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보인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회사에서는 제가 꽤 침착한 편이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일정이 꼬여도 크게 티를 안 내고, 회의 중에 문제가 생기면 일단 상황 정리부터 하는 식이라 다들 제가 긴장을 잘 안 하는 줄 아시더라고요. 사실 저도 얼마 전까지는 제가 그런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외부 업체랑 회의를 하다가 갑자기 가슴이 심하게 뛰고 목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말을 계속해야 하는데 제 목소리가 마치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고, 이러다 사람들 앞에서 쓰러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더라고요. 결국 물 좀 마시고 오겠다는 핑계로 회의실을 나와서, 화장실에서 한참 동안 마음을 가라앉혀야 했습니다.

 

그 뒤로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고 공황 증상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지금은 처방 약을 먹으며 상담을 받고 있지만, 막상 일상생활에서 제 상태를 어디까지 알려야 할지가 고민입니다.

매번 힘들다고 징징거리고 싶은 건 아닙니다. 다만 회의 중에 잠시 자리를 비우거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 표정이 굳어 있을 때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 정도를 설명하려니 결국 제 건강 상태를 너무 자세히 말해야 할 것 같아 망설여집니다.

 

한번은 팀장님께 슬쩍 말씀드렸는데,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라고 하시더라고요. 나쁜 뜻은 아니었을 겁니다. 평소처럼 일을 잘하고 있다는 칭찬이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그 말을 듣고 나서, 앞으로도 계속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회의가 잡히면 자료보다 회의실 위치부터 확인합니다. 문 근처에 빈자리가 있는지 보고, 발표가 얼마나 길어질지 미리 계산해 봅니다. 아무도 모르게 이런 준비를 하다 보면, 정작 업무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진이 다 빠져버리곤 합니다.

 

한동안은 예전처럼 일하는 게 회복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생각해보니, 예전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것과 정말로 '괜찮아지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어디까지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르겠고요. 우선 직장에서 제 상태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부터 상담을 받아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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