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명찬 상담사입니다.
오늘은 상담실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
'플라세보 효과'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플라시보 효과라고도 많이 부르죠.
가짜약을 먹었는데 통증이 줄어드는 일이
실제로도 일어나곤 합니다.
이 글에서는 플라세보 효과가 어떤 현상인지,
심리상담에서 이 말이 왜 자주 등장하는지,
그리고 이런 효과를 어떻게 응용해보면 좋을지 다뤄볼게요.
1. 플라세보 효과, 정확히 무엇인가요?
약효 성분이 없는 가짜약을 먹거나,
그 자체로 치료라 보기 어려운 처치를 받았는데 증상이 나아지는 현상이에요.
라틴어 placebo에서 온 말이고 "기쁘게 해 주겠다" 정도의 뜻을 담고 있어요.
1955년 마취과 의사 헨리 비처가 「강력한 위약」이라는 논문을 내면서
이 현상이 널리 알려졌어요.
(출처: H. K. Beecher, JAMA, 1955)
단순히 '믿으니까 그렇게 느낀다'와는 결이 다른데요.
우리 몸은 통증이 있을 때 스스로 진통 물질(엔도르핀)을 만들어 냅니다.
1978년 치과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위약을 준 연구에서,
위약만으로도 통증이 줄어든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들에게 엔도르핀의 작용을 막는 약을 주자,
줄어들었던 통증이 다시 돌아왔다고 합니다.
(출처: Levine, Gordon & Fields, Lancet, 1978)
'기분 탓'이었다면 엔도르핀을 막아도 달라질 게 없었겠죠.
즉, 나아질 거라는 기대가 몸속 진통 물질을 실제로 움직인 셈입니다.
2. 상담에서 이 말이 자주 나오는 이유
상담실에서 이 말이 자주 나오는 건,
플라세보 효과를 만드는 재료가 상담 안에도 그대로 들어 있기 때문이에요.
크게 세 가지입니다.
① 기대가 출발점이 됩니다
"이번엔 좀 나아질 것 같다"는 마음이 생기면,
몸과 마음은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해요.
같은 두통이라도 '곧 가라앉을 통증'이라고 생각하면 덜 아프게 느껴지고,
'또 시작이네, 하루 종일 가겠다'고 생각하면 더 크게 느껴지죠.
상담을 예약하는 순간부터 이 기대는 이미 작동하고 있어요.
② 관계가 효과의 일부를 만듭니다
심리치료 연구자 브루스 왐폴드는 수많은 상담 연구를 모아 비교했어요.
그 결과, 어떤 상담 기법을 쓰느냐보다
상담사를 얼마나 믿고 편하게 느끼는지, 나아질 거라고 얼마나 기대하는지가
결과를 더 크게 갈랐습니다.
기법과 상관없이 늘 작동하는 이런 요소를 '공통요인'이라고 부릅니다.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효과의 일부라는 뜻이죠.
③ 반복되는 틀이 신호가 됩니다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앉는 것.
이렇게 반복되는 절차는 몸에 "지금부터는 회복하는 시간"이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약을 먹는 행위 자체가 효과의 신호가 되는 것과 같은 원리예요.
"그럼 상담도 결국 플라세보 아닌가요?"
가끔 듣는 질문인데요.
기대와 관계가 효과의 '일부'를 만든다는 뜻이지, 상담이 가짜약과 같다는 뜻은 아니에요.
상담에서는 그 기대를 바탕으로 생각과 행동을 실제로 바꾸는 작업이 이어지니까요.
3. 플라세보가 바꿀 수 있는 것, 없는 것
플라세보 효과는 분명 존재하지만, 어디까지 통하는지에는 선이 있어요.
2001년 한 연구팀이 '가짜약을 먹은 사람'과 '아무것도 먹지 않은 사람'을
나란히 비교한 임상시험 114건을 모아 분석했습니다.
(출처: Hróbjartsson & Gøtzsc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2001)
결과는 이랬어요.
