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려고 하면 지나간 일이 갑자기 떠올라 생각이 길어집니다.

낮에는 별생각 없이 지내다가도 밤에 잠자리에 들면 지나간 일이 갑자기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일부러 생각하려고 꺼내는 것도 아닌데 조용히 누워 있다 보면 어느 순간 그때 있었던 일이 머릿속에 들어옵니다.

 

처음에는 잠깐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잠이 들겠지 했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굳이 붙잡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막상 한번 떠오르기 시작하면 생각이 쉽게 끊어지지 않습니다.

 

그때 상황이 생각나고, 제가 어떻게 했는지도 떠오릅니다. 그러다 보면 왜 그때 그렇게 했을까, 다른 식으로 행동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까지 이어집니다. 이미 끝난 일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머릿속에서는 다시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 생각이 계속됩니다.

 

낮에는 다른 일을 하고 주변에 신경 쓸 것도 있으니 이런 생각이 들어도 금방 넘어가는 편입니다. 그런데 잠들기 전에는 조용하고 딱히 할 일이 없다 보니 한번 시작된 생각이 길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냥 옛날 일을 떠올리는 정도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텐데, 어떤 기억은 생각나는 것 자체가 불편합니다.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다른 생각을 해보려고 하는데 오히려 그러면 더 선명하게 생각날 때도 있습니다. 그날 있었던 일을 처음부터 다시 되짚고 있는 저를 발견하기도 하네요.

 

그러다 보면 잠들려고 누웠다가 오히려 정신이 더 또렷해집니다. 이제 그만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어도 생각이라는 게 마음대로 멈춰지는 것은 아니더군요.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 자체가 그 일을 계속 붙잡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특히 힘든 건 그 일이 왜 아직도 이렇게 신경 쓰이는지 저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무뎌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어느 날 밤 갑자기 떠오르면 당시 느꼈던 불편함까지 같이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매일 밤 이런 것은 아닙니다. 아무 생각 없이 잘 자는 날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애매합니다. 이제 괜찮아졌나 싶다가도 며칠 뒤 다시 생각이 길어지면 아직도 영향을 받고 있는 건가 싶습니다.

 

가끔은 다음 날 피곤할 걸 알면서도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시간을 확인하고 이제 정말 자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지나간 일을 계속 되짚고 있습니다. 다음 날이 되면 밤에 왜 그렇게까지 생각했나 싶은데, 다시 밤이 되면 비슷해질 때가 있네요.

 

PTSD와 관련된 글들을 보면서도 제 상태를 어떤 문제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단순히 좋지 않았던 기억을 오래 붙잡고 있는 것인지, 스트레스를 받으면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일인지 저로서는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 제 의지와 관계없이 갑자기 생각나고, 그 때문에 잠들기 어려워지는 일이 반복된다는 점은 신경이 쓰입니다.

 

비슷한 경험을 하시는 분들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낮에는 괜찮다가 잠자리에 누우면 지나간 일이 갑자기 떠오르고 생각이 계속 이어지는 분들도 계신가요?

 

이럴 때 억지로 생각을 멈추려고 하는 게 오히려 더 힘들지는 않은지도 궁금합니다. 잠들기 전에 이런 기억이 떠오를 때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을 정리하고 계시는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던 방법이 있었다면 경험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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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
  • 익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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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지로 생각을 멈추려고 할수록 그 생각이 뇌에 더 강한 자극을 주어 역효과가 납니다. 뇌과학적으로 조용한 밤에는 시각적, 청각적 자극이 사라지기 때문에 뇌가 내부의 기억 공간을 더 활발히 뒤적거리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질문자님만의 문제가 아니니 너무 불안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용하면 생각이 커지기 때문에, 아무 뜻 없는 빗소리보다는 사람이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라디오나 책 읽어주는 오디오를 아주 작게 틀어놓아 보세요. 귀를 다른 곳에 기울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이 끊기고 잠들 수 있습니다.
  • 익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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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읽는데 제 이야기 같아서 한참을 머물다 갑니다. 저도 밤마다 혼자서 과거의 시나리오를 다시 쓰며 괴로워했던 적이 많거든요. '그만 생각하자'고 마음먹을수록 머릿속은 더 또렷해지고, '난 왜 아직도 이 모양일까' 자책하게 되는 그 악순환이 정말 사람을 지치게 만들죠.
    
