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 행동을 돌아보면 다른 사람들보다 주변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별히 위험한 곳에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저를 위협하는 상황도 아닌데, 밖에 나가면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의 움직임부터 살피게 됩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조심성이 많은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행동이 반복되다 보니 조금 신경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가면 편하게 한곳에 집중하기가 어렵습니다. 카페에 앉아 있어도 누가 들어오는지 확인하게 되고, 뒤쪽에서 갑자기 소리가 나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립니다. 누군가 가까이 지나가면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사람이 어디로 가는지 살펴볼 때도 있어요.
그렇다고 실제로 위험한 일이 생길 거라고 확신하는 건 아닙니다. 주변 사람들은 평범하게 자기 일을 하고 있고 저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머리로는 안전하다는 걸 이해하면서 몸은 계속 무언가를 경계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런 습관이 언제부터 생겼는지 생각해보면 예전에 심리적으로 많이 위축됐던 시기와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주변 분위기를 잘 살피지 않으면 갑자기 불편한 상황이 생기곤 했습니다. 누군가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면 괜히 긴장했고, 별다른 이유 없이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도 먼저 눈치를 보게 됐습니다.
그때는 주변을 살피는 게 저를 보호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상대방의 표정이나 말투가 조금만 달라져도 빠르게 알아차려야 불필요한 갈등을 피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그런 환경에서 벗어났는데도 비슷한 행동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한번은 조용한 공간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누군가 문을 세게 닫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는데 저는 순간적으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더라고요. 소리가 난 방향을 확인하고 나서야 별일 아니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도 한동안 주변 소리에 신경이 쓰였습니다.
이미 아무 일도 없다는 걸 확인했는데 긴장감은 바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답답합니다.
길을 걸을 때도 비슷한 순간이 있습니다. 뒤에서 발소리가 가까워지면 누가 따라오는 건 아닌지 확인하게 되고, 사람이 갑자기 방향을 바꾸면 저도 모르게 움직임을 살핍니다. 대부분은 그냥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던 사람이거나 지나가는 행인일 뿐인데 말이에요.
이런 행동을 하고 나면 스스로 조금 민망하기도 합니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왜 그렇게 신경을 썼을까 싶고, 다음에는 좀 더 편하게 행동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막상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또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그나마 괜찮은 편입니다. 대화를 나누거나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으면 주변을 살피는 횟수가 줄어들기도 합니다. 반면 혼자 낯선 장소에 있거나 주변이 조용해지면 작은 움직임이나 소리까지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가끔은 제가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뒤늦게 알아차립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거나 주변을 계속 두리번거리고 있다는 걸 깨닫고 나서야 자세를 고쳐 앉습니다. 특별히 무서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몸이 먼저 반응하고 있었던 거죠.
그렇다고 하루 종일 불안하게 지내는 건 아닙니다. 평소처럼 웃고 이야기하면서 별문제 없이 생활하는 날도 많습니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소리나 움직임이 생기면 순간적으로 긴장하는 반응이 반복된다는 게 마음에 걸립니다.
주변을 살피는 행동 자체가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낯선 장소에서는 누구나 어느 정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위험을 확인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마음을 놓지 못해서 계속 확인하는 행동이라면 조금 다른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PTSD와 관련된 이야기를 찾아보다가 과거에 겪었던 경험 때문에 현재도 주변을 과도하게 경계하는 경우가 있다는 내용을 접했습니다. 물론 제 행동만으로 PTSD라고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예전에 느꼈던 긴장감이 지금의 생활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편하게 쉬어도 되는 순간에조차 완전히 긴장을 풀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조용한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혼자 산책하는 평범한 일상에서도 주변을 계속 의식하다 보면 생각보다 쉽게 피곤해집니다. 특별히 많은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집에 돌아오면 괜히 지쳐 있는 날도 있고요.
예전에는 주변을 잘 살피는 것이 저에게 필요한 행동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모든 상황에서 그렇게 행동할 필요는 없다는 걸 조금씩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경계하는 습관을 없애려고 무리하게 노력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오랫동안 익숙해진 반응이라면 바뀌는 데도 시간이 필요할 것 같으니까요.
최근에는 주변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실제로 위험한 상황인지, 아니면 익숙한 긴장감 때문에 반응하는 건지 구분해보려고 합니다. 아직은 그 차이를 명확하게 알기 어렵지만 적어도 제 행동을 무조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해요.
이제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계속 확인하지 않아도 마음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과거에 힘들었던 경험 이후로 안전한 장소에서도 주변을 자꾸 살피는 습관이 생긴 적이 있으신가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는지, 아니면 별도로 도움을 받거나 연습해야 했는지 경험이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