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정신건강관계·소통가족·부부

조카들이 저를 만나면 꼭 계산대부터 쳐다봅니다

조카 둘을 꽤 예뻐합니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작은 걸 사줬어요.

​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고르게 하거나 문구점에서 스티커 한 장씩 고르게 하는 정도였습니다.

딱 그 정도면 좋았는데요.

몇 년 지나니까 조카들이 저를 보면 뭐 사줄 거냐고 먼저 묻습니다.

지난주에도 가족끼리 외식하러 갔는데 인사하자마자 큰애가 '오늘은 어디 가?' 하더군요.

​

밥 먹으러 왔다고 했더니 밥 먹고 마트 가자고 했어요.

웃고 넘겼지만 조금 서운했습니다.

​

더 웃긴 건 제가 먼저 그 습관을 만들었다는 겁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저를 반가워하지 않아도 괜히 서운해서 장난감으로 관심을 끌었거든요.

이제 와서 왜 물건만 바라보냐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지갑을 열지 않으면 저와 뭘 할지 모르는 관계가 된 것 같아요.

​

얼마 전엔 큰애가 게임 이야기하는 걸 듣고 같이 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재미없다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갔어요.

​

순간 기분이 나빴습니다.

아이한테 화낼 일은 아닌데도요.

조카들한테 저는 좋은 삼촌이라기보다 가끔 나타나서 결제해 주는 어른일까요.

그날은 일부러 아무것도 사주지 않았습니다.

​

돌아올 때 작은애가 '다음에는 선물 가져와' 하고 말했어요.

형제는 웃었고 저도 웃었습니다.

​

집에 와서는 그 말이 계속 남았습니다.

그렇다고 어린 조카들한테 인간관계의 의미를 설명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른인 제가 먼저 달라지면 되는 일이겠죠.

그런데 뭘 안 사주면서 함께 시간을 보내려니 저도 딱히 할 줄 아는 게 없습니다.

​

선물 없이도 서로 반갑게 만나고 싶은데 이제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까요.

당분간 선물을 멈추는 게 맞는지, 아니면 돈보다 같이 노는 시간을 늘리는 게 좋을지 고민입니다.

​

가장 먼저 제 기대부터 좀 내려놔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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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교사
    상담교사
    답변수 2,361채택률 6%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예쁜 마음으로 하나둘 사주기 시작했던 작은 과자와 스티커가 어느새 "오늘은 뭐 사줄 거냐"는 자연스러운 요구로 되돌아왔을 때, 삼촌/이모로서 느껴지셨을 서운함과 허탈함이 눈에 선합니다. 더군다나 처음 그 습관을 만든 것이 관심받고 싶었던 나 자신이라는 걸 알기에 아이 탓도 못 하고 혼자 마음을 지해내야 했던 그 밤이 참 쓸쓸하고 피곤하셨을 것 같습니다.
    
    지금 느끼시는 서운함은 조카들이 나쁜 아이라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사연자님을 사랑하는 방식을 '물건을 주고받는 규칙'으로만 익혔기 때문에 생긴 관계의 착시일 뿐입니다.
    
    아이들에게 삼촌/이모는 원래 '재밌는 거 사주는 반가운 어른'으로 입력되어 있었기에, 그들의 반응은 악의 없는 솔직한 습관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돈이나 선물이라는 매개체를 빼고 '몸으로 함께하는 새로운 경험과 추억'이라는 새로운 대화 소통 방식을 조금씩 이식해 나가면 관계의 결은 얼마든지 다정하게 바뀔 수 있습니다.
    
    선물 없이도 서로 진심으로 반갑게 마주하는 삼촌/이모가 되기 위한 단계별 실천 가이드를 전해드립니다.
    
    1단계: "사주는 삼촌/이모"에서 "함께 낯선 일을 해보는 삼촌/이모"로 전환하기
    
    물건을 사주는 대신, 돈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도 둘만의 독특한 경험을 만들 수 있는 활동을 제안해 보세요.
    
    "오늘 마트 가는 대신 삼촌/이모랑 떡볶이 제일 매운 맛 도전하러 가볼까?", "동네 놀이터 가서 미끄럼틀 타고 제일 멀리 튕겨 나가기 내기할 사람?"처럼 물건이 아닌 '체험과 행동'을 선물해 주는 것입니다.
    
    2단계: '물건' 요구에는 '웃는 얼굴로 선 거절'하고 다른 제안 건네기
    
    "다음에는 선물 가져와"라는 말에 섭섭해하거나 화내실 필요 전혀 없습니다.
    
    "에이, 장난감보다 삼촌/이모 얼굴이 훨씬 반갑지! 다음엔 선물 대신 맛있는 과자 하나 사 가지고 놀이터에서 칼싸움이나 하자" 하고 웃으며 담백하게 넘어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물건 거절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3단계: 아이들의 세계에 억지로 끼어들지 말고 '조력자' 역할 해보기
    
    내가 모르는 게임이나 아이들의 놀이에 억지로 맞춰주려다 거절당하면 상처가 됩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이나 관심사에 대해 잘 아는 척 같이 하려 하기보다, "그 게임은 어떻게 하는 거야? 삼촌/이모는 잘 모르는데 알려줄래?" 하고 아이를 선생님으로 만들어 질문하고 들어주는 방식이 아이들의 마음 문을 여는 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4단계: 내 내면의 '인정받고 싶은 조급함' 내려놓기
    
    아이들이 당장 나를 반겨주지 않거나 제 방으로 들어가 버려도 "내가 물건을 안 사줘서 그런가" 하고 자책하거나 조급해하지 마세요.
    