통증이나 메스꺼움처럼 본인이 "얼마나 아픈지"를 말로 보고하는 증상은
가짜약만 먹어도 조금 나아졌습니다.
그런데 혈액 수치나 종양 크기처럼 기계로 재는 수치는
가짜약을 먹었다고 달라지지 않았어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플라세보가 바꿀 수 있는 건 통증, 피로감, 불안, 잠을 잘 잤다는 느낌처럼 '내가 느끼는' 것들이에요.
감염, 종양 크기, 혈액 수치처럼 '몸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은 바꾸지 못합니다.
이 구분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있어요.
"요즘 좀 나아진 것 같아"라는 느낌만 믿고
병원 진료나 처방약을 미루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기분이 나아진 것과 병의 원인이 해결된 것은 다른 일이거든요.
느낌은 느낌대로 반기되, 수치는 수치대로 확인하는 게 안전합니다.
4. 플라세보 효과를 잘 활용하는 방법
기대가 효과의 일부라면, 그 기대를 일부러 잘 쓰는 방법도 있어요.
상담이든 운동이든 새로운 걸 시작할 때 이렇게 해 보세요.
먼저, 시작할 때 "왜 이게 도움이 될 것 같은지"를 한 줄로 적어 두세요.
"아침 산책은 햇빛을 쬐니까 잠이 좋아질 것 같다"처럼요.
이유가 있는 기대는 며칠 효과가 없어도 쉽게 꺾이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 시작하기 전과 후의 상태를 숫자로 남겨 두세요.
"오늘 통증은 10점 만점에 6점", "기분은 4점"처럼요.
이렇게 적어 두면 '나아진 것 같은 느낌'과 '실제로 나아진 것'을 나중에 구분할 수 있어요.
세 번째로,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하는 루틴을 하나 만드세요.
매일 저녁 9시, 책상 앞에서 10분 일기 쓰기 같은 식으로요.
앞에서 말한 '반복되는 틀'이 "이제 회복하는 시간"이라는 신호가 되어 줍니다.
네 번째로, 효과를 느낀 날에는 무엇이 도움이 됐는지 구체적으로 적어 두세요.
"오늘은 상담에서 그 얘기를 꺼낸 게 후련했다"처럼요.
막연히 '좋았다'로만 남기면 다음에 다시 활용할 수가 없거든요.
마지막으로, 나아진 날의 공을 약이나 보조제에만 돌리지는 마세요.
그날 잘 잔 것, 햇빛을 쬔 것, 누군가와 나눈 대화도 몫이 있어요.
무엇이 나를 낫게 하는지 알아야 다음에도 같은 방법을 쓸 수 있으니까요 :)
이럴 땐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기분이 나아진 것 같아 처방약을 혼자 줄이거나 끊고 싶어졌을 때,
2주 넘게 잠, 식욕, 의욕이 함께 가라앉아 있을 때,
'좋아졌다'는 느낌과 실제 생활(출근, 관계, 끼니)이 따로 놀 때는
전문가와 먼저 이야기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나아질 거라는 기대에는 분명 힘이 있지만, 그 힘이 어디까지인지 알고 써야 한다는 것.
그 기대를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걸어 보고 싶다면,
상담 프로그램에서 지금 내 상황에 맞는 상담 방식을 먼저 둘러보세요.
"내 마음을 이해하는 것부터 변화는 시작됩니다."
