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절미하고 말하자면,
그동안 저에게 명절은 솔직히 조금 스트레스였습니다.
명절이니까 어쨌든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끼니 걱정부터 하게 되더라고요.
아침은 뭘 먹고 점심은 뭘 먹을지, 명절 음식은 또 뭘 준비해야 할지 생각할 것도 많고..
거기에 어른들을 만나면 빠지지 않는 잔소리도 있었죠.
어릴 때는 명절에 친척들을 만나면 용돈을 받는 재미라도 있었는데
이제는 저도 어른이 되고 보니 누가 저에게 용돈을 주는 나이가 아니라
오히려 제가 챙겨줘야 하는 나이가 되어버린...ㅋ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명절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어요.
사실상 회사에 안 가도 된다는 것 말고는 딱히 좋을 게 없다고 생각했던 적도 많아요.
그런데! 이번 추석은 조금 달랐어요.
이번 연휴가 목,금 사실상 이틀 정도밖에 안 돼서 너무 짧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짧아서 오히려 좋았던 점도 있었습니다.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번에는 그냥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집에서 푹 쉬자고 합의를 봤거든요.
그래서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뭐 어디를 놀러 가지도 않았고, 맛집을 찾아다니지도 않았어요.
잠깐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러 집 근처에 나간 것 말고는 거의 집에만 있었어요.
그런데 그게 그렇게 좋더라고요.
커피를 사러 잠깐 산책을 나갔는데 명절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길거리가 한산했어요.
평소 같으면 사람들로 북적일 시간인데 차도 사람도 조금 줄어든 모습이어서
동네 분위기 자체가 평소와 다르게 느껴졌어요.
커피를 사서 집에 돌아오니 집도 조용했어요.
가족들도 각자 오랜만에 집에서 쉬는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다들 자기 할 일을 하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더라고요.
누구도 어디 가자고 재촉하지 않고, 몇 시까지 뭘 해야 한다는 것도 없고,
끼니 걱정하는 부담도 없었고요.
그냥 각자 편하게 쉬는 그 시간이 저는 너무 좋았습니다ㅎ
정말 별거 없는 하루였어요.
늦잠을 자고, 밥 먹고, 쉬고, 커피 한 잔 사러 잠깐 걸어갔다가 다시 집에 돌아오고.
특별한 일이 하나도 없었는데 오히려 그래서 행복했던 것 같아요.
그동안 명절이라고 하면 가족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은근히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디를 가야 할지, 뭘 먹어야 할지, 누구를 만나야 할지, 또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지
생각하다 보면 쉬는 날인데도 마음은 쉬지 못했던 것 같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것들을 전부 내려놓고 지내보니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조용함이 이렇게 행복할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하루가 편안하게 지나갔고
특별한 곳에 가지 않았는데도 오히려 제대로 쉬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예전에는 명절에 뭔가를 해야 하거나 어딜 다녀와야
제대로 연휴를 보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누군가는 가족들과 여행을 가고, 누군가는 친척들을 만나
또 누군가는 맛있는 명절 음식을 준비하면서 연휴를 보내겠지만
저에게는 이번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충분히 좋은 명절이더라고요.
짧아서 아쉬웠던 추석 연휴였지만
돌이켜보면 이번 명절이 전 가장 편안했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고, 아무 데도 가지 않아도 괜찮고, 그냥 집에서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추석이었습니다!
이번에 제대로 쉬었으니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는 열심히 살아봐야겠죠. ㅎㅎ
또 며칠 지내다보니 다시 월요일이 쉬는 연휴가 찾아왔네요.
앞으로 명절이 찾아오면 꼭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은 조금 내려놓을 것 같아요.
가끔은 아무 계획 없이 가족들과 같은 공간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쉬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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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댓글 송편들이 정말 예쁘고 아기자기해요! 🌸 분홍색이랑 쑥색 조화도 좋고 꽃 모양 틀로 찍어 올리신 정성이 사진 너머로 다 느껴지네요 😊 명한 보름달까지 마음에 담으셨으니 올해 추석은 정말 오래도록 특별한 기억으로 남으실 것 같습니다. 고생 많으셨어요! 대성공 축하드립니다. 🌝555226.10.01
- 03코치 답변온 가족이 모이는 기쁜 추석인데, 하필 행운의 숫자 2번을 찍고 ‘설거지’ 당첨이라니 들뜬 마음에 야속한 반전이었겠어요! 기름때 가득한 전과 갈비찜 그릇들이 벌써 눈앞에 아지랑이처럼 아지랑거리는 기분일 텐데, 그럼에도 “세제 팍팍”을 외치며 빨간 고무장갑을 야무지게 고쳐 끼우는 긍정적인 에너지에 절로 웃음과 응원이 납니다. 모두가 즐겁게 먹고 떠난 자리를 책임지는 일이 결코 쉽지 않지만, 그만큼 이번 추석 가족들의 깔끔하고 행복한 마무리를 담당하는 가장 소중한 일꾼이 되신 셈이네요. 가족분들이 센스 있게 접시 하나에 음식을 모아 담아주는 ‘그릇 절약 신공’을 발휘해 주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수고해 주시는 덕분에 온 가족의 추석이 한층 더 유쾌하고 깨끗해질 것 같아요. 고무장갑 속 손은 보송하게 유지하시고, 맛있는 파전과 정겨운 덕담 듬뿍 챙겨 드시는 해~~~피 추석 되세요!392026.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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