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꾸 대답부터 하게 됩니다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상대방의 말을 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이야기를 듣다가 무슨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면 상대방이 끝까지 말하기도 전에 대답부터 하게 됩니다. 그 순간에는 자연스럽게 대화에 참여했다고 생각하는데 나중에 돌아보면 제가 너무 성급하게 행동한 것 같아 신경이 쓰입니다.

 

특히 상대방이 어떤 상황을 설명하고 있을 때 이런 일이 자주 생깁니다. 이야기를 조금 듣다 보면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예상하게 되고,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이 나오면 바로 반응하고 싶어집니다. 상대방은 아직 설명하는 중인데 저는 이미 머릿속으로 대답을 준비하고 있는 거죠.

 

문제는 그렇게 서둘러 대답했다가 엉뚱한 말을 할 때도 있다는 겁니다. 끝까지 들었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중간에 끼어드는 바람에 상대방이 다시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무시하려는 마음은 전혀 없는데 결과적으로는 제대로 듣지 않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게 고민입니다.

 

한번은 지인이 고민을 이야기하는데 제가 중간에 해결 방법부터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도움이 되고 싶어서 한 말이었는데 상대방은 아직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중이었습니다. 그제야 제가 너무 앞서갔다는 걸 깨달았어요. 상대방은 조언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길 바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대화할 때 조금 더 기다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말을 마칠 때까지 듣고 나서 대답하자고 생각하는데 막상 이야기가 시작되면 쉽지 않습니다. 특히 제가 잘 아는 주제에서는 생각이 빠르게 떠오르다 보니 말을 꺼내고 싶은 마음이 커집니다.

 

그렇다고 억지로 참는 것도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지금 떠오른 생각을 잊어버릴 것 같아서 상대방의 이야기보다 제가 하려던 말을 기억하는 데 집중하게 되거든요. 그러다 보면 정작 중요한 내용을 놓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잘 듣기 위해 말을 참았는데 오히려 상대방의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순간이 생기는 겁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대화할 때는 더 어렵습니다. 이야기가 빠르게 오가다 보니 제가 말할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주제가 바뀌기도 합니다. 그래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고 서둘러 말하게 되고, 나중에는 괜히 대화를 주도하려는 사람처럼 보였을까 걱정됩니다.

 

물론 이런 습관이 있다고 해서 ADHD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격이 급하거나 대화 방식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죠. 다만 머릿속에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말하고 싶어지는 충동을 조절하기 어렵다는 점이 반복되니 한번쯤 돌아보게 됩니다.

 

요즘은 상대방이 잠깐 말을 멈추더라도 바로 대답하지 않고 조금 기다려보려고 합니다. 생각보다 상대방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경우가 많더라고요. 제가 예상했던 내용과 실제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다른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화를 잘한다는 건 말을 재미있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상대방이 충분히 이야기할 시간을 주는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는 당연한 일인데 실제 상황에서 실천하기가 생각보다 어렵네요.

 

앞으로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빨리 생각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끝까지 듣는 연습을 해보고 싶습니다. 제 생각을 조금 늦게 말하더라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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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익명1
    머리로는 끝까지 들어야지 하면서도 막상 잘 아는 주제가 나오면 입부터 먼저 열리는 거, 정말 실천하기 어렵죠. 
    
    저도 여러 사람이 대화할 때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고 무리하게 끼어들었다가 나중에 대화를 독점한 것 같아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저는 이 습관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려고 대화할 때 저만의 룰을 만들었어요. 
    
    상대방이 말을 멈췄을 때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고 말하는 연습을 하거나, 중요한 할 말이 떠오르면 손가락을 살짝 맞쥐며 메모장에 적듯 생각을 묶어두는 편이에요. 타이밍을 놓쳐서 제 생각을 늦게 말하게 되더라도, 상대방의 온전한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 게 장기적으로는 대화 만족도가 훨씬 높더라고요. 
    
    작성자님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니 너무 자책하지 마시고, 우리 천천히 멈추는 연습을 함께 해봐요!
  • 익명1
    글을 읽는 내내 제 이야기를 써놓으신 줄 알고 정말 깊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저도 대화할 때 머릿속에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면 그 생각을 잊어버릴까 봐 불안해서 상대방 말을 뚝 끊고 대답해버리곤 하거든요. 뒤돌아서 '아, 또 성급했네' 하고 자책하는 그 무거운 마음, 정말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작성자님이 상대방을 무시하려는 게 절대 아니잖아요. 단지 뇌에서 대화를 나눌 때 활성화되는 시동 장치와 충동 조절 능력이 남들보다 조금 더 빠르고 강하게 작용해서 그런 것뿐이에요. 
    
    나쁜 의도가 전혀 없으니 스스로를 제대로 듣지 않는 사람이라며 너무 다그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고민하고 돌아보시는 것 자체가 이미 좋은 경청자가 되고 싶어 하시는 멋진 노력의 시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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