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정신건강관계·소통가족·부부

아버지가 같은 얘기를 반복하시면 저는 틀린 부분부터 찾습니다

아버지는 본인이 젊을 때 했던 일을 자주 말씀하십니다. 제법 재미있는 일화도 있는데 문제는 내용이 매번 조금씩 달라진다는 겁니다. 어느 날은 같이 일한 사람이 세 명이었다가 다음번엔 네 명이 되고, 비가 왔다던 날이 맑았던 날로 바뀌기도 해요. 그냥 들으면 됩니다. 그 정도는 저도 압니다. 그런데 저는 꼭 중간에 끼어듭니다. '지난번에는 그렇게 말씀 안 하셨는데요?' 하고요. 아버지는 처음엔 아니라고 하시다가 나중엔 '됐어, 얘기 안 해' 하며 말을 끊으십니다. 그럼 저도 괜히 고집이 생깁니다. 틀린 걸 틀렸다고 했을 뿐인데 왜 화를 내시나 싶어서요.

​

지난 일요일엔 저녁 먹는 자리에서 또 그랬습니다. 아버지가 오래전에 여행 간 이야기를 하시는데 제가 날짜가 안 맞는다고 했습니다. 어머니가 제 팔을 툭 치더군요. 그냥 들으라고요. 그제야 분위기를 봤습니다. 아버지는 기억을 시험받으려고 이야기를 꺼낸 게 아닌데 저는 자꾸 채점하고 있었어요.

​

제가 왜 그러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아버지가 평소에 자신 있게 말씀하시는 걸 보면 저는 어릴 때처럼 그 말이 다 맞아야 한다고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틀리면 실망하고 괜히 증명하려 듭니다. 아버지도 그냥 기억이 흐릿할 수 있는 사람인데 말이에요. 며칠 전 아버지가 전화로 예전 낚시 이야기하시다가 '너한테 했던 얘기지?'라고 물으셨어요. 네, 하고만 대답했습니다. 그 뒤에는 중간에 끼어들지 않았어요. 전화를 끊고 나니 평소보다 오래 대화한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잘못된 정보를 다른 사람한테 전달하는 상황에서도 가만히 있어야 할까요. 사실관계는 필요한 때만 조용히 확인하고, 단순한 추억 이야기는 이야기 자체를 들으면 되는 건데 저는 그 구분을 잘 못합니다. 늙어가는 부모를 대하는 제 말투가 가끔 너무 가르치려 드는 사람 같아서 마음에 걸립니다.

댓글7
  • 프로필 이미지
    상담심리사
    상담심리사
    답변수 3,900채택률 8%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께서 지나온 소통의 시간들을 찬찬히 되짚어보며 스스로를 솔직하게 돌아보시는 모습이 참 깊고 아련하게 다가옵니다.
    어릴 적 우리에게 부모님은 언제나 완벽하고 모든 답을 알고 계신 커다란 존재였지요.
    그렇다 보니 시간이 흘러 부모님이 늙어가고 기억이 흐릿해지는 모습을 볼 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그 균열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합니다.
    작성자님이 아버지의 말에 자꾸 끼어들어 틀린 부분을 짚어냈던 것도, 어쩌면 아버지가 여전히 완벽한 존재이기를 바라는 마음과 부모의 노화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알 수 없는 불안함이 섞여 있었기 때문일 수 있어요.
    하지만 아버지가 지나온 일화를 들려주실 때 진짜 원하셨던 것은 기억의 정확함을 검증받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에 느꼈던 당신의 생생했던 감정과 활력, 그리고 자랑스러운 순간들을 자식과 공유하며 자신이 여전히 가치 있는 사람임을 확인받고 싶으셨던 것이지요.
    대화의 목적이 사실 확인이 아니라 마음의 연결에 있었기에, 작성자님의 정직한 지적은 아버지에게 큰 실망감과 서운함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며칠 전 낚시 이야기에서 그저 '네' 하고 들어주셨을 때 평소보다 길고 따뜻한 대화가 이어졌던 것은, 작성자님이 마침내 아버지의 마음에 주파수를 맞추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전달될 때 오해가 생길 법한 중요한 정보나 생활 속 실질적인 사실관계는 당연히 바로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그 정정의 방식이 가르치거나 지적하는 투가 되어서는 안 되며, 아버지가 자존심을 상하지 않도록 둘만의 자리에서 조용하고 다정하게 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단순한 추억 담은 그 자체의 분위기와 감정을 느껴주시고, 사실 확인이 필요한 부분은 살그머니 조율해 드리는 여유를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늙어가는 부모님을 대하며 스스로의 말투를 마음에 걸려 하실 만큼 깊은 애정을 가진 분이시니, 앞으로는 한층 더 부드럽고 따뜻한 대화로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실 수 있을 거예요.
    
