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야 할 일은 머릿속에 가득한데 정작 시작을 못 하겠어요

하루를 시작할 때면 오늘은 무엇부터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것부터 하고 다음에는 저것을 해야겠다고 순서까지 생각해 두는데, 이상하게 막상 시작하려고 하면 쉽게 움직여지지 않네요.

 

해야 할 일이 아주 많거나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주변을 정리하거나 필요한 물건을 챙기고, 미뤄둔 작은 일을 처리하는 정도인데도 생각만 하다가 시간이 지나버릴 때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계획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세우면 나아질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할지 생각하고,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따져봅니다. 그런데 그렇게 정리하는 동안 정작 해야 할 일은 하나도 시작하지 못할 때가 있어요.

 

계획을 세우는 데는 시간을 쓰면서 실제로 행동하는 데는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지 모르겠습니다.

 

가령 주변을 정리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면 어디부터 치울지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필요한 물건을 먼저 분류해야 하나 싶고, 다른 곳도 함께 정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하나씩 생각하다 보면 처음에는 간단했던 일이 점점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결국 잠깐 쉬었다가 해야겠다고 미루게 됩니다. 그런데 쉬는 동안에도 해야 할 일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어서 마음이 편하지 않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계속 그 일을 생각하고 있으니 스스로도 답답합니다.

 

가끔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준비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필요한 것을 빠뜨리면 안 될 것 같고, 시작했다가 중간에 다른 일이 생기면 어떡하나 싶기도 해요.

 

그런데 막상 시작하고 나면 생각보다 금방 끝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렇게 간단한 일을 왜 몇 시간씩 고민했을까 싶어서 허탈해집니다.

 

해야 할 일을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 알고 있으면서도 시작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답답합니다.

 

특히 여러 가지 일이 한꺼번에 떠오르는 날에는 더 심해집니다. 하나를 하려고 하면 다른 일이 생각나고, 그 일을 먼저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합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제가 결정을 잘 못 내리는 성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ADHD와 관련된 이야기를 읽다 보니 일을 시작하거나 순서를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물론 이런 모습만으로 ADHD라고 판단할 수는 없겠지만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에 관심이 갔습니다.

 

요즘은 생각을 너무 오래 하지 말고 작은 일부터 바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막상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또 머릿속으로 순서를 정리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게 되네요.

 

하루가 끝날 무렵에는 아침부터 그렇게 생각했던 일들을 얼마나 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정작 끝낸 일은 별로 없는데 하루 종일 무언가에 신경을 쓴 것처럼 피곤할 때도 있습니다.

 

혹시 다른 분들도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는 계속 생각하면서 실제로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시나요? 계획만 반복하다가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있을 때 어떻게 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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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ADHD를 주제로 8.2천명이 이야기 중

댓글8
  • 익명1
    BEST
    글을 읽는 내내 완전히 제 이야기 같아서 깊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저도 "이것만 정리하고 해야지", "순서를 어떻게 짜지?" 고민하느라 정작 에너지를 다 쓰고 정오가 지나가 버릴 때가 정말 많거든요.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순간에도 머릿속은 온통 할 일 생각뿐이라 몸도 마음도 지치는 그 기분, 정말 답답하셨을 것 같아요. 결코 작성자님이 게으르거나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일을 시작하는 데 필요한 뇌의 ‘시동’ 장치가 남들보다 조금 천천히 걸리는 것뿐입니다. 
    
    오늘 끝내지 못한 일이 있더라도 하루 종일 고민하느라 애쓴 자신을 너무 자책하지 마시고, "오늘도 뇌가 일하느라 고생했다"라며 푹 쉬어주셨으면 좋겠어요.
  • 익명2
    BEST
    시작하기 전에 준비를 완벽하게 해야 할 것 같고, 중간에 변수가 생기면 어쩌나 불안해하는 모습에서 작성자님이 이 일들을 '잘해내고 싶어 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어요. 
    
    못나서 미루는 게 아니라, 잘하고 싶어서 생각이 많아지신 거예요. 막상 하면 금방 끝날 일인데 몇 시간씩 고민한 자신이 허탈하게 느껴지신다고 했지만, 그 시간 동안 작성자님의 뇌는 이미 엄청난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에너지를 쓰고 있었던 거랍니다. 그래서 안 움직였어도 하루 끝에 그렇게 피곤했던 거예요. 
    
    오늘 끝낸 일이 별로 없더라도 하루 종일 고생한 자신을 너무 탓하지 마시고, 따뜻하게 다독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익명5
    생각이 많아질수록 오히려 시작이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모든 일을 한 번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하나만 정해보면 어떨까요? 
    처음부터 잘하려는 마음보다 일단 시작하는 습관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할 것 같아요.
    익명3
    작성자
    소중한 조언 감사드립니다. 완벽하게 준비하려다 보니 시작이 점점 더 무겁고 복잡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말씀해 주신 대로 순서를 완벽히 짜려고 애쓰기보다, '일단 눈앞에 보이는 작은 것 딱 하나만 바로 하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몸을 움직이는 연습을 해보겠습니다.
  • 익명4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데 에너지를 많이 쓰다 보면 막상 시작하기도 전에 지칠 수 있죠. 작은 일부터 하나씩 해보려는 시도도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너무 다그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익명3
    작성자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온갖 일을 다 하느라 하루 종일 피곤한데, 눈앞에 결과물은 없으니 자책하게 되는 게 참 괴로웠거든요. 저만 이런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마음의 짐이 조금은 덜어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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