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천 원은 아까워하면서 내 시간 한 시간은 쉽게 버렸네요

돈 천 원은 아까워하면서 내 시간 한 시간은 쉽게 버렸네요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짧은 게 아니라,

 우리가 그중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거다."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가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

 

 처음 읽었을 때 진짜 뜨끔하더라고요. 평소에 맨날 "시간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정작 내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직장 다녀오면 저녁이고, 씻고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잘 시간이죠. 주말엔 밀린 일 좀 처리하고 나면 바로 월요일이 오고요. 그래서 늘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세네카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해요. 시간이 부족한 게 아니라, 이미 가진 시간을 제대로 못 쓰고 있다는 거죠.

 

돈 천 원은 아까워하면서 내 시간 한 시간은 쉽게 버렸네요

 

생각해보면 내 시간이 다 어디로 사라지는지 모르고 살았더라고요. 얼마 전 주말에도 그랬어요. 오후에 딱히 일정이 없어서 '오랜만에 책 좀 읽어야지' 생각했죠. 읽고 싶었던 책도 있었고, 저장해 둔 영화도 있었거든요. 근데 소파에 앉아 습관적으로 폰을 확인한 게 화근이었어요. 뉴스 하나 보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기사 클릭하고, 숏폼 영상 몇 개 보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더라고요. 정작 뭘 봤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말이죠. 결국 저녁엔 시간이 애매해져서 책이랑 영화는 또 다음으로 미뤘습니다.

 

참 이상하죠. 몇천 원짜리 물건 하나 살 때는 최저가 찾느라 한참을 고민하면서, 내 소중한 한두 시간 흘려보내는 건 전혀 아깝게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돈 쓴 내역은 꼼꼼히 확인하면서, 시간 쓴 내역은 확인하지 않았던 셈이에요.

 

돈 천 원은 아까워하면서 내 시간 한 시간은 쉽게 버렸네요

 

바쁘게 사는 거랑 시간을 잘 쓰는 건 정말 다른 문제 같아요. 세네카는 2천 년 전 사람이라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같은 건 당연히 없었겠죠. 그런데 그때 사람들도 남의 일에 너무 매달리고, 쓸데없는 걱정 하느라 정작 자기 삶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고 지적했대요. 지금 우리 모습이랑 크게 다를 게 없죠. 우리도 하루 종일 메시지 답장하고, 뉴스 보고, 남들 어떻게 사나 살피고, 급하지도 않은 일들 처리하며 바쁘게 지내잖아요. 근데 하루 끝에 "오늘 뭐 했지?"라고 물으면 딱히 떠오르는 게 없을 때가 많아요. 분명 쉴 새 없이 움직였는데, 정작 '나'를 위해 쓴 시간은 얼마 안 되는 거죠.

 

전 이 부분이 특히 와닿았어요. 시간을 낭비한다는 게 꼭 게으르게 누워만 있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요. 남들이 중요하다고 하는 일에 끌려다니느라 내가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계속 뒤로 미루는 것도 결국 시간을 잃어버리는 방식이더라고요. 남의 일정에는 다 맞춰주면서, 내 삶의 중요한 일은 늘 "나중에 시간 남으면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1분 1초를 다 생산적으로 써야 한다는 뜻은 아닐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면 쉬는 시간조차 죄책감이 들 테니까요. 폰 좀 보고, 낮잠 자고, 목적 없이 산책하는 시간, 다 필요하죠. 중요한 건 '무엇을 했느냐'보다 '그 시간을 내가 스스로 선택했느냐'인 것 같아요.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까 두 시간 정도 멍 때리며 쉬어야지"라고 마음먹었다면 그건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에요. 하지만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습관적으로 폰을 보다가 두 시간을 날렸다면 그건 이야기가 다르죠. 내가 선택한 시간과 그냥 흘려보낸 시간은 하루 끝에 느껴지는 만족감부터가 다르거든요.

 

우리는 중요한 일을 자꾸 나중으로 미뤄요. "시간 좀 생기면 책 읽어야지", "한가해지면 운동 시작해야지", "여유 생기면 부모님 모시고 여행 가야지"... 아이와 놀아주는 것, 친구에게 연락하는 것, 새로운 걸 배우는 것들 모두 '나중'이라는 이름으로 미뤄둡니다. 그런데 그 '나중'은 생각보다 쉽게 오지 않더라고요. 이번 주가 지나면 다음 주에 또 일이 생기고, 이번 달이 끝나면 다음 달에 새로운 걱정거리가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물론 다들 사정이 있죠. 먹고살아야 하고, 가족 돌봐야 하고, 당장 처리할 일들이 산더미잖아요. 원하는 것만 하며 살 순 없죠. 다만, 정말 중요한 일을 언제까지나 '시간 남을 때' 하겠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지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아요. 시간을 '내는' 게 아니라, 중요한 일의 '순서'를 조금 바꿔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고요.

 

돈 천 원은 아까워하면서 내 시간 한 시간은 쉽게 버렸네요

 

오늘이라는 시간은 생각보다 정말 빨리 지나가요. 세네카의 말을 읽고 나서 대단한 계획을 세우진 않았어요. 새벽 기상을 하겠다거나 분 단위로 스케줄을 짜겠다는 생각은 안 했죠. 그럴 자신도 없고,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을 것 같았거든요. 대신 하루에 딱 한 가지 정도는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려고 해요. 미뤄둔 책을 몇 페이지 읽거나, 가족이랑 목적 없이 산책을 하거나, 친구에게 먼저 안부를 묻는 소소한 일들이라도요. 남들이 보기엔 별거 아니겠지만,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쓴 거니까요.

 

어릴 땐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많은 걸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지나가는 것'과 '그 시간을 제대로 살아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는 걸 깨닫습니다. 세네카가 말한 시간의 낭비도 단순히 게으름을 경계하라는 게 아니라, 나에게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생각하지 않은 채 습관적으로 하루를 보내는 삶을 경계하라는 뜻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전 오늘 잠들기 전에 한 번 생각해보려고 해요. 오늘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지가 아니라, 그중 얼마나 많은 시간을 정말 '내가 원하는 일'에 썼는지를요.

 

여러분은 오늘 하루 중,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사용한 시간이 얼마나 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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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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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덜무룩
    안녕하세요 ㅎㅎ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했는가보다 얼마나 나다운 시간으로 채웠는가를 
    돌아보는 질문은 바쁜 일상속에서 놓치기 쉬운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 주네요 
    
    오늘 밤 잠자리에 들기전에 단 10분이라도 온전히 나만을 위한 편안한 숨을 쉬며 
    스스로를 다독여 주는 따뜻한 밤이 되시길 바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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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니
    시간을 알차게 써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해지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조금이라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도 무심코 휴대폰을 보다 시간이 훌쩍 지나갈 때가 있는데, 오늘은 저를 위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가져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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