있다는 사실까지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계획이 생겨도 그 친구에게 먼저 말하지 않게 됩니다. 예전처럼 응원을 받기보다, 또 하나의 '공로'를 만들어주게 될까 봐 겁이 나거든요. 친절하고 도움도 주는 사람인데, 가까이 지낼수록 제 몫이 조금씩 깎여 나가는 기분입니다.

 

혹시 주변에 이런 분 계셨나요? 상대의 호의는 인정하면서도, 제가 노력한 부분만큼은 분명하게 지키고 싶은데... 어디까지 솔직하게 말하고 선을 그어야 할지 고민입니다.

댓글10
  • 익명3
    작성자님의 노력으로 결실을 맺은 전시예요.
    생색내는 친구 말은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 익명2
    계속 참고 넘기기보다 내가 한 일과 기여한 부분을 기록으로 남겨두는 게 나아요. 필요할 때는 감정적으로 따지기보다 사실을 중심으로 내 역할을 분명하게 알리세요. 
  • 익명1
    내가 노력해서 얻은 성과인데 다른 사람이 자신의 공로처럼 이야기하면 정말 속상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매번 일일이 설명하기도 피곤하고, 괜히 예민한 사람으로 보일까 신경 쓰이겠어요.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그때 어떤 부분을 직접 맡아서 진행했는지 자연스럽게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과 내 노력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는 건 분명히 다른 문제니까요. 자신의 성과를 너무 미안해하지 않고 당당하게 인정하셨으면 좋겠어요.
  • 프로필 이미지
    해피푸강아지똥
    상담교사
    답변수 1,969채택률 7%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오랫동안 기록해 온 동네의 고즈넉한 풍경들이 사연자님의 손길을 거쳐 멋진 전시회로 결실을 맺은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제 시간을 들여 끙끙대며 이겨낸 수많은 노력과 성취인데, 정작 그 결실의 공로가 타인에게 넘어가고 내 몫이 깎여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어 마음이 참 쓸쓸하고 답답하셨을 것 같아요. 좋은 기억도 있고 날 아껴주는 다정한 면도 있는 친구이기에 '내가 너무 예민한가' 자책하며 스스로를 의심하셨을 텐데, 사연자님이 느끼신 유쾌하지 않은 감정은 지극히 당연하고 정당한 마음입니다.
    
    상대방의 호의와 친절은 고맙게 받아들이되, 내 삶의 주도권과 성취는 빼앗기지 않고 지켜낼 수 있는 지혜로운 선긋기 방법들을 전해드릴게요.
    
    상대방의 '인정 욕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거리 두기
    
    친구분은 사연자님이 잘되는 것을 기뻐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나의 영향력과 안목 덕분'으로 포장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큰 사람입니다. 이는 사연자님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대방 내부의 심리적 욕구 때문이므로, 그 반응에 일일이 휘둘리거나 나를 증명하려 애쓰지 말고 한 걸음 떨어져 바라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나의 성취 앞에서 공로를 전가하는 습관 멈추기
    
    남들에게 내 성취를 설명할 때 "그 친구가 많이 도와줘서"라고 먼저 덧붙이던 습관을 차근차근 줄여보세요. 사연자님이 직접 시간을 내어 인화하고 장소를 찾으며 흘린 땀방울에 오롯이 집중하시고, 타인의 칭찬에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 열심히 해보았습니다" 하고 내 노력을 스스로 당당하게 인정해 주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계획이나 성과에 대한 '정보 제한'하기
    
    이미 느끼신 것처럼, 새로운 목표나 준비 과정은 친구에게 사전에 공유하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과정 중의 이야기가 늘어날수록 상대방은 또 다시 지분과 영향력을 주장할 명분을 얻게 되므로, 모든 일이 완결된 후 결과만 가볍게 전하는 방식으로 대화의 범위를 조절해 보세요.
    
    상대방의 무례에 다정하지만 단호하게 한계 설정하기
    
    "너 덕분에 시작한 계기가 된 건 맞지만, 사진을 찍고 준비한 건 내 노력이었으니 앞으로는 내 노력도 함께 인정해 주면 좋겠어"처럼 밝고 담담한 어조로 내 기준을 선명히 밝혀주세요. 진정한 친구라면 서운함 이전에 사연자님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관계의 깊이를 조율해 나가는 기회로 삼으시면 됩니다.
    
