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할 때마다 저를 기다리는 동료가 있는데 요즘은 좀 부담스럽습니다
같은 직장에서 3년 정도 알고 지낸 동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인사만 하는 사이였는데 작년부터 조금 친해졌어요. 점심시간에 가끔 같이 밥도 먹고 쉬는 시간
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가까워졌습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이 동료가 퇴근할 때마다 저를 기다립니다.
저희가 퇴근하는 방향이 비슷해서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같이 걸어갔어요. 버스 정류장까지 10분 정도 걸리는
데 그동안 하루 있었던 일도 이야기하고 나름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게 당연한 일처럼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일이 늦게 끝나는 날에도 기다리고 있고, 먼저 가라고 하면 괜찮다면서 휴대폰을 보고 있습니다.
한번은 퇴근하고 혼자 마트에 들를 일이 있어서 먼저 가겠다고 했는데 자기도 급한 일 없으니 같이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날은 솔직히 좀 당황했습니다.
저는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혼자 있는 시간이 좋거든요. 이어폰 끼고 음악을 듣거나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게
하루 중 몇 안 되는 편한 시간입니다.
그런데 이 동료와 같이 가면 계속 대화를 해야 하니까 어느 순간 퇴근길까지 일하는 기분이 듭니다.
얼마 전에는 일부러 사무실에서 15분 정도 늦게 나왔습니다. 먼저 갔겠지 싶었는데 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더
라고요.
저를 보더니 왜 이렇게 늦었냐면서 웃는데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습니다.
그런데 그 짜증을 느낀 제 자신이 더 불편했어요.
상대방은 저를 좋아하고 편하게 생각해서 기다리는 걸 텐데 저는 혼자 피할 궁리나 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그 동료가 싫은 건 아닙니다. 회사에서 마주치면 반갑고 업무적으로도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이예
요.
그냥 퇴근할 때만큼은 혼자 있고 싶습니다.
문제는 제가 이런 말을 직접 하면 상대방이 상처받을 것 같다는 겁니다. 그동안 몇 달씩 같이 다녀놓고 이제 와
서 혼자 가고 싶다고 하면 자기를 피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요즘은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면 오늘은 어떻게 해야 혼자 갈 수 있을지부터 생각합니다.
이 정도면 제가 너무 예민한 건가 싶기도 하고요.
사람이 싫은 것과 그 사람과 계속 붙어 있는 게 싫은 건 분명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설명하려니 어렵
네요.
상대방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거리를 둘 방법이 있을까요?
아니면 이런 경우에는 조금 어색해지더라도 제가 원하는 걸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게 맞을까요?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 피하고 싶어지는 제 마음이 조금 답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