    결코 나약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낮 동안 열심히 살아내느라 억눌러두었던 마음의 방어벽이 밤이 되어 느슨해지면서, 상처받았던 기억들이 위로받고 싶어 불쑥 튀어나오는 자연스러운 방어 기제일 뿐입니다. 어떤 날은 괜찮다가 어떤 날은 다시 무너지는 것도 마음이 회복되는 과정 중 하나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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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많이 공감됐습니다. 낮에는 괜찮다가 조용히 누우면 낮 동안 묻어두었던 생각들이 하나씩 올라오더라고요. 특히 “왜 그때 그렇게 했을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이미 지나간 일인 걸 알면서도 쉽게 멈춰지지 않는 것 같아요.
    
    생각을 억지로 없애려고 할수록 오히려 더 선명해질 때도 있지요. 그래서 꼭 생각을 끝내려고 애쓰기보다는 ‘아, 지금 내 마음이 그 일을 다시 꺼내고 있구나’ 하고 한발 떨어져 바라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가끔 그런 밤이 있다고 해서 아직 그 일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거나 내가 이상한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마음이라는 게 낮에는 바쁘게 지나가다가 밤이 되어서야 조용히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니까요.
    
    다만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되어 수면을 많이 방해하거나 일상까지 힘들게 한다면 혼자 견디기보다 전문가와 이야기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오늘 밤만큼은 지나간 일을 해결하려 하기보다 “그 일은 그때의 나에게 맡겨두자” 하고 조금 편안하게 쉬셨으면 좋겠습니다.
    익명3
    작성자
    일상에서의 자기 조절 기술을 조금씩 시도해 봐야겠다는 용기가 생깁니다. 더 적극적으로 제 마음을 돌보는 데 신경 쓰겠습니다.
  • 익명4
    잠들려고 하면 지나간 일이 갑자기 떠올라 생각이 길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특히 잠들려고 조용해지는 순간 과거의 일이 갑자기 떠오르고,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잠을 못 이루는 것은 외상 후 스트레스 반응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증상 하나만으로 PTSD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밤에는 주변 자극이 줄어들어서 낮 동안 눌러두었던 기억이나 감정이 더 선명해지기도 합니다. 이때 억지로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면 오히려 생각이 더 강해질 수 있는 경우가 저도 자주 있습니다.
    
    저도 상담을 통해서 배운 방법이네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억과 현재를 구분해주라고 하네요.
    과거 일이 떠오르면 속으로 천천히 말해보세요.
    “그 일은 과거에 일어났다. 지금 나는 현재에 있다. 지금 이 순간에는 그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
    발바닥이 바닥에 닿는 느낌이나 이불의 감촉처럼 현재의 감각 하나에 집중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스스로가  생각을 해결하려고 하지 마세요.
    밤에는 과거를 분석하거나 결론을 내리려 하지 않는 게 좋아요.
    “이건 내일 낮에 생각하자.”
    라고 메모만 해두고 내려놓으세요.
    
    잠이 안 오면 침대에서 계속 싸우지 마세요.
    한참 누워 있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면 잠시 일어나 어두운 곳에서 조용한 활동을 하다가 졸릴 때 다시 누워보세요. 침대를 ‘생각하고 괴로워하는 장소’가 아니라 ‘잠자는 장소’로 다시 연결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지나간 일이 반복해서 떠오르고, 악몽·갑작스러운 기억이나 장면의 재경험·과도한 경계·회피 등이 함께 나타난다면 혼자 견디기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받아 보는 것도 방법이네요.
    . PTSD는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고, 외상 중심 심리치료 등 도움이 되는 치료법들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밤에 과거가 떠오른다고 해서 그 일을 다시 겪고 있는 것은 아니고 지금 이 순간의 나는 과거의 그 순간과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네요 
    
    
    
    
    
    
    
    익명3
    작성자
    일상에서의 자기 조절 기술을 조금씩 시도해 봐야겠다는 용기가 생깁니다. 더 적극적으로 제 마음을 돌보는 데 신경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