    사연자님의 소중한 열정과 성취의 주인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사연자님 자신입니다. 내 몫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며 다음 작품 활동도 다정하고 소신 있게 펼쳐나가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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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트홀릭
    상담심리사
    답변수 3,509채택률 7%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의 글을 읽으며 오랜 성취 뒤에 느껴지는 마음의 무게가 무겁게 전해져 왔어요.
    ​사라져가는 풍경을 기록하는 참 따뜻한 시선을 가진 분이라는 게 글 속에서 진하게 느껴집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관계의 양상을 타인의 성취를 자신의 영향력으로 흡수하려는 공로 탐식 행동으로 해석하곤 해요.
    ​상대방은 작성자님을 아끼는 마음도 분명 있겠지만, 동시에 타인의 성공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자기중심적 욕구가 강한 편으로 보여요.
    ​그래서 작성자님이 잘되는 것은 좋지만, 오롯이 혼자 힘으로 서는 모습에는 불안함을 느끼는 것이지요.
    ​작성자님이 매번 그 사람의 공로를 먼저 언급하게 된 것은 상대가 은연중에 부여한 부채감에 적응해 버린 심리적 반응이에요.
    ​결코 작성자님이 예민하거나 잘 변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소중한 주체성을 지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방어 기제랍니다.
    ​이런 관계에서는 모든 것을 솔직히 설명하려 애쓰기보다, 적절한 정보의 거리를 두는 기술이 필요해요.
    ​앞으로는 새로운 계획을 미리 공유하지 않으시는 지금의 판단이 작성자님의 영역을 지키는 데 매우 현명한 선 긋기가 될 수 있어요.
    ​상대의 좋은 면은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시되, 나의 성취와 노력의 결과물까지 그 사람의 몫으로 넘겨주지 않도록 마음의 중심을 잘 잡아주시길 바랍니다.
    ​소중하게 쌓아 올린 작성자님의 시간과 노력은 그 자체로 충분히 빛나고 완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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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답변수 4,170채택률 5%
    작성자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고 고마운 마음도 있는 사이이기에 더 복잡하고 서운하셨을 것 같아요. 나를 응원해 주고 힘들 때 챙겨 주던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행동에 불편함을 느끼는 자신을 오히려 탓하게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용기를 얻은 것과 내 성취의 주인이 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전시회를 권해 준 친구의 마음에는 감사할 수 있지만, 그 이후 사진을 고르고 장소를 알아보고 인화하며 하나씩 준비해 온 시간까지 그 사람의 공로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응원은 함께 기뻐하는 마음이지, 상대의 성취에 자신의 이름을 먼저 새기는 권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마음이 쓰였던 부분은, 이제 다른 사람에게 전시회 이야기를 하면서도 작성자님이 자신의 노력보다 그 친구의 도움을 먼저 설명하게 되었다는 대목이에요. 처음에는 작은 불편함이었을지 모르지만,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어느새 자신의 성취를 온전히 기뻐하는 일마저 조심스러워지신 것 같아요. 관계를 지키려다 정작 내 몫을 자꾸 양보하게 된 것이지요.
    
    그 친구에게 좋은 면이 있다는 사실과 그 친구의 행동이 나에게 상처가 된다는 사실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고마운 사람이라고 해서 모든 행동을 편안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서운함을 느낀다고 해서 그동안의 정까지 부정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앞으로는 상대의 마음을 이해시키려고 애쓰기보다, 내 몫을 차분하게 지켜 보셨으면 좋겠어요. 사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때도 “전시를 권해 준 건 고마워. 하지만 사진을 찍고 준비한 건 내가 오랫동안 노력한 일이야”라고 담담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또 친구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공로를 강조한다면 “처음에 용기를 준 건 맞지만, 사진은 내가 직접 찍고 준비했어”라고 사실만 바로잡아도 충분합니다.
    
