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사람보다 직접 해본 사람이 더 대단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비평가가 아니다. 영광은 실제로 경기장에 들어가 먼지와 땀을 뒤집어쓴 채 분투하는 사람의 몫이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공화국의 시민정신〉(Citizenship in a Republic)

 

얼마 전 작은 행사에 참석했다가 묘한 장면을 하나 봤습니다.

행사 시작 시간이 조금 늦어졌는데 뒤쪽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준비를 좀 제대로 하지."

"저렇게 할 거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겠다."

솔직히 저도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안내도 조금 어수선했고 진행도 매끄럽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행사가 끝난 뒤 우연히 준비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누군가는 무거운 물품을 정리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의자를 옮기고 있었어요.

테이프가 잔뜩 붙은 상자를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얼마나 많은 일을 했을지 그제야 조금 짐작이 되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한 시간 동안 앉아서 평가했지만 저 사람들은 며칠 동안 준비했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때 떠오른 명언이 바로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말입니다.

 

잘하는 사람보다 직접 해본 사람이 더 대단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남의 실수는 왜 그렇게 선명하게 보일까요?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지켜보다 보면 이상하게 부족한 부분부터 눈에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발표를 들으면 목소리가 작다는 생각이 들고, 누군가 행사를 진행하면 순서가 매끄럽지 않다는 점이 먼저 보입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읽다가도 내용보다 맞춤법이나 어색한 표현이 눈에 띄기도 하죠.

물론 이런 지적이 반드시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개선하는 과정은 분명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가끔은 우리가 어떤 일을 평가할 때 실제로 그 일을 해내는 데 필요한 노력까지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처음으로 사람들 앞에서 발표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발표 자료를 만들고, 내용을 정리하고, 여러 번 연습했을 겁니다.

막상 앞에 서면 긴장해서 준비한 말을 잊어버릴 수도 있겠죠.

그런데 듣는 사람은 그 긴장이나 준비 과정까지 전부 알지는 못합니다.

그저 눈앞에 드러난 몇 분의 결과만 보고 평가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그런 적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의 결과물은 쉽게 평가하면서 그것을 만들어 내기까지의 과정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죠.


막상 직접 해보면 생각보다 쉬운 일이 별로 없습니다.

예전에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모임에서 작은 일을 맡아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별로 어려워 보이지 않았어요.

날짜를 정하고 사람들에게 알리고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니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계속 생겼습니다.

날짜가 맞지 않는 사람이 있었고, 준비하기로 했던 물건이 제때 도착하지 않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다른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조건이 되기도 했고요.

생각보다 조율해야 할 일이 많았습니다.

그전까지는 누군가 모임을 진행하면서 작은 실수를 하면 조금 더 신경 썼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제가 비슷한 일을 해보니 그 말이 얼마나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였는지 알겠더라고요.

물론 직접 해봤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실수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책임을 맡았다면 그에 맞는 준비도 해야겠죠.

다만 그 경험 이후로는 다른 사람의 실수를 볼 때 조금 다른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그 사람이 왜 그런 실수를 했을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지도 생각해 보게 된 겁니다.

 

잘하는 사람보다 직접 해본 사람이 더 대단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완벽하게 준비한 사람보다 서툴게 시작한 사람이 앞서갈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에 많은 것을 생각합니다.

잘할 수 있을까.

괜히 했다가 실수하면 어떡하지.

다른 사람들이 별로라고 생각하면 어쩌지.

이런 걱정 때문에 시작하지 못하는 일들이 꽤 많습니다.

저도 비슷합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다가도 어느 정도 잘할 자신이 생기면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가만히 따져보면 조금 이상합니다.

해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잘할 자신이 생길 수 있을까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텐데 말입니다.

누군가는 부족한 실력으로 첫 번째 시도를 하고, 그 과정에서 실수하고, 다음에는 조금 나은 결과를 만들어 갑니다.