  • 프로필 이미지
    상담교사
    상담교사
    답변수 2,356채택률 6%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아버지의 추억 이야기 속 작은 오류들을 바로잡으려다 결국 대화가 끊기고 마음이 머쓱해졌던 경험 속에서, 스스로의 말투와 마음을 깊이 돌아보신 사연자님의 성찰이 참 따뜻하고 귀하게 느껴집니다. 어린 시절 세상의 전부이자 완벽해 보였던 부모님이 나이가 들며 조금씩 기억이 흐려지는 모습은, 자식에게 실망이라기보다 문득 찾아오는 아릿한 슬픔이자 인정한 적 없던 낯선 변화이기에 더더욱 당황스러우셨을 것입니다.
    
    지난 낚시 이야기 전화에서 '네' 하고 가만히 묵묵히 들어주셨을 때 긴 대화가 이어졌던 것처럼, 부모님의 추억 이야기는 '정확한 사실 검증(Fact check)'의 자리가 아니라 '그 시절 부모님의 존재감과 삶을 함께 인정받는 정서적 교감의 자리'입니다. 부모님이 젊은 날의 일화를 꺼내실 때 진짜 건네고 싶으신 것은 날짜나 인원수가 아니라, "나 그때 참 치열하고 멋지게 살았단다" 하는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과 온기입니다.
    
    부모님과의 대화에서 사실관계 수정이 필요한 상황과 추억 이야기를 구분하고, '가르치는 듯한 말투'를 부드럽게 바꿔나가는 실천 가이드를 전해드립니다.
    
    1단계: 대화의 성격에 따른 '상황 구분 기준' 세우기
    
    그냥 들어주는 영역 (추억, 경험담,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날짜, 사람 수, 날씨, 세부 장소 등 생활이나 안전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기억의 오류는 오롯이 부모님의 '마음속 풍경'으로 인정해 두고 넘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조용히 바로잡아야 하는 영역 (병원 예약, 약 복용법, 금융/계약 관련, 타인과의 약속 시간 등): 틀린 사실이 부모님의 현실적인 손해나 건강, 안전, 타인과의 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때는 조심스럽고 명확하게 바로잡아 드려야 합니다.
    
    2단계: 사실관계 교정이 필요할 때 '맞고 틀림'이 아닌 '정보의 제안'으로 접근하기
    
    부모님이 다른 사람에게 정말 잘못된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계신 상황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나 여럿이 있는 자리에서 즉각 "그거 아닌데요" 하고 지적하면 부모님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으십니다.
    
    남들 앞에서는 일단 가만히 들어주시고, 나중에 단둘이 있을 때 "아버지, 아까 말씀하신 건 건에 대해서 제가 확인해 보니 이러이러한 부분이 조금 다르더라고요. 혹시 나중에 혼선이 생길까 봐 살짝 말씀드려요" 하고 자존심을 지켜드리며 다정하게 공유해 주시는 것이 지혜롭습니다.
    
    3단계: '채점관'에서 '좋은 청중'으로 대화 추임새 바꾸기
    
    부모님의 이야기에 오류가 보일 때 "지난번엔 안 그러셨잖아요"라는 반박 대신, "와, 그때 진짜 고생 많으셨겠네요", "그때 비가 그렇게 많이 왔어요?", "이야, 그때 아버지는 정말 대단하셨네요"처럼 사건의 사실 여부가 아닌 '그 당시 아버지가 느끼셨을 감정'에 호응해 주세요.
    
    기억의 오류를 채점하려던 손길을 거두고 감정에 추임새를 넣어드리는 순간, 아버지와의 대화는 대립이 아닌 따뜻한 추억 여행으로 변하게 됩니다.
    
    부모님이 늙어가는 과정을 받아들이고 내 말투를 다듬어가려 애쓰는 그 마음이야말로 부모님을 향한 자식의 가장 깊고 성숙한 사랑입니다. 자책하지 마시고, 앞으로도 아버지가 마음껏 당신의 청춘을 들려주실 수 있도록 다정한 청자가 되어주시기를 바랍니다.
    
