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정신건강

제가 서운하다고 말하면 왜 마지막에는 늘 제가 사과할까요

남자친구와 대화하고 나면 처음에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는지 놓칠 때가 많아요.

 

지난번에는 약속 시간에 늦으면서 연락을 안 한 게 서운하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내가 일부러 늦었어?”라고 하더라고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건 안다고 했더니 “아는데 왜 사람을 몰아가냐”고 했고요.

 

결국 저는 말투가 날카로웠던 것 같다고 사과했어요.

그 뒤로 남자친구는 평소처럼 다정하게 대해요. 저는 아직 서운한데 이미 끝난 이야기를 다시 꺼내면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이 될 것 같아요.

 

비슷한 일이 여러 번 있었어요.

제가 불편했던 행동을 말하면 제 예민함이나 표현 방식에 대한 이야기로 바뀌어요. 가끔은 저도 정말 제가 너무 따지는 사람인가 싶어요. 친구에게 설명하다 보면 상대의 좋은 점부터 길게 덧붙이게 되고요.

 

관련 글을 읽다가 나르시시스트라는 표현을 봤어요. 그렇다고 제가 그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겠죠. 제가 궁금한 건 어떤 이름이 맞느냐보다, 이런 대화에서 제 마음을 계속 접게 되는 이유예요.

 

헤어지라는 말이 두려워서 친구들에게도 자세히 이야기하지 못했어요.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않고도 제가 힘들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둘 중 하나만 맞아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돼서 너무 혼란스러워요.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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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답변수 4,127채택률 5%
    작성자님, 서운한 마음을 전하려고 용기 내어 말을 꺼냈는데, 어느새 내 말투와 표현 방식을 해명하고 사과하는 것으로 대화가 끝난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혼란스러우실까요. 정작 처음에 전하고 싶었던 마음은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채 남아 있고, 상대방은 평소처럼 다정해졌으니 나만 아직 그 일에 붙잡혀 있는 것 같아 다시 꺼내기도 어려우셨을 것 같아요.
    
    약속 시간에 늦으면서 연락하지 않은 일이 서운했다고 말하는 것은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과 다릅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과, 그 행동으로 내가 서운했다는 사실도 존중받는 것은 별개의 문제니까요. 상대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내 감정을 말할 자격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비슷한 대화가 반복되면 누구라도 자신의 감정부터 의심하게 될 수 있어요. 내가 너무 예민한가, 말을 잘못했나, 좋은 점도 많은 사람인데 내가 너무 나쁘게만 보는 건 아닐까 하면서요. 상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크고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할수록 갈등을 빨리 끝내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먼저 접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사과하고 관계가 다시 평온해졌다고 해서 내 서운함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겠지요.
    