    그렇게 말했을 때 상대가 서운해하더라도, 그 서운함을 모두 작성자님의 책임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으셨으면 해요. 상대를 배려하는 것과 상대의 기분을 위해 나를 작게 만드는 것은 다른 일이니까요. 같은 행동이 반복된다면 새로운 계획이나 소중한 성과를 조금 덜 공유하고, 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선택입니다.
    
    작성자님, 낡은 간판과 사라져 가는 골목을 기록하고 싶었던 그 마음은 누구의 공로로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그 풍경을 발견하고, 카메라에 담고, 사라지기 전에 남겨 두기로 한 사람은 바로 작성자님이니까요.
    
    누군가 내 가능성을 알아봐 준 것은 고마운 일이지만,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 낸 노력까지 양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고마운 사람이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성취를 당당하게 기뻐하는 사람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mindmap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2,218채택률 5%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 도움을 받은 것과 내 성취의 주인이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상대가 좋은 의도로 응원해 주었다 해도, 그것이 자신의 공로인 것처럼 반복해서 이야기한다면 불편함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이미 한 번 솔직하게 마음을 전하셨으니, 이제는 상대를 이해시키려 애쓰기보다 자신의 몫을 담담하게 지키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응원해 준 건 고맙지만, 사진을 찍고 전시를 준비한 건 내가 오랫동안 노력해서 이룬 일이야"라고 차분하게 말씀해 보세요. 상대의 도움은 인정하되, 내 노력까지 양보할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상대가 서운해한다고 해서 자신의 경계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동안 쌓아온 정이 소중하더라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매번 상대의 공로를 먼저 인정해야 한다면 조금 거리를 조절할 필요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계획을 숨기게 될 만큼 위축되었다는 점을 돌아보셨으면 합니다. 좋은 관계는 서로의 성장을 기뻐하고 각자의 노력과 성취를 존중하는 관계여야 합니다. 상대의 좋은 면을 인정하면서도 불편한 행동에는 선을 그을 수 있습니다.
    
    내가 이룬 성취를 온전히 기뻐할 권리도 나에게 있습니다. 오래된 인연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자신의 노력과 자존감을 지키는 일도 소중하게 여기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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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니
    상담교사
    답변수 4,821채택률 3%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이고, 평소 다정하게 대해주던 사람이라 더 마음이 복잡하실 것 같아요. 고마운 마음이 있는 것과 내 노력의 공로를 온전히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좋은 의도로 응원해 준 적이 있더라도, 그것이 내 성취를 자신의 공로처럼 이야기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니까요. 특히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내 성취를 이야기하면서조차 먼저 상대의 공을 인정하게 되었다는 부분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그만큼 관계를 소중히 여기며 스스로를 돌아보셨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너무 예민한 것은 아닙니다. 상대의 좋은 면을 인정하면서도 불편한 행동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을 수 있어요. 앞으로는 모든 계획을 미리 공유하지 않아도 괜찮고, 자신의 노력과 성취를 설명할 때 굳이 상대의 공로를 덧붙이지 않아도 됩니다. 진정으로 나를 아끼는 사람이라면 내 성장을 자신의 공로로 증명하지 않아도 기뻐해 줄 수 있겠지요. 오래된 인연을 지키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관계 안에서 나 자신을 잃지 않는 일입니다.
  • 프로필 이미지
    해피데이지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2,403채택률 4%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오랜 지인의 응원과 도움에 감사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노력과 성취가 상대방의 공로처럼 이야기되는 상황에서 복잡한 감정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특히 불편함을 표현했을 때 오히려 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면 자신의 감정이 정당한지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상대방의 도움에 감사하는 것과 자신의 성취를 온전히 인정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전시회를 권유한 것은 지인의 역할이지만, 사진을 찍고 준비하며 결과를 만들어낸 것은 분명 본인의 노력이지요. 상대를 특정 성격 유형으로 판단하기보다, 자신의 경계를 표현했을 때 상대가 이를 존중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한 차례 마음을 전달하셨으니 앞으로는 과도하게 해명하거나 상대의 공로를 먼저 인정하려 애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필요하다면 새로운 계획을 공유하는 범위를 조절하고, 비슷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노력을 담담하게 설명해보세요. 고마운 사람이라고 해서 내 성취의 주인공까지 양보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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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rastar
    임상심리사
    답변수 1,940채택률 6%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 몇 달 동안 직접 정리하고 인화하며 쏟은 정성이 전시 당일 내가 시작하게 만든 사람이라는 소개 속에서 흐려졌으니 얼마나 씁쓸하셨을까요. 게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더니 사람이 잘되니까 변한다는 말이 돌아와 내가 예민한가 싶어지셨다니 마음이 더 복잡하셨겠어요. 예민한 게 아니에요. 내가 해낸 일의 몫을 지키고 싶은 것은 아주 건강한 욕구예요.
    
