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혼자 처리하기 번거로운 일이 있었는데 아는 분이 먼저 도와주겠다고 하셨어요.
처음에는 괜찮다고 몇 번이나 사양했는데 자기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결국 도움을 받았고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끝났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날부터 마음이 편하지가 않네요.
분명 고마운 일이고 저한테 잘해주신 건데 자꾸 신세를 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음에 만나면 밥이라도 사야 하나, 뭔가 선물이라도 챙겨야 하나 싶고요.
상대방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도와줬을 수도 있는데 저 혼자 어떻게 갚아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이런 성격이 예전부터 조금 있었어요. 누가 뭘 사주면 다음에는 제가 꼭 사야 마음이 놓이고, 작은 선물을 받아도 비슷한 걸 돌려줘야 할 것 같아요. 그냥 고맙다고 하고 넘어가면 되는데 그게 잘 안 되네요.
혹시라도 받기만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봐 신경이 쓰이거든요.
친구들끼리 밥을 먹을 때도 그래요. 한 친구가 오늘은 자기가 사겠다고 하면 고맙게 먹으면 될 텐데 저는 다음번에 뭘 사야 할지부터 생각해요.
상대방이 더 비싼 걸 샀으면 괜히 미안해지고, 제가 대접할 기회가 생기기 전까지는 마음 한구석에 계속 남아 있어요.
남편은 그런 저를 보고 너무 피곤하게 산다고 해요. 서로 도우면서 사는 거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도와주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그 말이 맞는다는 건 저도 알아요.
그런데 머리로 이해하는 것하고 마음이 편해지는 건 또 다른 문제인 것 같아요.
가끔은 이런 마음 때문에 도움받을 수 있는 일도 일부러 혼자 해결하려고 해요. 조금 힘들더라도 제가 직접 하면 나중에 신경 쓸 일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러다 보면 괜히 시간도 오래 걸리고 몸도 피곤해져요.
누가 도와주겠다고 해도 괜찮다면서 사양하다가 결국 혼자 고생하는 경우가 생기네요.
생각해보면 제가 다른 사람을 도와줄 때는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친구가 무거운 물건을 들고 있으면 같이 들어주고, 누가 어려운 일이 있다고 하면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도와줘요.
그럴 때마다 꼭 보답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요. 그냥 가까운 사이니까 서로 도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왜 제가 도움을 받는 입장이 되면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요. 상대방도 저와 비슷한 마음으로 도와줬을 텐데 혼자 빚진 사람처럼 행동하는 게 참 이상해요.
고맙다는 마음보다 미안하다는 마음이 더 커질 때도 있으니 저도 답답합니다.
한번은 친구가 별것 아닌 일을 도와줬는데 제가 몇 번이나 고맙다고 하니까 그만 좀 이야기하라고 웃더라고요. 자기는 별생각 없이 한 일인데 제가 계속 미안해하니까 오히려 부담스럽다고 했어요.
그 말을 듣고 나니 제가 너무 지나치게 반응하고 있나 싶었어요.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게 도움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 부럽기도 해요. 부탁할 일이 있으면 편하게 부탁하고, 도움을 받으면 고맙다고 말하고,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저는 그런 관계가 참 좋아 보이는데 막상 제 일이 되면 그렇게 행동하기가 어렵네요.
혹시 예전에 누군가에게 신세를 졌다가 불편한 일을 겪어서 그런 건가 생각해본 적도 있어요. 그런데 특별히 그런 기억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어려서부터 남한테 폐 끼치면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듣고 살아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요. 남에게 부탁하는 것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제는 조금 편하게 살고 싶은데 이런 성격은 쉽게 달라지지 않네요. 누군가 호의를 베풀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어요. 그런데 또 막상 도움을 받으면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부터 고민하게 될 것 같아요.
상대방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과 꼭 무언가를 돌려줘야 한다는 부담감은 다른 건데 그 차이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분들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고맙지만 괜히 마음이 불편해지는 경우가 있으신가요? 그냥 감사하다고 말하고 넘어가도 되는 일인데 저만 이렇게 신경을 쓰는 건지 궁금해요.
코치님께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도움받는 걸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사람들의 호의를 조금 더 편하게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생각을 바꿔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