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아스퍼거증후군 │ 증상, 자폐스펙트럼장애와 다른걸까?

안녕하세요, 정현진 상담사입니다.

 

요즘 진단서에서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이름을 보기는 어려워요. 

진단 체계가 바뀌었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 사라진 건 아니에요.

 

오히려 어른이 되어서야 "나 혹시 아스퍼거일까?" 하고 검색해 보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람을 대하는 게 유독 피곤하고, 남들은 쉽게 하는 잡담이 나에게만 어려운 이유가 궁금하기 때문이죠.

 

오늘은 아스퍼거 증후군이 지금은 어떻게 불리는지, 증상은 어떤 영역에서 나타나는지, 성인에게는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 차근차근 정리해볼게요.

 

1. 아스퍼거 증후군, 지금은 어떤 이름인가요?

 

아스퍼거라는 이름은 1944년 독특한 사회적 특성을 보이는 아이들을 기록한 오스트리아 소아과 의사 한스 아스퍼거(Hans Asperger)에게서 왔어요. 1981년 영국 정신과 의사 로나 윙(Lorna Wing)이 이 개념을 소개하면서 널리 알려졌고요.

 

그러다 2013년 미국정신의학회 진단기준이 DSM-5로 개정되면서 아스퍼거 증후군은 별도 진단명에서 빠지고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안으로 통합됐어요 (출처: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DSM-5, 2013). 세계보건기구의 ICD-11도 같은 방향이에요 (출처: WHO, ICD-11, 2019).

 

예전에 아스퍼거로 부르던 쪽은 대체로 언어 발달 지연이 뚜렷하지 않고 지적 능력이 평균 이상인 경우였어요. 

지금은 이를 별개의 질환이 아니라 스펙트럼 위의 한 지점으로 봐요.

 

이름이 바뀌었을 뿐, 겪는 어려움은 그대로라는 뜻이에요.

 

2. 아스퍼거 증후군 증상은 두 축으로 봐요

주변 소음에 민감하게 반응

 

DSM-5는 자폐스펙트럼의 특징을 크게 두 축으로 나눠요. 

흔히 따로 이야기하는 감각 예민함은 두 번째 축 안에 들어가요.

 

①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

눈맞춤, 표정, 몸짓 같은 비언어 신호를 주고받는 게 자주 어긋나요.
농담이나 돌려 말하기, 빈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해요. 

"언제 밥 한번 먹자"는 말에 진짜 날짜를 묻는 식이죠.
관계를 시작하고 이어 가는 방식이 또래와 달라서, 의도치 않게 혼자 남는 일이 되풀이되기도 해요.

 

②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관심

특정 주제에 좁고 깊게 몰입해요. 

그 분야에 대해서는 아는 양이 또래를 훌쩍 넘기도 하고요.
또한, 순서나 루틴이 바뀌면 크게 불편해져요.
소리·빛·촉감 같은 감각 자극에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반대로 둔감하게 반응하기도 해요. 

형광등 소리나 옷 라벨처럼 남들은 신경 쓰지 않는 자극이 하루 종일 거슬리는 식이에요.

 

두 축이 모두 존재하고, 이것이 발달 초기부터 나타났으며, 일상에 실제 지장이 있을 때 

자폐스펙트럼장애의 가능성을 고려하곤 합니다.

 

진단은 발달력 청취와 전문가 면담, 표준화된 평가를 거쳐 이루어져요.

 

3. 성인 아스퍼거, 어떻게 보이나요?

어른에게는 아이 때와 다르게 나타나요. 

말이 늦지 않았으니 "그냥 좀 특이한 사람" 정도로 넘어간 채 어른이 된 경우가 많거든요. 

DSM-5도 사회적 요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시기가 되어서야 특징이 뚜렷해질 수 있다고 설명해요.

 

상담실에서 자주 듣는 모습은 이런 것들이에요.