반면 다른 누군가는 충분히 준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전히 시작할 시점만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몇 달 뒤 두 사람을 비교하면 처음에는 더 부족해 보였던 사람이 오히려 훨씬 멀리 가 있을 수도 있겠죠.

실제로 부딪히며 배운 경험은 머릿속으로만 예상했던 것과 다를 테니까요.

완벽한 계획을 세우는 능력과 불완전한 상황에서 실제로 움직이는 능력은 서로 다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비판하는 사람을 모두 무시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루스벨트의 명언을 읽으면서 한 가지는 구분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일을 해본 사람만 의견을 낼 자격이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하겠죠.

어떤 분야에서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오히려 더 객관적인 문제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비판도 분명 가치가 있고요.

중요한 것은 비판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어떤 태도로 비판하느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구체적인 의견을 전달하는 것과 실수한 사람을 비웃는 것은 전혀 다른 행동이니까요.

"이 부분은 다음에 이렇게 바꾸면 더 좋겠습니다."

이런 말은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그것도 제대로 못 하느냐"는 말은 별다른 개선책 없이 상대방을 위축시키는 데 그칠 수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 누군가의 부족한 모습을 보더라도 그 차이를 조금 더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그 사람이 개선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제가 더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말입니다.

생각보다 이 두 가지가 쉽게 섞이는 것 같거든요.


경기장 밖에서는 누구나 침착할 수 있습니다.

루스벨트가 말한 경기장은 실제 운동 경기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겁니다.

자신이 어떤 일을 직접 책임지고 행동해야 하는 순간이라면 그곳이 바로 각자의 경기장이겠죠.

사람들 앞에서 처음 발표하는 순간일 수도 있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평소 생각만 하던 일을 실제로 해보는 일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밖에서 구경할 때는 쉽게 보였던 일이 막상 자신에게 주어지면 전혀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생각하지 못했던 변수도 생기고, 준비한 대로 되지 않는 일도 많아집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누구나 실수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시도가 의미 없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패한 경험을 통해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게 될 수도 있고, 자신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도 있으니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때는 얻을 수 없는 경험들입니다.

저는 이 명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수하지 않았다는 사실보다 실수할 가능성을 감수하면서도 실제로 해봤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죠.

 

잘하는 사람보다 직접 해본 사람이 더 대단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다음에는 평가하는 사람보다 참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사실 저 역시 지금까지 수많은 일을 구경하는 입장에서 평가해 왔습니다.

누군가의 결과물을 보면서 나라면 조금 다르게 했을 것 같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죠.

하지만 정작 제가 직접 맡아보라고 하면 선뜻 나서지 못했을 일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결과가 좋지 않을까 걱정되고, 다른 사람에게 평가받는 일도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누군가 무엇을 해보자고 제안했을 때 부족한 부분부터 찾기보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는 것이죠.

평소 관심 있었지만 잘할 자신이 없어 미뤄뒀던 일도 작은 규모로라도 시작해 보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어설플 수도 있을 겁니다.

생각만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제는 그 사실이 예전만큼 두렵지는 않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적어도 실패했다는 소리는 듣지 않겠지만, 그만큼 새로운 것을 배울 기회도 줄어들 테니까요.

루스벨트가 이 명언을 남긴 지 100년이 훨씬 넘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의미 있게 느껴지는 것은 사람들의 이런 모습이 시대가 바뀌어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누군가의 성과를 평가하고, 실수를 지적하고, 결과를 비교하면서 살아갑니다.

그 와중에 정작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일은 계속 뒤로 미루기도 하죠.

그래서 오늘의 명언을 읽으면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해봤습니다.

나는 지금 누군가의 경기장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일까, 아니면 조금 서툴더라도 내 경기장에서 뛰고 있는 사람일까.

여러분은 최근에 직접 해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던 일이 있으신가요?

밖에서 볼 때는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전혀 달랐던 경험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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