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이 생기면 처음부터 모르는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도 분명히 알고 있습니다. 시간도 아예 없는 게 아닌데 이상하게 바로 시작을 못 하겠어요. 오늘 조금 해두면 나중에 편하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도 자꾸 다른 걸 먼저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아직 시간 있으니까 조금 있다가 해야지 하고 넘깁니다. 그런데 그 조금 있다가가 몇 시간 뒤가 되고 다음 날이 되기도 해요. 해야 한다는 생각은 계속 머릿속에 있어서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닌데 정작 손은 안 움직입니다. 차라리 완전히 잊고 편하게 쉬는 거라면 모르겠는데 계속 신경은 쓰면서 미루고 있으니 쉬어도 제대로 쉬는 기분이 안 들어요.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별것도 아닌 일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휴대폰을 잠깐 확인했다가 한참 보고 있기도 하고 갑자기 주변 정리를 해야 할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오늘은 집중이 잘 안 되니까 내일부터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러다 마감이나 약속한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으면 그제야 정신없이 시작합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급해지면 또 어떻게든 하게 되더라고요. 몇 시간 동안 다른 것도 거의 안 하고 그것만 붙잡고 끝낼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헷갈립니다. 정말 집중을 못 하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급할 때는 어떻게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결국 할 수 있으면서 평소에 제가 너무 미루는 건가 싶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끝내고 나면 매번 후회한다는 겁니다. 조금씩 했으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왜 또 마지막까지 미뤘을까 싶어요. 다음에는 무조건 미리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새로운 일이 생기면 또 똑같아집니다.
계획을 안 세워본 것도 아닙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은 이만큼 해야겠다고 나름대로 정해두기도 하는데 계획을 세우는 것과 실제로 시작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처럼 느껴집니다. 어떤 날에는 계획만 자세하게 세워놓고 정작 해야 할 일은 거의 손도 못 댄 적도 있어요.
특히 해야 할 게 여러 개 겹치면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뭐부터 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하나를 고르지 못하고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쉬운 것부터 하자고 시작했다가 정작 중요한 일은 그대로 남아 있기도 합니다. 할 일이 많을수록 더 열심히 움직여야 하는데 오히려 시작 자체가 어려워지는 느낌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단순히 미루는 습관의 문제인지 ADHD와 관련된 어려움에서도 이런 모습이 나타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물론 이것 하나만 가지고 ADHD라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다른 분들은 실제로 어떤지 경험을 들어보고 싶어요.
저처럼 해야 할 일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미루다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야 집중이 되는 분들이 계신가요. 미리 시작하려고 할 때는 어떻게 해야 실제 행동까지 이어지는지도 궁금합니다. 계획을 더 세세하게 나누는 게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아예 시작하는 방법 자체를 다르게 잡아야 하는지 비슷한 경험이 있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