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감정조절관계·소통

별것 아닌 일도 제가 직접 확인해야 마음이 놓입니다

어제도 집을 나섰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분명히 가스 밸브를 잠그고 나온 것 같은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다 보니 갑자기 기억이 가물가물하더군요. 그냥 가도 될 것 같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올라갔습니다. 

 

확인해 보니 역시나 잠겨 있었습니다. 괜히 왔다 싶으면서도 직접 눈으로 보고 나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이런 일이 요즘 부쩍 많아졌습니다. 

 

문을 잠갔는지, 전등을 껐는지, 물건을 제자리에 뒀는지 확인하고도 돌아서면 다시 생각납니다. 한번 확인했으면 됐지 싶은데 이상하게 그냥 넘어가기가 어렵습니다.

 

집안일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일을 부탁해 놓고도 제대로 했는지 궁금해서 자꾸 물어보게 됩니다. 

 

상대방이 알아서 잘하겠다고 해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제가 직접 확인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얼마 전에는 아는 사람에게 간단한 예약을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예약했다는 연락을 받고도 날짜와 시간이 맞는지 다시 물었습니다. 

 

나중에는 예약한 내용을 보여달라고까지 했습니다. 그 사람이 웃으면서 그렇게 못 믿겠느냐고 하더군요.

 

그 말을 듣고 조금 민망했습니다. 

 

그 사람을 못 믿어서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혹시 착오가 있으면 나중에 번거로워질까 봐 미리 확인하고 싶었던 겁니다. 

 

하지만 상대방 입장에서는 충분히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원래 일을 대충 처리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한번 할 때 제대로 해놓으면 나중에 두 번 손댈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남에게 맡긴 일도 제가 생각한 대로 진행되는지 알아야 안심이 됩니다.

 

문제는 확인하는 일이 끝이 없어진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실수를 막으려고 시작한 행동인데 이제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도 확인하지 않으면 찜찜합니다. 분명히 확인했던 일인데 시간이 조금 지나면 또 궁금해지고요.

 

한번은 일부러 다시 확인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 보려고 했습니다. 별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다른 일을 하면서도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결국 다시 확인하고 나서야 그 생각이 사라졌습니다. 그럴 때면 제가 너무 피곤하게 사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이런 습관이 좋게 보이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계속 확인하면 상대방은 자기 일을 못 믿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저 역시 누군가 제 일을 일일이 확인한다면 썩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확인을 아예 하지 않는 것도 맞는 방법은 아니겠지요. 

 

중요한 일은 실수가 없도록 챙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소한 일까지 몇 번씩 확인하는 건 저도 지나치다는 걸 느낍니다.

 

가끔은 제가 실수를 두려워하는 건지, 아니면 모든 일이 제 생각대로 되어야 마음이 편한 건지 헷갈립니다. 

 

확인을 마치면 잠깐 안심이 되지만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안심하려고 확인하는 습관이 오히려 걱정을 늘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맡길 일은 믿고 맡기고, 한번 확인한 일은 그대로 넘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말처럼 쉽지는 않겠지만 지금처럼 모든 걸 직접 챙기면서 살 수는 없을 테니까요.

 

이런 경우에는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일부러 참아보는 게 도움이 될까요? 

 

아니면 확인하는 횟수를 조금씩 줄이는 게 나을까요? 

 

책임감 있게 일을 챙기는 것과 지나치게 확인하는 습관의 차이가 무엇인지, 마음이 찜찜할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댓글3
  • 프로필 이미지
    사회복지사2급
    사회복지사2급
    답변수 4,585채택률 5%
    작성자님, 별일 아닌 것도 몇 번씩 확인해야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면 하루하루가 참 피곤하실 것 같습니다.
    
    분명히 확인했는데도 돌아서면 다시 의심이 생기고, 그냥 넘어가 보려고 해도 마음 한구석이 계속 불편한 그 느낌이 얼마나 신경 쓰일까요. 확인하고 나면 잠시 안심되지만, 다음에는 또 다른 일이 걱정되는 반복 속에서 스스로도 지치셨을 것 같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작성자님이 무책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실수하지 않으려는 마음과 맡은 일을 제대로 해내려는 책임감이 큰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그 책임감이 어느 순간 자신을 쉬지 못하게 만드는 부담이 된 것은 아닌지 마음이 쓰입니다.
    
