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빨리'라고 말하면 손부터 차가워집니다

'빨리 좀 해.' 그 말이 싫습니다. 회사에서 급한 일이 있어도, 가족이 외출 준비를 재촉해도 그 말만 들으면 순간적으로 몸이 굳습니다. 전에는 제가 그냥 느긋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최근에야 예전 일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 전 응급 상황에서 도움을 기다렸던 적이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계속 서두르라고 했고 저도 정신없이 움직였습니다. 일이 마무리된 뒤에도 한동안 그날의 소리와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은 당시와 전혀 관련 없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급하게 말하면 그날의 다급함이 다시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는 동료가 프린터 앞에서 빨리 출력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평범한 업무였고 누구도 저를 혼낸 건 아닙니다. 그런데 그 순간 손끝이 차가워지면서 머릿속이 하얘졌어요. 오히려 평소보다 느리게 움직였습니다. 동료는 기계가 잘 안 되냐고 물었고 저는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이후로는 급한 말투를 들으면 미리 숨이 가빠질까 걱정합니다. 엘리베이터에 타러 가다가 다른 사람이 빨리 오라고 하면 순간적으로 멈칫해요. 그렇게 사소한 말 하나에 몸이 반응한다는 게 저도 낯섭니다.

당시 경험과 지금 반응이 직접 연결된 건지는 평가를 받아봐야겠죠.

PTSD라는 단어를 쉽게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특정 말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그런 말을 들을 만한 상황까지 피하게 되는 게 불편합니다.

어느 날 가족에게 그 말을 들으면 좀 긴장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가족은 알겠다고 했지만 실제로 급할 때는 습관적으로 또 말합니다. 그때마다 화가 나면서도 왜 제가 화를 내는지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상대방의 평범한 말을 바꾸게 하기보다 제 몸이 안전한 현재를 다시 구분하도록 돕고 싶습니다. 이런 경우 상담에서 어떤 방법을 시도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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