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시기가 길어진다고 해서 내가 약해진 건 아니었습니다

“한겨울 한가운데서 나는 마침내
내 안에 꺾이지 않는 여름이 있음을 깨달았다.”

- 알베르 카뮈, 「티파사로 돌아가다」
ㅤ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는 그냥 예쁜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ㅤ
겨울과 여름을 대비해서 힘든 시기를 견뎌내자는 이야기 정도로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니 조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ㅤ
카뮈가 말하는 여름은 힘든 일이 사라지는 순간이 아니라, 힘든 상황 속에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내 안의 어떤 부분에 가까운 것 같았습니다.
ㅤ
힘든 시기가 길어진다고 해서 내가 약해진 건 아니었습니다
ㅤ
살다 보면 이상할 만큼 일이 한꺼번에 꼬이는 시기가 있습니다.
ㅤ
하나가 해결되기도 전에 또 다른 일이 생기고, 평소라면 별것 아니라고 넘길 일에도 쉽게 지칩니다.
ㅤ
그럴 때는 자꾸 자기 자신까지 의심하게 됩니다.
ㅤ
“예전에는 이 정도로 힘들지 않았는데.”
ㅤ
“내가 요즘 너무 약해진 건가?”
ㅤ
“왜 이렇게 아무것도 하기 싫지?”
ㅤ
저도 컨디션이 떨어지고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면 비슷한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ㅤ
그런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것과 내가 약한 사람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더라고요.
ㅤ
겨울이 길다고 해서 여름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ㅤ
지금 당장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ㅤ
힘든 시기가 길어진다고 해서 내가 약해진 건 아니었습니다
ㅤ
생각해보면 버틴다는 것도 꼭 이를 악물고 하루하루 견디는 모습만을 뜻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ㅤ
어떤 날은 해야 할 일을 다 하지 못해도 씻고 밥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 있습니다.
ㅤ
평소 운동을 한 시간 하던 사람이 힘든 날에는 10분만 걷는 것도 계속 이어가는 방법이고, 사람들을 만나기 버거운 날에는 약속 하나를 미루고 혼자 쉬는 것도 필요할 수 있습니다.
ㅤ
예전에는 이런 걸 게으름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ㅤ
하지만 사람에게도 계절이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ㅤ
늘 여름처럼 뜨거울 수는 없습니다.
ㅤ
어떤 시기에는 잘 자라기보다 그냥 얼어붙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ㅤ

힘든 시기가 길어진다고 해서 내가 약해진 건 아니었습니다
ㅤ
카뮈의 문장이 마음에 남는 이유도 그래서인 것 같습니다.
ㅤ
그는 “겨울이 곧 끝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ㅤ
상황이 좋아질 거라고 쉽게 약속하지도 않습니다.
ㅤ
대신 겨울 한가운데에서도 자기 안에 여름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합니다.
ㅤ
저는 이 부분이 좋았습니다.
ㅤ
밖의 상황이 바뀌어야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뜻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ㅤ
누군가의 말 한마디일 수도 있고,
좋아하는 음악 한 곡일 수도 있고,
집에 돌아와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일 수도 있고,
다시 한번 해보고 싶은 일이 하나 남아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ㅤ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나를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그것도 내 안의 여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ㅤ
사람을 버티게 하는 힘은 언제나 거창한 희망의 모습으로 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ㅤ
힘든 시기가 길어진다고 해서 내가 약해진 건 아니었습니다
ㅤ
그리고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도 있습니다.
ㅤ
당시에는 정말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그 와중에도 꽤 많은 일을 해냈다는 것 말입니다.
ㅤ
출근했고,
밥을 먹었고,
가족과 이야기를 했고,
해야 할 일을 조금이라도 했고,
힘들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다음 날을 맞았습니다.
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힘든 시기에는 이런 평범한 하루 하나를 넘기는 것도 생각보다 큰 일입니다.
ㅤ
그래서 요즘은 잘하고 있는지 판단할 때 가장 좋았던 시기의 나와 비교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ㅤ
여름의 나와 겨울의 나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면 겨울의 나는 항상 부족해 보일 테니까요.
ㅤ
지금의 내가 예전보다 천천히 가고 있다고 해서 뒤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ㅤ
어쩌면 지금은 속도를 내는 계절이 아니라 버티면서 지나가는 계절일 수도 있습니다.
ㅤ
카뮈가 말한 ‘꺾이지 않는 여름’도 특별한 사람에게만 있는 건 아닐 것 같습니다.
ㅤ
힘든 와중에도 웃게 되는 순간,
아직 좋아하는 것이 하나 남아 있는 마음,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결국 오늘을 지나온 것.
ㅤ
그런 작은 것들 속에 숨어 있는 게 아닐까요.
ㅤ
지금 조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너무 빨리 자신을 약하다고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ㅤ
겨울에는 겨울의 속도가 있으니까요.
ㅤ
그리고 지금은 잘 느껴지지 않더라도,
내 안 어딘가에는 아직 사라지지 않은 여름이 남아 있을지도 모릅니다.

댓글3
  • 프로필 이미지
    로니엄마
    힘든 시간이 길어지면 상황보다도 ‘내가 예전 같지 않은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더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그런데 겨울의 나와 여름의 나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겠지요.
    
    어떤 날은 10분 걷는 것, 밥 한 끼 챙겨 먹는 것, 무사히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해낸 하루일 수 있으니까요.
    
    힘든데도 여기까지 걸어온 나를 약하다고 단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안의 여름은 거창한 희망이 아니라, 아직 좋아하는 것 하나를 놓지 않는 마음, 다시 해보고 싶은 작은 마음 속에도 있는 것 같아요.
    
    겨울을 지나고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채찍보다 ‘지금도 충분히 잘 버티고 있다’는 따뜻한 인정인 것 같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ana
    공감 하고 갑니다. 시간이 다 다르게 적용 될 수도 있으니까요
  • 프로필 이미지
    케이스
    약해져도 괜찮습니다 사람이 항상 강할 수는 없으니까요 심히 버티면 되지 않을까요

나를 바꾸는 오늘의 명언 인기글

나를 바꾸는 오늘의 명언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