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알고 지내는 분이 저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다면서 주말에 시간을 비워두라고 하시더라고요.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도 그날 와보면 안다면서 자세한 이야기는 안 해주셨어요. 처음에는 좋은 일이겠거니 하고 별생각 없이 알겠다고 했는데 막상 내용을 알고 나니 좀 난감하네요.
알고 보니 그분이 평소 다니는 모임에 저를 데려가려고 미리 이야기를 해놓으셨더라고요. 제가 요즘 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고 했던 게 마음에 걸리셨는지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취미도 만들어보면 좋겠다 싶으셨대요. 거기까지는 참 고마운 일이죠.
그런데 문제는 제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이미 다른 사람들에게 제가 참석한다고 이야기를 해놓으셨다는 거예요. 심지어 그날 저를 소개해 주겠다면서 자리까지 마련해 놓으셨다고 하니 당황스럽더라고요.
아니,,, 저는 그냥 요즘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고 했을 뿐인데 그렇다고 새로운 모임에 나가고 싶다고 한 적은 없거든요? 낯선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 있는 게 편한 성격도 아니고요.
그래서 고맙기는 한데 이번에는 그냥 다음에 가겠다고 했더니 그분 표정이 금세 굳어지셨어요. 일부러 저를 생각해서 준비한 건데 이렇게 나오면 자기가 뭐가 되느냐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미리 말을 해놨는데 이제 와서 안 간다고 하면 곤란하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데 순간 저도 기분이 상했어요. 제가 부탁한 일도 아닌데 왜 거절하는 사람이 미안해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렇다고 좋은 마음으로 챙겨준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도 그렇고, 결국 생각해 보겠다고 얼버무리고 말았네요.
집에 와서 남편에게 이야기했더니 그냥 한번 다녀오면 되지 않느냐고 하더라고요. 물론 한번 참석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닐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 한번 나가면 앞으로도 계속 나오라고 할 것 같고, 그때마다 거절하는 것도 부담스럽잖아요.
그분이 평소에도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이것저것 알아서 해주시는 편이긴 해요. 그래서 저를 생각해 준 마음까지 나쁘게 보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본인이 좋다고 생각하는 일이 상대방에게도 무조건 좋은 일은 아니라는 걸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더 답답한 건 주변에서는 그런 사람 흔치 않다면서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고 하네요. 저도 고마운 마음이 없는 건 아닌데, 고맙다고 해서 원하지 않는 일까지 다 받아들여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그분과는 앞으로도 계속 얼굴을 보고 지내야 하는 사이라 괜히 사이가 틀어지는 것도 싫어요. 그런데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가면 다음에도 제 의사는 묻지 않고 무언가를 준비하실 것 같아서 걱정이네요.
좋은 뜻으로 한 일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 부담스럽고 불편한 마음이 드니 저도 참 난처합니다. 이번 주말이 다가오는데 아직 확실하게 대답도 못 했어요. 싫다고 분명하게 말하면 서운해하실 게 뻔하고, 그렇다고 억지로 참석하자니 벌써부터 가기가 싫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