마음·정신건강 | 스트레스·감정조절 | 관계·소통 | 가족·부부 | 연애·이별 | 직장·커리어 | 아동·청소년 | 트라우마·상실 | 자기이해·성장 | 일상관리·마음습관
전명찬 상담사님의 전문가 칼럼
📰 코치 칼럼 인기글
- 01댓글헉.. 저는 18개 해당이네요. 평상시에도 좀 주변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제가 기질이 민감한게 맞나봐요.3,5977026.10.26
- 0250026.11.02
- 0330026.11.02
- 01댓글메타인지를 갖추는게 생각보다 쉽지가 않은 것 같아요3만5126.10.26
- 02댓글회식 다녀오면 다음 날까지 아무것도 못 하는 게 그냥 제가 체력이 약한 줄 알았어요. 웃을 타이밍을 머릿속으로 계산한다는 부분 읽다가 좀 뜨끔했네요.293026.10.28
- 03댓글생각보다 어린이 심리테스트 종류가 다양하네요. 검사 자체보다도 아이랑 이야기를 많이 나눠보고 행동을 유심히 관찰해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203026.10.28
- 01코치 답변가을이 되면 몸도 마음도 조금씩 느려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도 귀찮아지고, 충분히 쉬었는데도 피곤할 때가 있지요.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게을러진 건 아닌지 자책하게 되지만, 때로는 열심히 달려온 몸과 마음이 잠시 쉬어가라고 보내는 신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특히 기운이 없을 때일수록 자신을 다그치기보다 햇볕을 쬐며 천천히 걷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마음에 여유를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매일을 잘 살아내는 것만큼이나 조금 느리게 살아가는 시간도 필요하니까요. 올가을에는 해야 할 일보다 나를 돌보는 일에도 조금 더 마음을 써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애쓰고 있는 모든 분이 자신에게만큼은 조금 더 다정한 계절을 보내시길 바랍니다.6,54216126.10.13
- 02댓글너무 가슴이 먹먹해지는 글입니다. 이쁜 아가들.. 분명 친구들과 행복하게 놀고 있을 거예요.. 많이들 힘드시겠지만 밥 잘 챙겨드시고 조금씩 밖에도 나가보세요9,4536226.10.08
- 03댓글요즘 너무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인데 이렇게 분석해주시니까 흥미롭네요. 오늘 3화 너무 기대돼요3.2만8026.10.16
- 04
인간관계 어려움, 나는 왜이렇게 사람 대하는게 힘들까? (원인·유형·회복 방법)[2]
343026.10.27 - 05
HSP (초민감자) 뜻 알아보기! 특징, 자가진단, 흔한 오해 총정리[6]
3,6117026.10.26 - 06
제가 완벽주의 인걸까요? │ 완벽주의의 특징과 점검: 적응적 완벽주의 vs 부적응적 완벽주의 [4]
3.1만6026.10.14 - 07201026.10.29
- 08
쇼핑을 멈추고 싶은데 자꾸 사게 된다면, 마음부터 들여다보세요.[0]
291026.10.24 - 09
<닥터X> 계수정은 소시오패스일까? 고지능 자폐스펙트럼일까? ㅣ <닥터X> 줄거리와 등장인물의 심리 및 성격 분석[3]
3.2만8026.10.16
- 10
머피의 법칙 뜻과 유래 - 유독 나쁜 일만 기억에 남는 이유는 뭘까?[0]
180026.10.30
- 04
제가 완벽주의 인걸까요? │ 완벽주의의 특징과 점검: 적응적 완벽주의 vs 부적응적 완벽주의 [4]
3.1만6026.10.14 - 05
메타인지 뜻과 간단 점검법/학습법 정리 (반추와의 차이는?)[3]
3만5126.10.26 - 06
연말 공허함, 왜 12월만 되면 찾아올까 │ 원인과 극복하는 방법[3]
605026.10.19 - 07
가면우울증(스마일 마스크 증후군) VS 단순 피로, 구분 방법은? - 검사는 정상인데 몸은 계속 아플 때[2]
785026.10.22 - 08
성인 아스퍼거증후군 │ 증상, 자폐스펙트럼장애와 다른걸까?[2]
293026.10.28 - 09
어린이 심리 테스트 종류 총정리 │ 집에서 해봐도 괜찮을까?[2]
203026.10.28
- 10
인간관계 어려움, 나는 왜이렇게 사람 대하는게 힘들까? (원인·유형·회복 방법)[2]
343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