    나르시시스트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갈등을 어떻게 풀어 가는지 살펴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입장이 다를 수는 있지만, 한쪽이 서운함을 이야기할 때마다 그 사람의 예민함이나 말투만 문제가 되고 결국 늘 같은 사람이 사과한다면 그 관계에서 자신의 감정을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모든 것을 설명하거나 상대를 납득시키려고 애쓰기보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건 알아. 그래도 연락 없이 늦으면 나는 서운해. 다음에는 늦을 것 같으면 미리 알려줬으면 좋겠어”라고 짧게 전해 보셔도 좋겠습니다. 상대가 곧바로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는 이유만으로 잘못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작성자님, 상대의 좋은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사람 때문에 힘들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지 않아도 내가 겪는 어려움은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사랑하는 마음과 서운한 마음은 함께 존재할 수 있고, 관계를 지키고 싶다는 이유로 모든 불편함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때도 상대의 좋은 점을 먼저 설명하거나 자신이 틀릴 가능성을 증명하려 애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에게 좋은 점도 많지만, 나는 갈등이 생길 때마다 내 마음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결국 사과하게 되는 게 힘들어”라는 말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작성자님이 바라는 것은 누군가를 이기는 것도,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것도 아닐 거예요. 그저 서운하다고 말했을 때 그 마음도 함께 살펴 주는 관계를 원하는 것이겠지요. 관계를 지키기 위해 내가 늘 미안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면, 그 관계 안에서 내 마음은 누가 돌봐 주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지금 당장 관계의 결론을 내리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우선 내가 무엇 때문에 서운했는지, 무엇이 달라지기를 바라는지부터 스스로 인정해 주세요. 작성자님의 감정은 상대를 비난하지 않고도 존중받을 수 있으며, 그 마음을 이야기할 권리도 작성자님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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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니
    상담교사
    답변수 4,771채택률 3%
    대화의 본질인 '서운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내 표현과 예민함'만 문제시되는 상황이라 혼란스럽고 답답하셨을 것입니다.
    ​이런 대화에서 마음을 접게 되는 이유는 상대가 문제의 본질(약속을 어김) 대신 문제 제기 방식(말투, 예민함)을 공격하는 대화 패턴(수사학적 후퇴)을 쓰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비난의 화살이 님에게 돌려져 결국 본래 원했던 사과나 공감 대신 "내가 너무했나?" 하는 자기검열과 미안함만 남게 됩니다.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않고 마음을 전하려면, 상대의 의도가 아닌 내 상태와 사실에만 초점을 맞춰보세요.
    "일부러 늦지 않은 건 알아. 다만 연락이 없어 내 시간과 마음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껴 서운했어."
    ​말투나 태도 지적이 들어올 때는 "내 말투가 날카로웠다면 미안해. 하지만 핵심은 연락 없는 지각 때문에 속상했다는 점이야"라며 본론으로 돌아오는 연마기 기법을 활용해 보세요.
    ​둘 중 한 사람의 잘못으로 귀결될 필요는 없습니다. 님의 서운함은 충분히 정당하며, 이를 표현하는 것은 분위기를 망치는 일이 아닌 건강한 관계를 위한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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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ndmap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2,173채택률 5%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글쓴님, 서운한 마음을 전하려고 대화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자신의 말투를 사과하고 있고, 정작 처음의 서운함은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혼란스러우실까요. 상대의 좋은 점까지 설명하며 자신의 감정을 정당화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어느 순간 내가 정말 예민한 사람인지 의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심리학적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갈등을 피하고 관계를 지키려는 마음이 자신의 감정보다 앞서는 패턴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상대가 불편해하거나 관계의 분위기가 나빠지는 것을 견디기 어려워 자신의 감정을 접고 먼저 사과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대화 중 표현이 다소 날카로웠다는 점과 처음에 느꼈던 서운함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한쪽이 사과했다고 해서 다른 쪽의 마음까지 저절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에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는 건 알아. 그래도 늦는다는 연락을 받지 못해서 서운했어”처럼 상대의 의도와 자신의 감정을 구분해 말해 보세요. 대화가 말투나 예민함에 대한 이야기로 바뀌더라도 곧바로 자신을 탓하기보다, “내 표현 방식은 돌아볼게. 그런데 내가 서운했던 부분도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라고 원래의 주제로 돌아와도 괜찮습니다. 그리고 대화가 끝난 뒤에도 마음이 남아 있다면 다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미 끝난 일을 다시 꺼내는 것이 아니라,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니까요.
    
    나르시시스트인지 아닌지를 지금 판단하기보다, 글쓴님의 감정을 상대가 얼마나 존중하는지, 서로의 입장을 듣고 조율할 수 있는지, 같은 문제가 반복될 때 실제로 달라지는지를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관계를 지키는 책임이 글쓴님 한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가 나쁜 사람임을 증명하지 않아도, 내가 힘들다는 사실은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의 생각이 다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한 사람의 감정이 틀린 것이 되는 건 아닙니다. 자신의 마음을 매번 접어야만 유지되는 관계인지 차분히 살펴보시고, 글쓴님의 감정도 소중하게 다뤄지는 관계를 만들어 가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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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rastar
    임상심리사
    답변수 1,867채택률 6%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 서운한 이야기를 꺼냈는데 대화가 어느새 내 말투와 예민함에 대한 이야기로 바뀌고, 결국 내가 사과하고 끝나는 일이 여러 번 쌓였으니 처음에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놓치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아직 서운한데 이미 끝난 이야기라 꺼내기 어렵고, 친구에게 말하면서도 상대의 좋은 점부터 덧붙이게 되는 마음도 이해돼요. 제 마음을 계속 접게 되는 이유를 물으셨는데, 그 질문이 이미 이 일의 중심을 짚고 있어요.
    