    아이들은 원래 자기 기분과 성향에 따라 움직입니다. 무언가를 사주어서 사놓는 관심보다, 그저 있는 그대로 곁에 있어 주는 다정함이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커서 기억하는 진짜 삼촌/이모의 온기가 됩니다.
    
    선물을 뚝 끊어버리며 어색한 찬바람을 만드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오늘 마트 가자는 건 안 되고, 대신 삼촌/이모랑 딱지치기 3판 하자!" 하고 소소하고 유쾌하게 전환해 보세요. 조카들에게 사연자님은 물건 결제자가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편하고 재밌게 놀아주는 소중한 삼촌/이모로 천천히 다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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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심리사
    임상심리사
    답변수 2,232채택률 6%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 조카들이 인사하자마자 오늘은 어디 가냐고 묻고 다음에는 선물 가져오라고 하는 걸 들으며 웃어넘겼지만, 집에 와서도 그 말이 계속 남으셨으니 얼마나 서운하셨을까요. 게임을 같이 해 보자고 했다가 재미없다는 말을 듣고 방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았을 때는 더 쓸쓸하셨을 것 같아요. 그리고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건 삼촌이 잘못 키운 관계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어릴 때 아이들은 어른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선물을 가장 쉽게 받아들이고, 그래서 선물이 만남의 기본값이 되는 건 아주 흔한 일이에요. 조카들이 뭐 사줄 거냐고 묻는 건 삼촌을 물건으로만 본다기보다, 삼촌과의 만남에서 늘 있던 즐거운 순서를 기대하는 것에 가까워요.
    
    질문하신 순서에 답하면, 선물을 완전히 멈추기보다 선물의 자리를 줄이고 같이 하는 시간의 자리를 늘리는 쪽을 권해요. 갑자기 끊으면 아이들은 이유를 모른 채 삼촌이 변했다고만 느낄 수 있어서, 삼촌에게 서운함이 생길 수 있어요. 대신 방식을 바꾸는 거예요.
    
    첫째, 선물을 예측 가능한 틀 안에 넣으세요. 매번 사 주는 대신 생일과 명절, 시험이 끝난 날처럼 정해진 날에만 주고, 평소 만남에서는 오늘은 선물 없는 날이라고 가볍게 먼저 말해 두는 거예요. 기대가 일정하면 만날 때마다 확인하는 질문이 줄어요. 마트에 가자고 할 때는 "오늘은 구경만 하자, 대신 아이스크림은 하나씩" 하고 상한을 미리 정해 두면 거절이 아니라 규칙이 돼요.
    
    둘째, 같이 하는 활동을 아이들이 이미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하세요. 게임이 재미없다고 한 건 삼촌을 거절한 것이라기보다 서툰 상태로 들어가는 자리가 부담스러웠을 가능성이 커요. 아이가 잘하는 것을 삼촌이 배우는 쪽으로 뒤집어 보세요.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나한테 한 판만 가르쳐 줘" 하고 학생 역할을 맡으면 아이가 우쭐해지고, 못하는 삼촌 모습이 오히려 웃음 포인트가 돼요. 게임을 못 해도 옆에서 구경하며 질문하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셋째, 삼촌만의 놀이를 하나 만드세요. 삼촌이 올 때만 하는 것, 예를 들어 같이 하는 보드게임, 공원에서 하는 간단한 공놀이, 요리나 만들기, 동네 탐험처럼 준비물이 적고 반복할 수 있는 것이 좋아요. 이름을 붙여 "삼촌 데이"라고 부르면 특별함이 생기고, 몇 번 하면 아이들이 먼저 오늘은 뭐 해요? 하고 물어보기 시작해요.
    
    넷째, 작은애처럼 말이 직설적인 아이는 장난으로 받아 주세요. "다음에는 선물 가져와" 하면 "다음에는 삼촌이 웃긴 이야기를 가져올게" 하고 받아넘기는 식이에요. 서운함을 아이에게 설명할 필요는 없고, 일관된 태도가 가장 큰 교육이에요.
    
    그리고 기대를 내려놓는 문제는, 아이들이 바로 달라지기를 기대하지 않는 정도로만 조정하시면 충분해요. 아이들은 시간이 걸려서 변하고, 사춘기 무렵에는 어른과 노는 걸 어색해하는 시기도 지나가요. 그때까지 삼촌이 꾸준히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신뢰가 쌓여요. 이번 주에는 다음 만남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하나를 가르쳐 달라고 하고, 오늘은 선물 없는 대신 아이스크림 하나씩이라는 규칙을 먼저 말해 보세요. 
  • 익명1
    아직 어려서 어른이 사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만남이 늘 지출로 이어질 필요는 없죠. 그게 부담된면 다른 방안을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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