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정신건강스트레스·감정조절관계·소통

한 번 싫어진 사람은 무슨 행동을 해도 좋게 보이지 않네요

친구들끼리 있는 단체 카톡방이 하나 있습니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들이라 평소에는 별것 아닌 농담도 하고, 주말에 만날 약속도 잡으면서 편하게 지내는 방이었어요. 그런데 얼마 전 그곳에서 친구 한 명과 말다툼을 한 뒤로 제 마음이 이상하게 변했습니다.

 

처음부터 크게 싸울 생각은 없었습니다. 모임 날짜를 정하는 과정에서 서로 의견이 달랐는데, 그 친구가 제 말을 자꾸 비꼬는 식으로 받아치더라고요.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고 넘겼지만 다른 친구들이 다 보고 있는 단체방에서 계속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니까 기분이 상했습니다.

 

저도 참다가 한마디 했고, 그 친구도 지지 않고 받아치면서 분위기가 순식간에 험악해졌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그만하라고 말릴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서로 감정이 많이 올라왔던 것 같아요.

 

며칠 뒤 따로 연락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서로 기분 나빴던 부분을 말했고, 오해한 부분도 풀었습니다. 마지막에는 앞으로 이런 일로 감정 상하지 말자고 하면서 화해했어요. 그때만 해도 이제 괜찮아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부터입니다.

 

예전에는 그 친구가 단체방에서 농담을 하면 저도 웃으면서 받아줬는데, 요즘은 똑같은 농담을 해도 괜히 거슬립니다. 다른 친구가 했다면 그냥 넘어갔을 말인데 그 친구가 하면 꼭 저렇게 말해야 하나 싶은 생각부터 들어요.

 

며칠 전에는 그 친구가 단체방에서 자기 근황을 이야기하는데 저도 모르게 또 자기 이야기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다른 친구들도 평소에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유독 그 친구가 하는 말에만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드는 겁니다.

 

한번은 다른 친구를 챙겨주는 모습을 보고도 진심으로 잘해주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저 자신도 좀 놀랐어요. 좋은 행동을 하는데도 굳이 안 좋은 의도를 찾아내려고 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 친구가 다시 저에게 무례하게 행동한 것도 아닙니다. 화해한 뒤로는 오히려 평소처럼 지내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때 단체방에서 싸웠던 일이 자꾸 떠오릅니다. 이미 끝난 일인데 그 친구의 말투나 행동을 볼 때마다 당시 느꼈던 불쾌함이 되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음을 다른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미 서로 화해한 걸 다 알고 있는데 이제 와서 사실은 아직도 그 친구가 싫다고 말하면 저만 뒤끝 있는 사람이 될 것 같거든요.

 

그렇다고 단체방을 나가거나 모임을 피할 정도는 아닙니다. 만나면 평범하게 대화하고 웃기도 합니다. 다만 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대하지는 못하겠어요. 그 친구가 무슨 말을 하면 한 번 더 곱씹게 되고, 별것 아닌 행동에도 혼자 의미를 부여하게 됩니다.

 

솔직히 요즘은 그 친구보다 제 마음이 더 불편합니다. 상대방은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저 혼자 계속 그날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거든요. 싫은 감정이 생겼다고 해서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을 나쁘게 판단하는 건 공정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번 깨진 호감이라는 게 마음먹는다고 다시 돌아오는 건 아니더라고요. 억지로 좋게 생각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부자연스럽고, 그렇다고 싫은 감정을 그대로 두자니 앞으로도 계속 불편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서로 사과하고 화해했다면 마음까지 예전처럼 돌아와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화해는 했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달라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까요?

 

저는 그 친구와 다시 싸우고 싶지도 않고, 다른 친구들까지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제 시선은 바꾸고 싶어요.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이 풀리셨나요? 아니면 겉으로는 잘 지내더라도 예전처럼 편한 관계로 돌아가기는 어려웠나요? 화해는 했는데 마음은 아직 화해하지 못한 것 같아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입니다.

댓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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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심리사
    상담심리사
    답변수 3,944채택률 8%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께서 화해를 하고도 마음속에 남은 앙금 때문에 혼자서 얼마나 답답하고 복잡한 시간을 보내셨을지 깊이 공감해요.
    머리로는 이미 끝난 일이라고 다독이면서도 자꾸만 그때의 불쾌했던 기억이 떠올라 스스로를 옹졸하다고 자책하셨을 것 같아요.
    심리사회학적으로 볼 때 관계에서의 상처는 단순한 이성적 합의만으로 순식간에 아물지 않는 자연스러운 감정의 보호 작용이에요.
    우리의 뇌는 한 번 위협이나 불쾌감을 느낀 대상을 쉽게 잊지 못하고 다시 상처받지 않으려고 경계 태세를 유지하거든요.
    따라서 화해를 했다고 해서 마음까지 곧바로 예전처럼 돌아가는 것은 아니며 감정이 달라지는 현상은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이에요.
    상대방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그동안 애써온 작성자님의 마음을 스스로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일 뿐이에요.
    이미 깨진 호감을 억지로 예전 상태로 되돌리려 애쓰기보다는 지금 이색적인 불편함이 찾아온 것을 자연스럽게 인정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천천히 신뢰가 다시 쌓일 수 있도록 억지로 마음을 다잡기보다 스스로에게 조금 더 너그러운 여유를 선물해 보세요.
    
