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평생 가족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문득 텅 빈 제 인생이 너무나도 허무하고 눈물이 납니다
A. 글을 몇 번이나 천천히 읽었습니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열심히 가족만 바라보고 살아오셨을지 문장 하나하나에서 느껴져서 마음이 참 먹먹합니다.
가족이라는 나무가 잘 자라도록 평생 자신의 몸을 거름처럼 내어주셨는데, 막상 아이들이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난 뒤 그 나무 아래에 정작 내가 앉아 쉴 자리가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 허전함과 서운함이 얼마나 크실까요.
‘나는 이렇게까지 가족을 위해 살았는데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에는 지나온 세월이 한꺼번에 허무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의 삶이 잘못된 것은 아니에요. 가족을 사랑했고, 책임을 다했고,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오신 시간들이잖아요. 다만 너무 오랫동안 ‘엄마’, ‘아내’, ‘가족을 돌보는 사람’으로 살아오느라 정작 한 사람으로서의 나를 돌볼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지금 찾아오는 눈물과 분노, 외로움도 억지로 없애려고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어쩌면 그 눈물 속에는 ‘나도 이제는 나를 위해 살고 싶다’는 마음이 함께 들어 있는지도 모르니까요. 그동안 가족에게 쏟아주었던 사랑을 이제 조금씩 자신에게도 돌려주셨으면 합니다.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혼자 천천히 걸어보고, 마음에 드는 곳에 가보고, 먹고 싶었던 것을 먹어보고, 배우고 싶었던 것을 하나 배워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처음에는 무엇이 즐거운지도 잘 모르실 수 있어요. 너무 오래 자신을 뒤로 미뤄두었으니까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잃어버린 나를 한꺼번에 찾는 것이 아니라, 하루에 조금씩 다시 만나는 것이면 됩니다.
그리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인생의 후반부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가 가족을 위해 살아온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조금 더 온전히 나를 위해 살아보는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평생 누군가의 삶을 밝혀주는 등불로 살아오셨다면, 이제는 그 불빛을 잠시 자신의 발밑에도 비춰주세요.
‘나는 가족을 위해 얼마나 했는가’가 아니라 **‘나는 오늘 나를 위해 무엇을 해주었는가’**를 한 번씩 물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이 자주 반복되고 일상을 견디기 어려울 만큼 힘드시다면, 혼자 참고 버티지 마시고 전문가의 도움도 꼭 받아보셨으면 합니다. 도움을 받는 것은 약해서가 아니라, 너무 오래 혼자 견뎌온 사람에게 필요한 손을 내미는 일이니까요.
지금까지 정말 많이 애쓰셨습니다.
아이들이 잘 자라도록 자신의 청춘을 내어주셨던 그 시간도, 가족을 위해 참고 견뎌온 수많은 날들도 결코 하찮지 않습니다.
다만 이제는 남은 생을 가족에게서 사랑받기만 기다리는 시간으로 만들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아도 내가 나를 소중히 여기고, 작은 것 하나라도 내 마음을 기쁘게 하는 삶을 다시 만들어가셨으면 합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부터라도 당신의 이름 석 자로 살아가는 시간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부디 앞으로의 날들에는 가족의 그늘 아래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보다, 당신 스스로에게 따뜻한 그늘이 되어주는 삶을 살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