  • 익명2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과 나누는 평범한 대화도 소중해지는 것 같아요. 꼭 맞고 틀린 것을 가리기보다 때로는 그냥 웃으며 들어드리는 것도 좋은 대화법이겠죠.
    물론 잘못된 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바로잡을 필요가 있겠지만, 단순히 옛날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면 조금 다르게 들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부모님과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시간도 점점 소중해지는 것 같아요. 
  • 익명1
    아버지의 이야기를 바로잡기보다 함께 추억을 나누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신 점이 인상적이네요. 사실관계가 중요한 순간과 그저 이야기를 들어드리면 되는 순간을 조금씩 구분하다 보면 대화도 한결 편안해질 것 같아요 ㅎㅎ
  • 프로필 이미지
    청소년상담사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2,599채택률 5%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내용의 앞뒤가 맞는지 먼저 살피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셨군요. 틀린 부분을 바로잡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아버지와의 대화가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신 것 같습니다. 특히 최근 전화 통화에서 끼어들지 않고 이야기를 들었더니 오히려 대화가 길어졌다는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어쩌면 글쓴님은 아버지의 말씀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확인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지만, 아버지에게는 과거의 이야기를 다시 꺼내어 누군가와 추억을 나누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대화에는 사실을 전달하는 기능뿐 아니라 정서적 유대감을 확인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야기를 들을 때 '지금은 사실을 바로잡아야 하는 상황인가, 아니면 아버지와 추억을 나누는 시간인가'를 잠시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될 상황이라면 부드럽게 확인하되, 단순한 추억이라면 "그때 참 재미있으셨겠어요" 하고 이야기에 마음을 실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부모님의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일은 때로 부모님을 대하는 내 말투와 태도를 돌아보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미 글쓴님은 무엇이 더 중요한지 조금씩 알아가고 계신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바로잡는 사람에서 아버지의 추억을 함께 들어주는 사람으로, 두 분의 대화가 조금 더 따뜻해지기를 바랍니다.
    
  • 프로필 이미지
    상담교사
    상담교사
    답변수 5,212채택률 3%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을 바로잡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충분히 이해됩니다.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했을 뿐인데 오히려 아버지가 서운해하시니 답답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런 자신의 말투가 마음에 걸리기도 하겠지요. 어쩌면 아버지를 오랫동안 존경하고 의지해 온 만큼 아버지의 말은 늘 정확해야 한다는 기대가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부모님도 나이가 들면서 기억이 흐려지고, 때로는 같은 추억을 다르게 떠올리는 평범한 사람이 되어갑니다. 이제는 부모님의 모든 말이 옳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 조금씩 달라지는 기억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잘못된 정보라면 조심스럽게 바로잡아야 합니다. 다만 추억을 나누는 자리에서는 정답보다 공감이 더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아버지가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시는 것도 어쩌면 누군가에게 자신의 젊은 날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일 수 있습니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이제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바로잡는 자녀보다 아버지의 추억을 함께 웃으며 들어주는 자녀로 조금씩 변해가도 좋겠습니다.
  • 프로필 이미지
    사회복지사2급
    사회복지사2급
    답변수 4,564채택률 5%
    작성자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어느새 그 내용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확인하고 계셨던 마음이 이해됩니다. 아마 아버지의 말씀을 무시하려는 마음보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싶고, 틀린 것은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글에서 참 마음에 남는 대목이 있습니다. 아버지는 기억을 시험받으려고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닌데, 자신은 자꾸 채점하고 있었다는 깨달음입니다.
    
    나이가 들면 누구나 기억이 조금씩 흐려지고, 오래전 일은 시간과 장소, 함께했던 사람까지 다르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아버지에게 그 이야기는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는 것보다 젊은 날의 추억을 자녀와 나누는 소중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잘못된 정보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거나 실제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라면 바로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지나간 추억을 나누는 자리라면 굳이 기억의 오류를 하나하나 짚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때 참 재미있으셨겠어요", "그래서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어요?" 하고 이야기에 마음을 보태주는 것도 좋은 대화입니다.
    
    그리고 작성자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태도를 돌아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참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부모님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받아들이는 일은 생각보다 마음이 복잡한 일이니까요.
    
    언젠가 다시 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오늘 조금 다르게 들어드리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도 알게 됩니다.
    
    때로는 정확한 기억보다 함께 나눈 시간이 더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고쳐드리기보다 들어드리는 시간이 조금씩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가족 인기글

가족 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