 

1. 정보 전달은 잘 되는데 잡담에서 자꾸 막혀요.
2. 회식이나 스몰토크 뒤에 유독 방전돼요.
3. 규칙이 분명한 업무는 뛰어난데, 애매한 지시 앞에서 무너져요.
4. 상대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곤란해진 경험이 반복돼요.
5. 계획이 갑자기 바뀌면 그날 하루 전체가 어그러지는 느낌이에요.

 

성인에게서 특히 눈여겨볼 건 카모플라주(camouflaging), 흔히 '마스킹'이라고 부르는 모습이에요. 

눈을 맞추는 타이밍이나 웃어야 할 때를 의식적으로 계산하고 연습해서, 겉으로는 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는 거예요.

문제가 없어 보여도 그 연기에 소모되는 에너지 때문에 쉽게 지치고, 진단도 늦어지곤 해요.

 

하나씩만 있으면 성격 차이로 볼 수도 있어요. 

다만 묶음으로, 오래, 여러 상황에서 반복될 때가 다르게 봐야할 지점인 것이지요.

 

4. 스스로 확인해 볼 문항

성인 아스퍼거증후군 │ 증상, 자폐스펙트럼장애와 다른걸까?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를 떠올리며 해당하는 문항이 몇 개인지 세어 보세요.

 

1. 상대가 말을 돌려 할 때 뜻을 되묻거나, 한참 뒤에야 알아차린다.
2. 관심 주제를 말할 때 상대가 지루해하는 걸 알아채기 어렵다.
3. 약속이나 동선이 갑자기 바뀌면 화보다 혼란이 먼저 온다.
4. 특정 소리·조명·옷감을 남들보다 훨씬 힘들어한다.
5. 친구 사귀는 '방법' 자체를 따로 익혀야 했다.
6. 사람 많은 자리에 다녀오면 며칠 회복이 필요하다.

 

해당 문항이 많아도 그 자체로 진단이 되는 건 아니에요.

표준화된 검사가 아니라 나를 돌아보기 위한 질문이거든요.

 

대신 언제, 어떤 상황에서 그랬는지 날짜와 함께 적어 두세요.

나중에 검사를 받게 된다면 가장 쓸모 있는 자료가 돼요.

 

5. 정작 더 힘든 건 다른 문제일 때가 많아요

 

상담실에서 먼저 꺼내는 이야기는 대인관계보다 불안과 우울인 경우가 흔해요. 

자폐스펙트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을 종합한 분석에서, 현재 불안장애를 겪는 비율은 약 27%, 우울장애는 약 23%로 나타났어요 (출처: Hollocks et al., Psychological Medicine, 2019).

 

맞춰 살려고 애쓴 시간이 길수록 그래요. 

수면 문제나 소진, 직장 적응 문제로 먼저 찾아왔다가 그 아래에 있던 특성을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내가 아스퍼거인가?"라는 질문만큼 "지금 나는 얼마나 지쳐 있나?"를 함께 살펴보는 것도 중요해요.

 

6. 언제 전문가와 상의하면 좋을까요?

 

아래 상황이라면 혼자 고민하기보다 전문가와 이야기해 보길 권해요.

 

1. 학교·직장 생활이 능력에 비해 반복해서 무너질 때
2. 같은 종류의 오해가 몇 년째 되풀이될 때
3. 불안이나 우울이 2주 넘게 이어지며 일상을 밀어낼 때
4. 아이라면, 또래 놀이에 끼지 못하는 상태가 오래 이어질 때

 

성인 평가는 발달력 확인이 핵심이라 양육자의 기억, 생활기록부, 어릴 적 사진이나 영상이 도움이 돼요.

평가는 정신건강의학과나 임상심리 전문가가 있는 기관에서 받을 수 있어요.

 

어디부터 시작할지 모르겠다면 심리상태 종합검사로 지금 내 불안과 우울 상태를 먼저 확인해 보세요. 

결과를 들고 상담으로 이어 가면 이야기가 훨씬 수월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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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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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리가라얘~
    회식 다녀오면 다음 날까지 아무것도 못 하는 게 그냥 제가 체력이 약한 줄 알았어요. 웃을 타이밍을 머릿속으로 계산한다는 부분 읽다가 좀 뜨끔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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