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일을 하다가 다른 게 눈에 들어오면 처음 하던 일을 잊어버립니다.

요즘 한 가지 일을 시작해놓고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한 채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일부러 일을 여러 개 벌이려고 하는 것도 아닌데, 하던 중간에 다른 게 눈에 들어오면 그쪽으로 신경이 가버립니다. 그러다 한참 지나서야 처음 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이 정도는 깜빡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예전부터 가끔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잊거나 뭘 하려고 했는지 순간적으로 생각이 안 날 때는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요즘은 단순히 깜빡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아서 신경이 쓰입니다.

 

예를 들어 뭔가 정리하려고 시작했다가 다른 곳에 놓인 물건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것부터 제자리에 가져다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움직이다 보면 또 다른 게 보입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그걸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몇 번 이어지고 나면 처음에 제가 무엇을 하다가 움직이기 시작했는지 생각이 안 날 때가 있습니다.

 

한참 뒤에 처음 있던 곳을 다시 보고 나서야 아, 이걸 하다가 말았구나 하고 생각날 때도 있습니다. 그때 보면 시작만 해놓고 그대로 남아 있으니 스스로도 답답합니다.

 

꼭 정리할 때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무언가 확인하려고 휴대전화를 봤다가 다른 알림이 눈에 들어오면 그것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화면을 끄고 나면 정작 휴대전화를 왜 들었는지가 생각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잠시 가만히 생각해야 원래 하려던 게 떠오르기도 하네요.

 

문제는 일을 하기 싫어서 일부러 미루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처음에는 분명히 하려고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다른 자극이 들어오면 관심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옮겨갑니다. 그 순간에는 처음 하던 일을 잠시 멈췄다는 생각조차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간단한 일을 해도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하나를 시작했으면 그것부터 끝내면 될 텐데 중간에 다른 일을 두세 개 건드리고 다시 돌아오니 흐름이 자꾸 끊깁니다. 어느 날은 이것저것 움직이기는 많이 했는데 정작 제대로 끝낸 건 별로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저도 이런 일이 반복되니까 의식적으로 하나씩 해야겠다고 생각해봤습니다. 지금 하는 것부터 끝내자고 마음을 먹는 겁니다. 그런데 그때는 기억하고 있어도 다른 게 눈에 들어오는 순간 또 자연스럽게 관심이 옮겨가더군요. 나중에 깨닫고 보면 또 같은 식입니다.

 

그래서 ADHD 게시판의 글도 보게 됐습니다. 다만 이런 모습이 있다고 해서 제가 ADHD라고 생각하거나 스스로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집중이 흐트러지는 이유도 여러 가지가 있을 테고 누구에게나 어느 정도는 생길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예전보다 이런 일이 눈에 띄게 느껴지다 보니 다른 분들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단순히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은 건지, 집중이 쉽게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게 문제인지 저 혼자서는 구분하기가 어렵네요.

 

특히 처음 하던 일을 완전히 잊었다가 나중에 눈으로 보고서야 생각날 때면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중요한 일에서도 이러면 곤란하겠다는 생각 때문에 요즘은 뭔가를 시작할 때 일부러 신경을 쓰게 됩니다.

 

ADHD 탭에 계신 분들 중에도 한 가지 일을 하는 도중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면 바로 그쪽으로 넘어가고, 원래 하던 일을 잊어버리는 경험을 자주 하시는 분이 계신가요? 이런 경우에 하나를 끝낼 때까지 다른 일을 건드리지 않도록 어떻게 하고 계신지, 실제로 도움이 됐던 방법이 있었는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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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ADHD를 주제로 8천명이 이야기 중

댓글10
  • 익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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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읽으면서 제 지난날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먹먹하고 공감돼요. 
    
    ADHD를 겪으면서 가장 힘든 건 주변의 시선보다도 '남들은 다 쉽게 하는 걸 나는 왜 이리 애써야 하지?'라며 스스로를 끊임없이 갉아먹는 자책감이잖아요.
    
    결코 글쓴이님이 게으르거나 의지가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에요. 뇌의 필터 기능이 조금 다르게 작동할 뿐인데 그동안 버텨내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비슷한 시행착오 겪으면서 나아가고 있으니까 너무 외로워하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무사히 보낸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하신 거예요! 힘내세요.
  • 익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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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겪고 계신 불편함 무슨 느낌인지 너무 잘 알죠. 저도 같은 시행착오를 겪어본 입장에서 작은 팁을 드리자면, 머릿속이 엉키고 무기력할 때는 일단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게 최선이더라고요.
    
    할 일을 아주 잘게 쪼개서 딱 5분만 할 수 있는 분량으로 시작해 보세요. 예컨대 '방 청소하기'가 아니라 '책상 위 쓰레기 하나 버리기'처럼요.
    
    그리고 약물 치료 중이시라면 주치의 선생님께 지금 느끼는 증상을 가감 없이 말씀드리고 용량을 조절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내 속도에 맞춰서 하나씩만 해나가면 돼요. 같이 차근차근 헤쳐 나가봐요!
    