  • 익명3
    말로 화해했다고 해서 상처받았던 감정까지 한 번에 사라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뒤끝이 아니라 마음이 회복될 시간이 필요한 자연스러운 과정이니 너무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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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교사
    상담교사
    답변수 5,254채택률 3%
    특히 여러 친구가 지켜보는 단체방에서 비꼬는 말을 들었다면 단순히 의견이 달랐던 것 이상의 서운함과 자존심의 상처가 남았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 친구의 말과 행동을 볼 때마다 당시의 불쾌했던 기억이 먼저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음이 생겼다고 스스로를 뒤끝 있는 사람이라고 탓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과거에 나를 불편하게 했던 사람이라고 해서 지금 하는 행동까지 모두 나쁜 의도로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억지로 예전처럼 좋아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당분간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편안하게 지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좋은 행동은 좋은 행동대로 바라보고, 불편한 행동은 그때그때 판단해 보세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풀릴 수도 있고, 예전과는 조금 다른 관계로 자리 잡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반드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도 편안하고 상대방도 불필요하게 미워하지 않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화해했다고 해서 감정까지 서둘러 정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마음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해 주세요.
  • 익명2
    질문하신 내용에 꼭 답변을 드리고 싶어요. 
    
    사과하고 화해했다고 해서 내 마음까지 예전처럼 돌아와야 하는 건 결코 아니며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변한 건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언어적인 화해는 앞으로 더 싸우지 말고 평범하게 지내자는 약속이지 과거의 호감도까지 백 퍼센트 강제 복구해 주는 치트키가 아니니까요.
    
    작성자님은 무례했던 단톡방 사건을 겪으며 그 친구에 대한 심리적 안전거리를 본능적으로 넓히신 거예요. 
    
    내 시선을 억지로 바꾸려 하기보다 그냥 그 친구를 조금 덜 편한 관계 일정 거리를 둬야 하는 친구로 분류해 두는 건 어떨까요. 단톡방에서 그 친구가 무슨 말을 하든 무조건 긍정적으로 해석하려 애쓰지 말고 저 친구는 또 저러는구나 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연습을 해보세요. 
    
    다른 친구들과의 모임을 망치고 싶지 않다는 속 깊은 마음이 있으신 만큼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 조금은 거리를 둔 채 지켜보셔도 괜찮습니다.
  • 익명1
    머리로는 화해했으니 다 끝난 일이다 털어버리자 다짐해도 마음의 시선은 내 의지대로 쉽게 바뀌지 않죠. 
    
    유독 그 친구의 말과 행동만 곱씹게 되고 삐딱하게 보게 되는 나 자신을 보며 내가 속이 좁은 건가 자책하셨을 텐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서로 사과를 주고받았다고 해서 상처받기 전의 감정 상태로 리셋 버튼 누르듯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화해는 갈등의 상황을 매듭지은 것일 뿐 깨진 호감과 불쾌했던 기억이 회복되려면 마음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친구를 무조건 좋게 바라보려고 억지로 노력하지 마세요. 애쓸수록 마음만 더 지치고 부자연스러워져요. 
    
    내가 아직 그날의 불쾌함이 다 가시지 않았구나 하고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그냥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시는 게 마음 건강에 가장 좋을 것 같아요.
  • 프로필 이미지
    사회복지사2급
    사회복지사2급
    답변수 4,605채택률 5%
    작성자님, 화해는 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아직 그날의 서운함과 불쾌함이 남아 있다는 게 느껴져 마음이 쓰였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참 묘하지요. 한 번 마음이 상하고 나면 그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넘겼던 말과 행동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웃고 넘겼을 농담이 불편하게 들리고, 별뜻 없이 한 말에도 혹시 다른 의도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기도 하지요.
    
    그렇다고 작성자님이 속이 좁거나 뒤끝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머리로는 이미 끝난 일이라고 이해했지만 마음은 아직 그때 받은 상처를 다 내려놓지 못한 것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서로 화해했다고 해서 반드시 예전과 똑같은 마음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과하고 오해를 풀었다는 건 그 일을 더 이상 다투지 않기로 했다는 의미이지, 이전의 친밀감과 호감까지 모두 원래대로 회복해야 한다는 약속은 아니니까요.
    
    그러니 지금 당장 그 친구를 다시 좋아하려고 애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억지로 좋게 생각하려 할수록 오히려 마음은 더 피곤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친구의 모든 행동을 과거의 다툼과 연결해서 바라보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 친구가 하는 말이 정말 불편한 것인지, 아니면 그날의 기억 때문에 더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인지 잠시 생각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예전처럼 가까워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예의를 지키며 지내는 것도 충분히 성숙한 관계의 모습입니다. 오래된 친구라고 해서 언제나 같은 친밀함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시간이 지나면 마음이 조금씩 풀릴 수도 있고, 예전과는 다른 거리감으로 관계가 자리 잡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괜찮습니다.
    
    작성자님, 자신이 그 친구를 싫어하게 된 것보다 어쩌면 예전처럼 편안하게 웃고 지내던 관계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더 아쉬운 건 아닐까요?
    
    좋았던 관계가 한순간의 다툼으로 달라지면 상대방에 대한 미움만큼이나 그전의 편안했던 시간이 그리워지기도 합니다.
    
    너무 스스로를 나무라지 마세요. 마음에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화해한 사람을 다시 좋아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내려놓으셨으면 합니다.
    
    상대를 미워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과 다시 좋아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지금은 그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노력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작성자님의 마음이 조금씩 편안해지고, 그 친구와도 억지스럽지 않은 자연스러운 거리에서 다시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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