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과 관계를 맺다 보면 누구나 성격이나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서로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30대가 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예전보다 상대방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인데요.
그런데 요즘은 그런 태도가 정말 상대방을 이해하는 건지? 아니면 관계가 불편해지는 게 싫어서 그냥 참고 넘어가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최근에도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과 약속을 잡았다가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 사람은 평소에도 약속 시간을 자주 바꾸거나 본인 사정에 따라 일정을 조정하는 편인데, 이번에도 만나기로 한 날이 다가오자 갑자기 다른 일이 생겼다며 시간을 미루자고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누구나 급한 일이 생길 수 있으니 별생각 없이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고, 이상하게 제가 사정이 생겨 약속을 변경하려고 하면 상대방은 아쉬운 기색을 꽤 드러냈던 것 같습니다. (제 착각일수도 있겠지만요)
그렇다고 그 사람이 일부러 저를 무시하거나 배려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실제로 평소에는 잘 챙겨주는 부분도 있고, 제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이야기를 들어준 적도 있거든요... 그래서 불편한 일이 생겨도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떠올리면서 넘어가려고 하는데, 문제는 그렇게 넘긴 감정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생기면 예전에 참았던 일까지 생각나면서 괜히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더라고요?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인간관계에서 이해한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상대방에게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과, 제 마음이 불편한데도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아무 말 없이 넘어가는 것은 분명 다를 텐데.. 음.. 저는 실제 상황에서 그 경계가 잘 구분되지가 않습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다 보면 제 감정은 사소한 것으로 여기게 되고 반대로 제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려니 제가 너무 계산적으로(?) 인간관계를 바라보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이런 고민이 더 커지는 것 같아요.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적당히 거리를 두면 되지만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에게는 불편한 점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조심스럽습니다.
괜히 사소한 문제를 꺼냈다가 서로 감정만 상할 수도 있고, 상대방은 별생각 없이 했던 행동인데 저 혼자 의미를 크게 부여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매번 제가 이해하는 쪽을 선택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상대방은 제 배려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씁쓸해집니다.
가끔은 저도 다른 사람에게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돌아보곤 합니다.
저 역시 누군가의 배려를 받으면서도 그 사람이 얼마나 신경 썼는지 모르고 지나쳤을 수 있겠죠?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니 제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행동이 상대방에게는 별일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서 무조건 상대방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제 마음을 계속 뒤로 미루는 게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어려운 건 어느 순간부터 이해가 아니라 일방적인 인내? 라고 해야할까요? 참음? 비스무리한것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아차리느냐는 겁니다.
한두 번은 충분히 넘어갈 수 있지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때는 분명 다른 방식으로 대응해야 할 것 같거든요. 그런데 막상 그 순간이 오면 이번 한 번만 더 이해하자는 생각부터 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 혼자 불편한 감정을 정리하면서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코치님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것과 갈등을 피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참아주는 것은 어떤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을까요? 상대방의 사정을 존중하면서도 제 감정과 입장을 지키려면 불편한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야 할지도 궁금합니다.
모든 관계에서 제 기준만 내세울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이해한다는 이유로 계속 참는 것이 맞는지도 고민이 됩니다. 서로를 배려하면서도 어느 한쪽만 감정을 억누르지 않는 관계를 만들려면 제가 어떤 부분부터 바꿔나가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