    먼저 그 친구분을 한 가지 모습으로 단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전시를 제안해 주고 밥을 사 주고 안부를 묻는 다정함도 진짜일 수 있고, 남의 성취에 자기 역할을 크게 얹어 말하는 습관도 진짜일 수 있어요. 두 모습은 한 사람 안에 함께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나르시시스트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려 하기보다, 그 말과 행동이 내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기준으로 보시는 게 훨씬 도움이 돼요. 작성자님이 가장 짚으신 부분, 즉 제 성취를 말할 때 그분의 공로부터 먼저 설명하게 되었다는 것이 핵심 신호예요. 계속 빚지고 있는 기분이 드는 건 그 관계에서 감사와 부채가 섞여 버렸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고마움과 빚을 나눠 보세요. 제안해 준 것은 고마운 일이고, 그 고마움은 한 번 진심으로 표현하면 충분해요. 하지만 그 제안이 작성자님의 성취 전체에 대한 지분이 되는 건 아니에요. 씨앗을 건네준 사람이 있어도 몇 달을 들여 키워낸 건 작성자님이에요. 이렇게 속으로 정리해 두시면 다른 사람 앞에서 도움받은 부분부터 변명하듯 말하는 습관이 서서히 줄어들어요.
    
    그 습관을 바꾸는 연습은 이렇게 해보세요. 누가 사진이 좋았다고 하면 먼저 고맙다고 받고, 설명이 필요하면 제 시간으로 몇 달 준비했어요처럼 내가 한 일을 한 문장으로 먼저 말하세요. 도움받은 이야기는 그다음에 덧붙이고 싶을 때만 하시면 돼요. 순서만 바꿔도 성취의 주인이 누구인지가 분명해져요.
    
    친구분께는 이미 한 번 말씀하셨으니, 이번에는 비난이 아니라 앞으로의 부탁으로 짧게 전해 보세요. 네가 제안해 준 건 늘 고맙게 생각해, 그런데 전시는 내가 몇 달 동안 직접 만든 거라, 소개할 때는 그 부분도 함께 말해 주면 좋겠어, 하고요. 고마움을 먼저 인정하고 바라는 점은 한 가지만 담으면 방어가 덜 나와요. 서운해하거나 변했다고 해도 설득하거나 사과를 길게 하지 마시고, 같은 내용을 한 번 담담하게 반복하는 데까지만 하세요. 상대가 서운해하는 감정까지 내가 해결해야 할 몫은 아니에요.
    
    그리고 새로운 계획을 먼저 말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도 자연스러운 자기 보호예요. 당분간은 계획이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출 때까지는 나 혼자 키우고, 나눌 때는 응원을 있는 그대로 해 줄 사람들과 먼저 나누세요. 이 친구분에게는 결과를 공유하는 정도로 거리를 두어도 충분해요. 이후에도 같은 패턴이 이어지는지 몇 번 지켜보시고, 달라지는 모습이 보이면 다시 가까워지고 그렇지 않으면 가벼운 사이로 두시면 돼요. 이것은 관계를 끊는 게 아니라 내 몫이 깎이지 않는 거리를 찾는 일이에요.
    
    작성자님이 낡은 간판과 사라질 골목에 마음을 쏟는 분답게, 자기 노력의 기록도 소중하게 지켜내시길 바라요. 이번 주에는 칭찬을 받으면 제가 몇 달 준비했어요, 한 문장을 먼저 말해 보시길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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