    그 이유를 이렇게 볼 수 있어요. 대화가 서운했던 행동에서 내 표현 방식으로 옮겨 가는 순간, 내가 해야 할 일은 그 이야기를 지키는 일에서 나를 변호하는 일로 바뀌어요. 그때 사과가 가장 빠르게 분위기를 되돌리는 방법이라서, 반복될수록 마음을 접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요. 거기에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싶지 않은 마음, 관계가 흔들릴까 하는 두려움, 헤어지라는 말에 대한 걱정이 겹치면 말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게 느껴지고요. 그러니 마음을 접는 건 약해서가 아니라 관계를 지키려는 마음이 만든 방식이에요.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이 몇 장면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하실 필요도 없어요. 일부러 늦은 게 아니라는 건 사실일 수 있고, 몰아간다고 느낀 것도 그 사람에게는 진짜 감정일 수 있어요. 그리고 동시에 연락 없이 늦어서 내가 서운했다는 것도 사실이에요. 두 가지는 함께 성립해요. 둘 중 하나만 맞아야 한다는 틀이 혼란을 만들고 있어요.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않고도, 내가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서운함은 상대의 의도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 내게 일어난 영향에 대한 보고예요.
    
    그래서 말하는 구조를 바꿔 보세요. 행동의 의도를 묻지 않고, 영향과 바람만 말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이렇게요. 네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닌 건 알아. 그런데 연락 없이 늦으면 내가 기다리면서 걱정되고 서운해. 앞으로 늦을 것 같으면 한 줄만 보내 줘. 일부러라는 말이 나올 자리를 먼저 인정해 두고, 내 마음과 요청 하나만 남기는 구조예요. 그래도 대화가 내 말투 이야기로 넘어가면 말투가 날카로웠다면 미안해, 그런데 내가 서운했다는 이야기는 그대로 하고 싶어, 하고 사과와 내용을 분리해서 말하세요. 사과를 하더라도 서운함까지 접지는 않는 거예요.
    
    이미 끝난 이야기라는 부담은 한 문장으로 풀 수 있어요. 지난번에 하려던 이야기를 제대로 못 한 것 같아서 한 번만 다시 말하고 싶어, 하고 목적과 분량을 먼저 밝히면 분위기를 망치는 일이 아니라 마무리를 하는 일이 돼요. 대화 직전에는 하고 싶은 말을 한 줄로 적어 두세요. 대화가 옮겨 가도 그 한 줄이 돌아올 자리가 돼요. 대화 뒤에는 처음에 하려던 말이 전달됐는지 스스로 확인하세요.
    
    패턴이 계속 반복되는지는 한두 달 지켜보면서 기록해 보시길 권해요. 서운함을 말했을 때 상대가 내용을 듣는지, 매번 화제가 바뀌는지, 달라지려는 모습이 있는지를 날짜와 함께 한 줄씩 적으면 내 감각을 의심하는 마음이 줄어요. 친구에게도 상대의 좋은 점은 빼고 일어난 일만 먼저 말해 보세요. 한 명에게라도 있는 그대로 말해 본 경험이 판단을 단단하게 해 줘요. 이 대화가 계속 나를 작게 만든다고 느껴진다면, 연애 관계의 의사소통을 함께 정리해 주는 상담을 이용해 보는 것도 하나의 선택지예요.
    
    이번 주에는 다음에 서운한 일이 생기면, 말하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을 한 줄로 적어 두고 그 한 줄을 끝까지 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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