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번호가 줄어들수록 오히려 숨이 막힐 것 같아요

은행에 갔습니다. 평일 오전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고 번호표를 뽑으니 제 앞에 세 명이 있더군요. 예전 같으면 금방 끝나겠다며 좋아했을 텐데, 그날은 숫자가 줄어드는 게 이상하게 무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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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은행 창구에서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고 식은땀이 난 적이 있습니다. 직원이 질문하는데 대답을 제대로 못 하겠더라고요. 그때는 서류를 두고 왔다고 둘러대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진료를 받은 뒤 공황 증상일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을 피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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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실제로 은행 앞까지 걸어갈 때는 멀쩡했어요. 그런데 전광판 숫자가 하나씩 바뀌자 제 차례가 다가온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저를 기다리는 직원, 뒤에서 기다릴 사람들, 말을 못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한꺼번에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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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한 명 남았을 때는 번호표를 구겨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그냥 돌아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러면 다음에는 더 못 올 것 같아 자리에 남았습니다. 창구에 앉아서도 목소리가 조금 떨렸지만 업무는 무사히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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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는 잘했다는 생각보다 왜 그 정도 일에 이렇게 긴장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번호표 한 장 처리하는 데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사람이 된 게 속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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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제가 긴장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몇 번 말을 더듬었는데도 차분하게 안내해 주셨거든요. 집에 와서는 그 평범한 친절이 조금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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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사람이 없는 곳보다 기다리다 내 차례가 되는 순간이 더 부담스럽습니다. 순서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몸에 나타나는 반응을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의료진과 상의하며 조금씩 시도해 보려는데, 무리하게 참는 것과 도움이 되는 노출 연습을 구분하는 기준이 궁금합니다.

 

댓글3
  • 익명3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억지로 참기보다 천천히 호흡하면서 긴장을 낮추는 연습하세요. 
  • 익명2
    불안이 올라오는 순간에도 끝까지 업무를 마치셨다니 정말 애쓰셨어요.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업무를 마치신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남들에게는 평범한 일이더라도 누군가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순간일 수 있죠. 
    잘해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조금씩 해내고 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자신에게도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 익명1
    긴장되는 순간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해내셨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해요. 의료진과 함께 자신에게 맞는 속도를 찾아가면서 작은 시도들을 쌓아 가시면 부담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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