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을 해주는 것보다 끝까지 들어주는 게 더 어려운 이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가장 드물고 순수한 형태의 너그러움이다.”

— 시몬 베유 (Simone Weil)

 

 

 

너그러움이라고 하면 보통 다른 사람의 잘못을 이해해 주거나 자신의 것을 나누는 행동을 떠올리게 되잖아요.

그런데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는 다른 사람에게 온전히 주의를 기울이는 것 자체가 아주 귀한 너그러움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것보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는 일이 더 어려울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그런 것 같고요.

 

 

 

우리는 상대방의 말을 듣는 동안에도 다른 생각을 합니다.

 

얼마 전 직장 동료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 동료는 요즘 직장을 옮겨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어요.

일이 특별히 힘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계속 같은 일을 하면서 지내도 괜찮을지 걱정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나름대로 해결책을 제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상황이라면 이직보다는 조금 더 기다리는 편이 낫겠다거나, 자격증을 준비해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식이었죠.

 

그런데 한참 이야기하다 보니 상대방의 표정이 처음보다 조금 무덤덤해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제야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이 저한테 해결책을 물어본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요즘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돌이켜 보면 저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기도 전에 이미 제 머릿속에서 답을 만들어 놓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점을 가장 걱정하는지, 지금까지 무엇을 시도해 봤는지는 제대로 묻지도 않았고요.

 

듣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대답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좋은 말을 해주는 것보다 끝까지 들어주는 게 더 어려운 이유

 

 

 

 

좋은 조언이 언제나 좋은 대화가 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누군가 고민을 이야기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도움이 될 만한 말을 찾습니다.

 

어떻게 하면 문제가 해결될지 생각하고,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 자신의 이야기도 꺼냅니다.

 

상대방을 도와주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죠.

 

그런데 가끔은 그 과정에서 상대방이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사라지기도 합니다.

 

아직 말을 다 끝내지도 않았는데 누군가 해결책부터 이야기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너무 쉽게 판단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겁니다.

 

특히 오랫동안 고민해 온 문제라면 누구나 떠올릴 만한 방법은 이미 생각해 봤을 가능성이 높겠죠.

 

그런 사람에게 정답처럼 조언하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고민에 무조건 고개만 끄덕여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더 좋을 수도 있겠죠.

 

다만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살펴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해주는 것과 상대방에게 필요한 말을 해주는 것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좋은 말을 해주는 것보다 끝까지 들어주는 게 더 어려운 이유

 

 

관심을 주는 것과 주의를 기울이는 것도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시몬 베유의 명언에서 특히 눈여겨보게 된 단어는 '주의'였습니다.

 

단순히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리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관심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묻기도 하고, 잘 지내는지 연락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막상 상대방이 이야기를 시작하면 휴대전화를 확인하거나 다른 일을 하면서 듣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 역시 그런 적이 적지 않습니다.

 

분명 대화를 나눴는데 나중에 상대방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을 때도 있었어요.

 

반대로 누군가 제 이야기를 자세히 기억하고 있다가 며칠 뒤에 다시 물어보면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얼마 전에 걱정하던 일은 어떻게 됐는지, 지난번에 아프다고 했던 곳은 괜찮아졌는지 물어보는 경우 말입니다.

 

특별히 대단한 말을 해주는 것도 아닌데 그 사람이 제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있었구나 싶더라고요.

 

결국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여 주었다는 사실 자체가 고맙게 느껴지는 것이죠.

 

그런 경험을 떠올리면 시몬 베유가 왜 주의를 기울이는 일을 너그러움이라고 표현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면 잠깐 내 생각을 내려놓아야 할 때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살아온 환경도 다르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도 다릅니다.

 

같은 상황을 겪어도 받아들이는 방식은 제각각일 수밖에 없죠.

 

그런데 우리는 자신에게 익숙한 기준으로 다른 사람의 문제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지 않을까.

 

왜 그렇게까지 걱정하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상대방의 입장보다 제 판단이 먼저 앞서게 됩니다.

 

물론 모든 사람의 생각에 동의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방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면 다른 의견을 이야기할 수도 있겠죠.

 

다만 동의하지 않는 것과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충분히 들어본 다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해도 늦지 않을 테니까요.

 

어쩌면 좋은 대화는 말을 얼마나 잘하느냐보다 상대방의 말을 얼마나 성급하게 판단하지 않느냐에 달려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귀합니다.

 

시몬 베유가 살았던 시대와 비교하면 지금은 다른 사람과 연락하고 대화할 수 있는 수단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휴대전화만 있으면 언제든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도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할 수 있죠.

 

그런데 연결되는 일이 쉬워진 만큼 한 사람에게 오랫동안 집중하는 일은 오히려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대화하는 도중에도 알림이 오고, 다른 사람의 연락이 들어오고, 새로운 정보가 계속 눈에 들어옵니다.

 

누군가와 마주 앉아 있으면서도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는 순간이 생기는 것이죠.

 

그래서 이제는 상대방에게 시간을 내주는 것만큼 그 시간에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랜 시간 함께 있었더라도 서로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았다면 기억에 남는 대화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짧은 대화라도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겠죠.

 

좋은 말을 해주는 것보다 끝까지 들어주는 게 더 어려운 이유

 

 

 

 

오늘은 좋은 말을 하기보다 조금 더 잘 들어보려고 합니다.

 

이 명언을 읽고 나서 대화하는 습관을 조금 돌아보게 됐습니다.

 

저는 그동안 상대방이 고민을 이야기하면 무언가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어려운 이야기를 꺼냈는데 아무런 조언도 하지 않으면 괜히 성의 없게 느껴질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때로는 서둘러 대답하지 않는 것도 상대방을 존중하는 방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방이 말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 보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다시 물어보고,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확인해 보는 것이죠.

 

물론 실제 대화에서 매번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오랫동안 굳어진 습관이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래도 적어도 한 가지는 기억해 두려고 합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내 생각으로 채우기 전에 그 사람의 말을 충분히 들어보자는 것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반드시 돈이나 물건, 특별한 조언일 필요는 없겠죠.

 

때로는 다른 일을 잠시 멈추고 한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시몬 베유의 명언을 읽으면서 제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얼마나 제대로 듣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네요.

 

여러분은 고민을 이야기할 때 구체적인 조언을 듣는 편이 좋으신가요.

 

아니면 특별한 해결책이 없어도 누군가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 더 좋으신가요?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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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니
    저도 고민을 이야기할 때는 섣부른 조언보다 제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게 더 좋더라고요. 
    누군가 내 말에 귀 기울여 준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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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공감하게 되네요. 누군가의 고민을 들으면 어떻게든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지만, 때로는 조언보다 내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는 사람이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고 끝까지 듣는다는 건 단순히 귀를 기울이는 것을 넘어, 그 사람의 마음이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함께 살펴보는 일이겠지요. 저도 사람을 돕고 마음을 나누는 일을 하면서 상대방을 위한답시고 건넨 조언보다 “그랬구나, 많이 힘들었겠다”라는 진심 어린 공감이 더 깊이 마음에 닿을 때가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 되려 하기보다, 그 사람이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너그러움이 아닐까요. 좋은 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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