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남의 연락과 부탁에는 답하면서 정작 내 마음은 한 번도 안 물어봤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은 

자기 자신에게 속하는 법을 아는 것이다.”

 

- 미셸 드 몽테뉴

 

처음 이 말을 봤을 때는 ‘자기 자신에게 속한다’는 표현이 조금 낯설었습니다.

 

사람은 원래 자기 자신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를 가만히 돌아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더라고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확인하고,

누가 보낸 메시지에 답하고,

회사에서는 해야 할 일과 부탁받은 일을 처리하고,

집에 돌아오면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자기 전에는 또 다른 사람들의 소식까지 봅니다.

 

하루 종일 누군가에게 반응하면서 살았는데

정작 “나는 오늘 어땠지?”라는 질문은 한 번도 하지 않는 날도 있습니다.

 

하루 종일 남의 연락과 부탁에는 답하면서 정작 내 마음은 한 번도 안 물어봤습니다

 

특히 사람들과 계속 연결되어 있는 요즘은 혼자 있는 시간조차 완전히 혼자인 것 같지 않습니다.

 

휴대폰 하나만 옆에 있어도 누군가의 메시지가 오고,

단체 채팅방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쌓이고,

SNS를 열면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갔고 뭘 샀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계속 보입니다.

 

그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남들의 속도에 맞춰 살게 됩니다.

 

누가 여행을 가면 나도 어디론가 가야 할 것 같고,

누가 새로운 걸 시작하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누가 좋은 물건을 사면 지금까지 잘 쓰던 것도 갑자기 부족해 보입니다.

 

별생각 없던 하루가 남의 하루를 보고 난 뒤 갑자기 초라해지는 겁니다.

 

하루 종일 남의 연락과 부탁에는 답하면서 정작 내 마음은 한 번도 안 물어봤습니다

 

몽테뉴가 살았던 시대에는 스마트폰도 SNS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수백 년 전에 이미 사람은 바깥일에 너무 붙잡혀 살다 보면 자기 자신에게서 멀어진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이 재미있었습니다.

 

시대는 완전히 달라졌는데 사람 마음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서요.

 

사실 남을 신경 쓰는 게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함께 살아가려면 배려도 해야 하고,

가족도 챙겨야 하고,

직장에서 맡은 역할도 해야 합니다.

 

문제는 그게 너무 당연해져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조차 잘 모르게 되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다들 하니까.”

 

“싫다고 하면 이상하게 볼까 봐.”

 

“그냥 내가 하는 게 편하니까.”

 

이런 이유로 계속 선택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내 생활인데도 내가 결정한 게 별로 없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루 종일 남의 연락과 부탁에는 답하면서 정작 내 마음은 한 번도 안 물어봤습니다

 

저는 ‘자기 자신에게 속한다’는 말을

무조건 혼자 살거나 사람들과 거리를 두라는 뜻으로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하루 중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남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내 기준으로 쓰는 시간을 가지라는 뜻에 더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산책을 하든,

차 한잔을 마시든,

책 몇 장을 읽든,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창밖을 보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그 시간만큼은

‘이걸 하면 남들이 어떻게 볼까’가 아니라

‘나는 지금 뭘 하고 싶은가’를 기준으로 정하는 것 같습니다.

 

하루 종일 남의 연락과 부탁에는 답하면서 정작 내 마음은 한 번도 안 물어봤습니다

 

생각해보면 이것도 처음에는 꽤 어렵습니다.

 

잠깐 쉬고 있으면 해야 할 일을 미루는 것 같고,

연락에 바로 답하지 않으면 예의가 없는 것 같고,

누군가 부탁했을 때 거절하면 괜히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의 기대를 다 만족시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한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하면

다른 사람에게는 부족해 보일 수도 있고,

모두에게 맞추다 보면 마지막에 남는 사람은 정작 지쳐버린 나 자신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내 마음에도 자리를 하나 내줘야 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가 모두 들어온 뒤 남는 자리가 아니라,

처음부터 내 몫으로 비워두는 자리 말입니다.

 

하루 종일 남의 연락과 부탁에는 답하면서 정작 내 마음은 한 번도 안 물어봤습니다

 

요즘은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갔다 싶으면 자기 전에 아주 단순한 질문을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오늘 내가 원해서 한 일은 뭐였지?

 

생각보다 바로 답이 안 나오는 날도 있습니다.

 

그럴 때 조금 놀랍습니다.

 

내 하루였는데 정작 내가 선택한 시간이 별로 없었다는 뜻이니까요.

 

몽테뉴가 말한 ‘자기 자신에게 속하는 법’도 어쩌면 이런 작은 질문에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남들과 관계를 끊는 것도 아니고,

모든 책임을 내려놓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다른 사람의 기대와 평가 사이에서

내 생각까지 완전히 잃어버리지는 않는 것.

 

누군가 좋아한다고 해서 나도 반드시 좋아할 필요는 없고,

다들 빠르게 간다고 해서 나까지 뛸 필요도 없고,

가끔은 이유 없이 혼자 조용히 있어도 괜찮다는 걸 인정하는 것.

 

생각해보면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사람에게 묻습니다.

 

“괜찮아?”

“뭐 먹고 싶어?”

“어디 가고 싶어?”

 

그런데 정작 나 자신에게는 이런 질문을 잘 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다른 사람에게 했던 질문 하나를 나에게도 해봐도 좋겠습니다.

 

“너는 지금 뭐가 하고 싶어?”

 

그 답을 바로 실행하지 못하더라도

내 마음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

 

어쩌면 그게 자기 자신에게 다시 돌아오는 첫걸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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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스
    사람들이 왜 그렇게 된 걸까요 자기 자신보다 남을 더 챙기게 되는 사람들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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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니
    저도 요즘 제 마음은 제대로 들여다보고 있었나 돌아보게 되네요.
    남들 챙기고 맞춰주느라 정작 내 마음은 뒤로 미뤄두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가끔은 나는 지금 뭘 하고 싶은지 나한테도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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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참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연락에는 늦을까 봐 서둘러 답하고, 부탁에는 미안해서 쉽게 거절하지 못하면서 정작 내 마음이 어떤지는 뒤로 미뤄두곤 하니까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는 뭘 원하는 사람이지?’라는 질문조차 낯설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속한다는 건 이기적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도 다른 사람의 마음만큼 소중하게 대하는 일이겠지요. 오늘만큼은 “괜찮아?”라는 질문을 나에게도 조용히 건네보면 좋겠습니다. 나를 돌보는 작은 시간이 결국 오래 건강하게 관계를 이어가는 힘이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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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니
    타인의 기대와 연락에 응답하느라 정작 가장 가까운 ‘나’의 마음을 돌보지 못했던 깊은 쓸쓸함과 깨달음이 마음에 크게 와닿습니다.
    ​연결이 끊이지 않는 시대 속에서 남들의 속도에 쓸려가지 않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하셨다는 것 자체가 이미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위대한 첫걸음을 뗀 것입니다.
    ​오늘 밤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에게 “너는 오늘 어땠어?”라고 가만히 물어봐 주세요.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하루 5분이라도 남의 시선 없이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작은 시간을 지켜내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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