  • 익명5
    한 가지 일을 하다가 다른 게 눈에 들어오면 처음 하던 일을 잊어버리는 것이 나이를 먹으면서 오는 증상일수도 있지만 성인 ADHD에서 흔히 나타나는 주의 전환과 실행기능의 어려움과 관련될 수 있다고 하네요.
    
    다만 이것만으로 ADHD라고 단정할 수는 없고 수면 부족, 스트레스, 불안·우울, 과도한 피로, 스마트폰이나 유튜브처럼 자극이 많은 환경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어서 일을 시작했는데 주변의 작은 자극에 쉽게 끌리는 횟수가 잦고 다른 일을 잠깐 하다가 원래 하던 일을 완전히 잊어버리거나 여러 일을 동시에 벌여놓고 마무리가 어렵게 느껴졌던 적이 있는지 혹은 
    물건을 정리하다가 다른 물건을 발견하면 그것부터 하게 된다는 지,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알고 있는데도 자꾸 미루는 경우가 많거나 중요한 약속이나 해야 할 일을 자주 잊고 어릴 때부터 비슷한 경향이 있었다면 ADHD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저도 큰아들이 이런 증상이 있어서 치료를 받고 있어서 무엇보다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을 시작할 때는 “당당 끝내야지”가 아니라 “10분만 이것만 한다”라고 정하여 보는 것도 작은 실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익명3
    작성자
    ADHD를 마주하면서 가장 극복하기 힘들었던 것이 주변의 시선보다 제 내면의 끝없는 자책감이었는데, 결코 제 의지 부족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씀해 주셔서 큰 안도감을 얻었습니다. 같은 아픔과 시행착오를 공유하는 분들이 커뮤니티에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외로움이 많이 상쇄되는 것 같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로니엄마
     ‘기억력이 나빠졌다’기보다, 주의가 한곳에 머무르기 전에 새로운 자극으로 옮겨가면서 작업의 맥락이 끊기는 경험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특히 하던 일을 잊었다가 그 일을 하던 장소나 물건을 다시 보고서야 “아, 내가 이걸 하려고 했지” 하고 떠오르는 부분이 그렇네요. 처음부터 기억이 사라졌다기보다는, 새로운 자극이 들어오면서 원래의 목표가 잠시 주의에서 밀려난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모습만으로 ADHD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수면 부족이나 피로, 스트레스, 마음이 복잡한 시기에도 주의 전환은 훨씬 쉽게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다만 예전보다 빈도가 확실히 늘었거나 일상생활에 불편이 커지고 있다면 한 번쯤 전문가와 현재의 집중력이나 기억 상태를 점검해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생활에서는 의지로 ‘절대 다른 일을 하지 말아야지’ 하기보다 눈앞의 자극을 줄이고, 하던 일을 외부에 기록해두는 방법이 의외로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정리를 하다가 다른 물건이 보여도 바로 처리하지 않고, 메모 한 줄에 적어두고 원래 일을 끝내는 식으로요. 휴대전화를 확인할 때도 ‘무엇을 확인하려고 켰는지’를 먼저 한마디로 생각해보는 것도 좋고요.
    
    무엇보다 이것저것 움직이고도 정작 끝낸 일이 적다고 느껴질 때 스스로를 너무 나무라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집중이 흐트러지는 것과 게으른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니까요.
    이미 본인의 패턴을 아주 구체적으로 관찰하고 계신 것 자체가 좋은 출발점입니다.
    
    ‘왜 나는 이것도 못 하지’보다는 ‘내 주의가 어디에서 자주 끊기는구나’라고 바라봐 주세요. 나를 탓하는 것보다 나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집중력을 되찾는 데 훨씬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조금씩 하나를 끝내는 경험이 쌓이다 보면 지금의 답답함도 분명 달라질 수 있을 거예요.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익명3
    작성자
    무슨 느낌인지 너무 잘 안다는 그 한마디가 참 든든하고 위로가 됩니다. 할 일을 아주 잘게 쪼개서 시작하라는 조언을 읽는데 띵 하고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 익명4
    저도 한 가지 일을 하다가 다른 일이 눈에 들어오면 원래 하던 일을 잊어버릴 때가 있어서 공감돼요. 휴대폰을 잠깐 확인하려다가 다른 알림을 보고 한참 다른 걸 하고 있는 경우도 은근 많더라고요. 
    이것부터 끝내야지하고 마음먹는 것만으로는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해야 할 일을 눈에 보이게 하나씩 적어두거나, 중간에 다른 일이 생각나도 바로 하지 않고 메모만 해두는 방법이 조금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스스로를 탓하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더 심해지는지 먼저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익명3
    작성자
    무슨 느낌인지 너무 잘 안다는 그 한마디가 참 든든하고 위로가 됩니다. 할 일을 아주 잘게 쪼개서 시작하라는 조언을 읽는데 띵 하고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거창한 계획만 세우다 지치곤 했는데, 딱 5분만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터 가볍게 툭 시작해 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