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시 깨지는 소리를 듣고도 괜찮은 척하는 게 어렵네요

식당에서 접시가 깨졌습니다. 직원이 실수로 떨어뜨린 거였어요. 큰 사고는 아니었고 주변 사람들도 잠깐 쳐다보다 식사를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저는 손에 들고 있던 수저를 그대로 내려놓았습니다. 그 소리에 몸이 얼어붙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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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집에서 큰 소리가 나는 상황을 자주 겪었습니다. 누군가 화를 내면 물건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했고, 저는 그때마다 방으로 들어가 조용히 있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났고 지금은 그런 상황과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접시가 깨지는 소리가 나면 그때의 긴장감이 갑자기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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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밥 먹던 친구는 놀랐냐며 웃었습니다. 저는 괜찮다고 대답했어요. 친구 잘못이 아닌데도 순간적으로 그만 이야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당을 나올 때까지 제대로 맛을 못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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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제가 점점 소리를 예상한다는 겁니다. 카페에 가면 컵이 놓인 위치부터 보고, 누군가 설거지하는 소리가 크면 괜히 어깨가 올라갑니다. 실제로 아무것도 깨지지 않았는데도요. 얼마 전에는 식당 직원이 접시를 여러 개 들고 가는 걸 보고 잠깐 자리를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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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시절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거의 하지 않습니다. 큰 비밀을 가진 건 아니지만 이야기하고 나면 상대가 저를 불쌍하게 볼까 봐 부담스럽습니다. 상담에서도 이런 과거를 자세히 말해야 할지 망설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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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활은 안전하고 가족과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몸의 반응은 꼭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이런 반응을 겪는 것만으로 PTSD라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도 압니다. 다만 일상을 불편하게 만드는 만큼 도움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접시가 깨지면 놀랐다가 다시 밥을 먹는 것, 다른 사람에겐 평범한 그 일이 제게는 아직 어렵습니다.

댓글1
  • 익명1
    과거의 경험이 시간이 지났다고 해서 몸의 기억까지 사라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안전한 환경에 있어도 특정 소리에 예전의 긴장감이 되살아날 수 있죠
    스스로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상담을 통해 조금씩 마음을 들여다보고 편안하게 일상을 누릴 수 있게 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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