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알고 지내던 지인이 지게차 사고로 크게 다친 일이 있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저는 아직 지게차를 보면 그때 일이 먼저 생각납니다.
제가 직접 사고를 당한 것은 아닌데 가까이 알고 지내던 사람이 크게 다쳤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받은 충격이 생각보다 오래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처음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평범하게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사고로 크게 다쳤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쉽게 실감도 나지 않았어요.
지게차라는 것도 그전까지는 특별히 무섭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길을 다니다가 보더라도 그냥 작업할 때 사용하는 장비라고만 생각했지 그것을 보고 겁을 먹을 이유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 사고 이후로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어디선가 지게차가 움직이는 모습을 발견하면 저도 모르게 먼저 멈칫하게 됩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저와 아무 상관이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래요.
특히 지게차가 방향을 바꾸거나 후진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긴장하게 되고 가능하면 가까이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게차 자체가 무섭다기보다는 그것을 보는 순간 지인이 다쳤던 일이 함께 떠오르는 게 더 힘든 것 같습니다.
머리로는 지금 보고 있는 지게차와 예전에 있었던 사고가 아무 관계도 없다는 걸 압니다.
운전하는 사람도 다르고 장소도 다르고 상황도 전혀 다르잖아요. 그런데 그런 걸 하나하나 생각하기도 전에 몸이 먼저 긴장할 때가 있어요.
갑자기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지게차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계속 보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 그 주변을 지나가고 있으면 제가 다 조마조마해지고요.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조금 편해집니다.
가끔은 지게차가 움직이는 소리만 들려도 먼저 그쪽을 보게 됩니다. 예전에는 관심도 없었던 소리인데 사고 이후에는 유난히 잘 들리는 것 같아요. 제가 일부러 찾는 것도 아닌데 먼저 알아차리는 경우가 있으니 저 자신도 이상하게 느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고 직후에는 충격을 받았으니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여겼고 시간이 많이 흐르면 지게차를 봐도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오래갑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그 사고를 생각하며 지내는 것은 아닙니다. 평소에는 잊고 지내는 시간이 훨씬 많아요. 그러다가 우연히 지게차를 보게 되는 순간 당시 일이 갑자기 머릿속으로 들어옵니다.
평소에는 괜찮다가 특정한 것을 보는 순간 그때의 두려움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라 더 당황스럽습니다.
일부러 지게차가 있는 곳을 찾아갈 일은 없지만, 우연히 보게 되면 가능하면 거리를 두게 됩니다.
지게차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움직이기도 하고요. 안전을 위해 거리를 두는 것 자체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제가 느끼는 긴장까지 생각하면 단순히 조심하는 것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직접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합니다. 지인이 크게 다쳤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런 기억이 오래 남을 수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PTSD에 관한 이야기를 보다가 특정한 사고나 장면을 계기로 비슷한 상황을 계속 경계하게 된다는 글을 보고 제 경우도 생각나서 이곳에 적어봅니다.
그렇다고 제가 PTSD가 있다고 혼자 단정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사고가 상당히 오래전 일인데도 지게차를 보는 순간 그 기억과 두려움이 바로 연결되는 것이 계속 신경 쓰입니다.
예전에는 시간이 지나면 잊는다는 말을 별생각 없이 들었는데, 어떤 기억은 시간이 흐르는 것만으로 완전히 흐려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평소에는 잘 지내다가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다시 떠오르니 저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저처럼 본인이 직접 사고를 당한 것은 아니지만 가까운 사람이 크게 다친 일을 겪은 뒤 특정한 장소나 물건을 보면 그때 일이 떠오르는 분도 계신가요?
시간이 많이 지난 뒤에도 비슷한 장면을 보면 순간적으로 긴장하거나 피하고 싶었던 경험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