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마음은 그렇게 잘 읽으면서 왜 내 마음은 늘 나중이었을까요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고, 자신을 아는 사람은 밝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고, 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강하다.”

 

- 노자 『도덕경』 33장
ㅤ도교의 노자(태상노군으로 신격화된 모습)


ㅤ
생각해보면 우리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꽤 많은 걸 알고 있습니다.
ㅤ
저 사람은 어떤 말을 싫어하는지,
누구와 사이가 좋지 않은지,
기분이 안 좋을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떤 상황에서 화를 내는지도 금방 알아차립니다.
ㅤ
회사에서도 눈치를 보고,
가족의 표정을 살피고,
친구가 평소보다 답장이 짧으면 무슨 일이 있나 생각합니다.
ㅤ
그런데 정작 자기 자신에게는 이상할 만큼 둔할 때가 있습니다.
ㅤ
나는 왜 오늘 기분이 안 좋은지,
왜 별말 아닌데 유난히 화가 났는지,
왜 쉬어도 계속 피곤한지,
요즘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는 잘 모릅니다.
ㅤ
누군가 “요즘 어때?”라고 물으면
습관처럼 “그냥 그렇지 뭐”라고 대답해버리기도 합니다.
ㅤ
남의 마음은 몇 초 만에 분석하면서
내 마음에는 제대로 질문 한번 하지 않은 셈입니다.
ㅤ
남의 마음은 그렇게 잘 읽으면서 왜 내 마음은 늘 나중이었을까요
ㅤ
저도 예전에는 나를 안다는 게 별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ㅤ
내 성격은 이렇고,
나는 이런 걸 좋아하고,
이런 건 싫어한다고 생각했습니다.
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게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ㅤ
예전에는 좋아했던 일이 지금은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한때 중요했던 목표가 지금은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ㅤ
반대로 예전에는 관심조차 없던 것이 어느 순간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ㅤ
사람은 계속 변하는데
우리는 몇 년 전에 만들어놓은 자기소개서를 들고 계속 살아갈 때가 있습니다.
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ㅤ
이 말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ㅤ
그런데 가끔은 그 말 때문에 새로운 나를 발견할 기회를 놓치기도 합니다.
ㅤ
나를 안다는 건 예전의 나를 기억하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계속 확인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ㅤ
남의 마음은 그렇게 잘 읽으면서 왜 내 마음은 늘 나중이었을까요
ㅤ
특히 마음이 힘들 때는 자기 자신을 아는 일이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ㅤ
화가 났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서운했던 것이고,
누군가가 미워서 힘든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ㅤ
일이 싫어진 줄 알았는데 일이 아니라 계속되는 피로가 문제일 수도 있고,
사람을 만나기 싫어진 게 아니라 혼자 쉬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ㅤ
겉으로 드러나는 감정과 그 밑에 있는 이유가 항상 같은 것은 아니더라고요.
ㅤ
그래서 요즘은 마음이 복잡할 때 바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한 번 더 물어보려고 합니다.
ㅤ
“내가 지금 진짜 불편한 건 뭐지?”
ㅤ
이 질문 하나만으로 답이 바로 나오지는 않습니다.
ㅤ
그래도 적어도 엉뚱한 곳에 화를 내거나,
필요하지 않은 해결책을 찾는 일은 조금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ㅤ
남의 마음은 그렇게 잘 읽으면서 왜 내 마음은 늘 나중이었을까요
ㅤ
노자의 말에서 더 재미있는 부분은 그다음입니다.
ㅤ
남을 이기는 사람보다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 더 강하다고 합니다.
ㅤ
처음에는 굉장히 거창한 자기관리 이야기처럼 들렸습니다.
ㅤ
하지만 저는 요즘 이 말을 아주 작은 일에서 생각합니다.
ㅤ
화가 났을 때 꼭 해야 할 말과 하지 않아도 될 말을 구분하는 것,
하기 싫은 날에도 해야 할 일을 조금이라도 하는 것,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싶어질 때 잠깐 멈추는 것,
내가 틀렸다는 걸 알았을 때 인정하는 것.
ㅤ
이런 것들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ㅤ
다른 사람과의 싸움은 누가 이겼는지 눈에 보이지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ㅤ
그래도 이런 작은 순간들이 쌓이면서 사람이 조금씩 달라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ㅤ
세상에서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 결국 자기 자신일지도 모릅니다.
ㅤ
남의 마음은 그렇게 잘 읽으면서 왜 내 마음은 늘 나중이었을까요
ㅤ
우리는 흔히 자신을 바꾸려고 할 때 부족한 부분부터 찾습니다.
ㅤ
나는 왜 의지가 약할까.
나는 왜 이것밖에 못할까.
나는 왜 남들처럼 못하지.
ㅤ
그런데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는 일은 꼭 단점을 찾아내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ㅤ
내가 어떤 상황에서 편안한지,
어떤 사람과 있을 때 자연스러운지,
무슨 일을 할 때 시간이 빨리 가는지,
언제 유난히 지치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ㅤ
내 약점을 아는 것만큼
내가 잘하는 것과 나를 살게 해주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ㅤ
그래야 남들이 좋다는 삶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삶을 조금씩 선택할 수 있을 테니까요.
ㅤ
남의 마음은 그렇게 잘 읽으면서 왜 내 마음은 늘 나중이었을까요
ㅤ
생각해보면 우리는 평생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ㅤ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아이 마음을 알려고 하고,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 상대 마음을 살피고,
직장에서도 사람들의 성격과 분위기를 파악합니다.
ㅤ
그런데 그 노력의 아주 조금만이라도 자신에게 사용해도 괜찮지 않을까요.
ㅤ
오늘 나는 무엇 때문에 기분이 좋았는지.
ㅤ
무엇 때문에 조금 힘들었는지.
ㅤ
지금 정말 필요한 게 해결책인지,
휴식인지,
누군가와의 대화인지.
ㅤ
그 정도만 물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ㅤ
  나를 이해하는 것은 자기중심적으로 사는 일이 아니라, 내 삶의 방향을 다른 사람에게 전부 맡기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ㅤ
남을 잘 아는 것도 분명 지혜입니다.
ㅤ
하지만 평생 함께 살아야 하는 사람은 결국 나 자신입니다.
ㅤ
그래서 오늘 하루만큼은 다른 사람의 표정을 살피기 전에
내 마음에도 한번 물어보려고 합니다.
ㅤ
“나는 지금 정말 괜찮은가?”
ㅤ
그리고 그 질문에 바로 “괜찮아”라고 대답하지 않고
잠깐이라도 내 대답을 기다려보려고 합니다.

