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부모님 집에 갔다가 돌아올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엄마가 자꾸 뭘 싸줍니다.
전도 싸주고 나물도 싸주고 과일도 넣어주고, 제가 좋아한다고 탕국까지 통에 담아줍니다.
예전에는 솔직히 그게 좀 귀찮았습니다.
아이 짐도 있고 가방도 많은데 냉장고에 넣어야 할 음식까지 한가득 들고 가려면 짐이 몇 개씩 늘어납니다.
집에 먹을 것도 많은데 엄마는 제가 어릴 때 좋아했던 음식까지 기억해서 꼭 챙겨주려고 합니다.
몇 년 전 추석에도 그랬습니다.
집에 가려고 짐을 다 챙겨놓았는데 엄마가 부엌에서 반찬통을 계속 꺼내고 있었습니다.
“엄마, 됐어. 집에 먹을 거 많아.”
제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전을 넣고 나물을 넣더니 이번에는 냄비에 있던 탕국까지 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조금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 됐다니까. 가져가도 다 못 먹어.”
그랬더니 엄마가 그냥 한마디 했습니다.
“이거 네가 좋아하잖아.”
결국 못 이기는 척 받아왔습니다.
차에 실으면서도 이걸 언제 다 먹나 싶었습니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피곤해서 받은 음식들을 냉장고에 대충 넣어놓고 잤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냉장고를 열었는데 엄마가 싸준 반찬통이 한가득이더라고요.
하나씩 꺼내다가 탕국이 담긴 통을 봤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전날 엄마가 했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네가 좋아하잖아.”
별말 아닌데 그날은 좀 다르게 들렸습니다.
생각해보니 어릴 때부터 명절이면 늘 탕국이 있었고 나물도 있었고 전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냥 먹기만 했습니다.
그 음식들이 당연히 명절이면 생기는 건 줄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어른이 되고 나서 생각해보니 아니었습니다.
장을 보는 사람도 있었고 재료를 다듬는 사람도 있었고, 명절 전날부터 몇 시간씩 서서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게 대부분 엄마였습니다.
저는 맛있다고 먹기만 했는데 말입니다.
그런 엄마가 이제는 제가 집에 갈 때 조금이라도 더 먹으라고 싸주는 건데 저는 그걸 짐이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날 탕국을 데워서 먹었습니다.
평소 먹던 맛이었는데 괜히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엄마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뭐 거창한 말을 한 건 아니고
“엄마, 탕국 먹었는데 맛있네.”
그렇게 말했습니다.
엄마도 별말 안 했습니다.
“그러니까 가져가라 했잖아.”
그게 끝이었습니다.
그 뒤로는 명절에 엄마가 음식을 싸주면 예전처럼 됐다고 손사래부터 치지는 않습니다.
너무 많으면 조금만 달라고는 합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먹고 나면 맛있었다고 전화라도 한번 하려고 합니다.
저도 이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이 있으면 한 번이라도 더 먹이고 싶고, 어디 갈 때는 뭐라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우리 부모님도 똑같았겠지요.
명절에 음식 싸가는 게 귀찮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그래도 부모님이 “이거 가져가” 하면서 챙겨주시면 너무 귀찮아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언젠가는 명절이 와도 그 음식을 싸줄 사람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번 추석에는 제가 먼저 말해볼까 합니다.
“엄마, 탕국 하면 내 것도 조금 남겨놔.”
예전에는 필요 없다고 했는데 이제는 제가 먼저 달라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