    책임감 있는 확인과 지나친 확인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필요한 확인은 한 번의 점검으로 마무리되지만, 불안에 이끌린 확인은 이미 확인한 뒤에도 또 다른 확신을 요구합니다. 확인할수록 안심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다시 확인하고 싶어진다면, 이제는 확인해야 할 일보다 불안을 다루는 일이 더 중요해졌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확인을 완전히 멈추려고 애쓰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가스 밸브나 문단속처럼 안전과 관련된 일은 정해진 순서대로 한 번 꼼꼼히 확인하고, 그다음에는 다시 돌아가지 않는 연습부터 해보세요. 다른 사람에게 맡긴 일도 꼭 필요한 내용만 한 번 확인하고, 나머지는 상대방의 몫으로 남겨두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그 마음을 당장 없애려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또 걱정이 올라오는구나. 하지만 이미 확인했으니 이번에는 이 마음을 조금 견뎌보자' 하고 자신에게 말해 주세요. 불편함이 남아 있어도 다시 확인하지 않고 지나가는 경험이 조금씩 쌓이면 마음도 새로운 방식을 배워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행동이 점점 잦아지고 일상에 지장을 주거나, 확인하지 않으면 견디기 어려울 정도라면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담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반복적인 확인은 불안이나 강박적인 사고와 연결되기도 하며, 적절한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나아질 수 있습니다.
    
    작성자님, 모든 일을 직접 확인해야만 안심할 수 있는 삶은 너무 고단합니다. 세상에는 내가 확인하지 않아도 괜찮은 일들이 있고, 다른 사람에게 맡겨도 되는 일들도 있습니다.
    
    이제는 실수하지 않는 사람이 되려고 애쓰기보다, 가끔 실수가 있더라도 괜찮다고 자신을 믿어주는 연습을 해보셨으면 합니다.
    
    모든 것을 잘 챙기는 것만큼이나, 모든 것을 다 챙기지 않아도 괜찮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 익명1
    "내가 너무 피곤하게 사는 건 아닐까"라는 자각이 들기 시작한 지금이 바로 내면의 경계선을 조정할 아주 좋은 타이밍입니다. 
    
    실수를 막는 책임감과 자신을 괴롭히는 강박의 차이는 '내가 이 행동을 통제하고 있는가, 아니면 행동이 나를 통제하고 있는가'에 있습니다. 찜찜함이 밀려올 때, 내 마음의 안전을 확인하는 횟수를 조금씩 줄여가는 연습부터 함께 시작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연자님은 이미 충분히 꼼꼼하고 멋지게 삶을 꾸려오신 분입니다. 조금 내려놓으셔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스스로에게 숨 쉴 틈을 선물해 주세요. 응원합니다.
  • 프로필 이미지
    청소년상담사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2,620채택률 5%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확인을 마쳤는데도 다시 의심이 들고,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비로소 안심이 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일상에서 상당히 피곤하실 것 같습니다. 특히 본인은 실수를 막으려는 책임감에서 시작한 행동인데, 상대방에게는 불신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까지 신경 쓰이니 마음이 더 복잡하실 것 같아요.
    
    심리학적으로 보면 이런 행동에는 불확실성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마음과 실수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이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확인하면 잠시 불안이 줄어들지만, 그 안도감 때문에 뇌는 '불안할 때 다시 확인해야 안전하다'고 학습하게 됩니다. 그러면 다음에는 더 쉽게 의심이 생기고 확인 행동도 반복되는 악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무조건 참기보다는 확인하는 방식을 조금씩 바꾸어 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1. 확인 기준을 미리 정해보세요. 가스 밸브나 현관문처럼 안전과 관련된 것은 한 번만 의식적으로 확인하고, 확인했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말로 알려주세요. 예를 들어 "가스 밸브 잠금 확인 완료"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2. 다시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잠시 기다려 보세요. 처음부터 불안을 없애려고 하기보다 5분 정도 확인을 미뤄보는 겁니다. 그동안 불편한 마음이 조금씩 달라지는지 관찰해 보세요. 익숙해지면 기다리는 시간을 늘려갈 수 있습니다.
    
    3. 다른 사람에게 맡긴 일은 확인의 범위를 정해보세요. 예약을 부탁했다면 완료 여부를 한 번 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이후에는 상대방의 처리 방식을 존중해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책임감 있는 확인은 실제로 필요한 정보를 얻으면 끝나지만, 불안에 따른 확인은 이미 확인한 정보가 있는데도 마음이 안심할 때까지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다만 이런 확인 행동이 최근 부쩍 늘었고, 외출이나 일상에 지장을 주거나 멈추고 싶어도 멈추기 어렵다면 강박적 확인 행동과 관련이 있는지 전문가와 상담해 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꼭 어떤 진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반복되는 불안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확인해야만 책임감 있는 사람인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한 번 확인한 뒤 더 이상 개입하지 않는 것도 자신과 타인을 믿는 연습입니다. 실수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보다, 작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도 괜찮다고 느끼는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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