댓글5
  • 프로필 이미지
    로니엄마
    글을 읽으면서 남을 배려하는 남의 마음을 살피느라 정작 내 마음은 늘 뒤로 미뤄두었던 시간이 있었던 것 같아요.
    
    괜찮다고 대답하기 전에 정말 괜찮은지 한 번 더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그것도 나를 아끼는 연습이겠지요.
    
    오래 함께 살아온 나 자신에게도 이제는 조금 더 다정하게 물어봐야겠습니다.
    
    “오늘 너는 어땠니?” 하고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마음에 오래 남네요.
    
  • 프로필 이미지
    ana
    타인을 위한 배려도 좋지만 나를 위하고 내 스스로를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죠
  • 프로필 이미지
    케이스
    남의 마음은 제 맘대로 할 수 없지만요 내 마음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 프로필 이미지
    워니
    남의 마음은 잘 살피면서 정작 내 마음은 뒤로 미뤄두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아요. 
    나는 원래 이래라고 단정하기보다 지금의 내가 어떤지 돌아보는 게 중요하다는 부분이 와닿네요. 
    나 자신에게도 조금 더 관심을 가져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프로필 이미지
    정정숙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롭고, 자신을 아는 사람은 밝다.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이 있고, 자신을 이기는 사람은 강하다.” 저도 읽었던 노자의 도덕경이라 다시 한번 더 저를 돌아보는 시간이네요.
    
    남의 표정, 말투, 기분은 그렇게 잘 살피면서 정작 내 마음은 늘 뒤로 미뤄두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아마 오랫동안 “상대가 불편하지 않게 하는 것”, “상대가 원하는 것을 먼저 알아주는 것”에 익숙해지셨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보면 내 감정은 자연스럽게 마지막 순서가 되었지는 않나 싶어지네요.
    
    누군가 힘들어하면 바로 알아차리면서도
    내가 힘들 때는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잖아.”
    “내가 조금만 이해하면 되지.”
    “괜히 분위기 망치지 말자.”
    하고 넘어가 버렸던 경우가 참 많았네요.
    그런데 지금 이 글을 다시 새기면서  내 마음을 챙기는 것은 이기적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네요.
    
    누군가의 마음을 살피기 전에 하루에 한 번만이라도 저 자신에게 물어보려고 합니다.
    “나는 지금 어떻지?”
    “나는 무엇이 싫었지?”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 질문으로부터  내 마음에게 건네는 것 자체가 시작하는 첫걸음을 내딛는 시간이네요.
    
    
    그리고 지금까지 다른 사람에게 주었던 그 다정함을 조금씩 자신에게도 돌려주세요.
    
    남에게는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
    라고 말하면서
    
    왜 나에게는
    “왜 이것밖에 못 했어?”
    라고 말해야 할까요.
    
    이제는 나에게도 똑같이 말해주세요.
    
    “괜찮아. 너도 많이 애썼어.”
    
    어쩌면 지금 필요한 건 더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늘 뒤로 미뤄두었던 자기 마음을 이제 조금 앞자리로 데려오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를 바꾸는 오늘의 명언 인기글

나를 바꾸는 오늘의 명언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