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결정하고 나서 왜 조금 더 생각하지 않았을까 후회합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일단 빨리 결정부터 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순간에는 충분히 생각했다고 여겼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면 꼭 아쉬운 부분이 보입니다. 조금만 더 알아볼 걸, 다른 방법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뒤늦게 드는 겁니다.

 

그렇다고 제가 무슨 일이든 무조건 서두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일은 지나치게 오래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특정한 상황에서는 빨리 결론을 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충분히 따져보지 않고 결정해버립니다.

 

가령 물건을 하나 고를 때도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를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것저것 알아보는 과정이 귀찮아지고 그냥 이 정도면 괜찮겠지 싶어 선택하게 됩니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 다른 조건이나 더 적합한 물건을 발견하면 그제야 아차 싶습니다.

 

결정하기 전에는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이 앞서는데, 결정하고 나면 그때부터 생각이 많아집니다.

 

이런 제 모습이 참 이해가 안 될 때가 있습니다.

 

중요한 일일수록 신중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것도 아닙니다. 살아오면서 성급하게 판단했다가 후회하는 일이 얼마나 피곤한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선택해야 하는 순간에는 그런 경험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당장 눈앞에 있는 문제를 빨리 처리하는 데만 신경이 쏠립니다.

 

누군가 의견을 물어볼 때도 비슷합니다. 상대방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생각한 다음 대답하면 될 텐데, 중간에 제 생각이 정리되면 먼저 말을 꺼내고 싶어집니다. 그러다 나중에 상대방이 설명을 덧붙이면 처음 생각했던 것과 상황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럴 때는 괜히 성급하게 말했구나 싶어서 민망하기도 합니다. 조금만 기다렸다가 이야기했으면 아무 문제 없었을 텐데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이상하게 반복됩니다. 한번 후회하고 나면 다음에는 꼭 신중하게 판단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한동안은 무슨 결정을 내리기 전에 다시 확인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다가 익숙한 상황이 오면 어느새 예전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특히 답답하게 느끼는 건 결정하는 순간에는 성급하다는 걸 잘 모르다가 결과가 나온 뒤에야 문제를 알아차린다는 점입니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부분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한번쯤 확인했을 만한 내용인데 저는 그때 그 생각을 하지 못한 겁니다. 그러면 단순히 운이 나빴던 게 아니라 제 판단 과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물론 모든 결정이 잘못되는 것은 아닙니다. 빨리 선택해서 일이 수월하게 끝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고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어떤 때는 빠른 판단이 도움이 되는데 어떤 때는 그게 후회로 돌아오니 어디까지 신중해야 하는지 기준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요즘은 선택을 앞두고 일부러 시간을 두려고 생각합니다. 당장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면 조금 미뤄놓고 다시 살펴보는 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다 보면 이번에는 빨리 끝낼 수 있는 일을 괜히 붙잡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해집니다.

 

참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네요. 급하게 결정해서 후회하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모든 일을 오래 고민하는 것도 피곤합니다.

 

ADHD와 관련된 이야기를 찾아보다가 충동적으로 판단하거나 행동한 뒤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는 내용을 보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 게시판에 제 고민도 한번 적어봅니다. 그렇다고 제가 이런 성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ADHD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성격이나 습관의 영향도 있을 테고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겠지요.

 

다만 단순히 성격이 급하다는 말로 넘기기에는 결정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실제 상황에서는 그 과정이 자꾸 빠진다는 점이 신경 쓰입니다.

 

특히 후회가 남는 일이 생기면 그때 왜 그렇게 서둘렀을까 하고 여러 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미 결정한 일을 계속 떠올려봐야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지난 선택을 더 자세히 되짚게 됩니다.

 

어떤 때는 선택 자체보다 뒤늦게 후회하는 시간이 더 아깝게 느껴집니다. 처음에 몇 분만 더 생각했으면 끝났을 일을 나중에 몇 배의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빨리 처리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확인해야 할 것을 건너뛰거나,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나가는 경우에는 어떻게 조절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저처럼 신중하게 해야겠다고 다짐해도 막상 상황이 닥치면 다시 서두르게 되는 분들이 있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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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 익명1
    BEST
    저도 중요한 가전제품이나 물건 살 때 처음엔 열심히 비교하다가, 뇌에 과부하가 오면 '에라 모르겠다, 빨리 끝내자' 하고 그냥 결제해 버려요. 그러고 나서 꼭 뒤늦게 더 좋은 옵션이 눈에 들어와 후회하곤 합니다.
    
    ADHD 관련 내용을 보셨다고 했는데, 말씀하신 증상은 뇌의 전두엽에서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기능이 잠시 작동을 미루는 충동성의 전형적인 모습이에요. 안 하려고 해도 상황 닥치면 이성보다 행동이 먼저 나가는 게 바로 그 때문입니다. 글쓴이님이 부족하거나 노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니 너무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 익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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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도 똑같은 고민을 하다가 요즘은 저만의 '강제 브레이크 룰'을 만들어서 연습 중이에요.
    
    큰돈이 들거나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무조건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하룻밤 자고 일어나서 결제하기'를 합니다. 당장 끝내버리고 싶은 답답함이 밀려오지만, 의도적으로 하루를 묵히면 다음 날 훨씬 이성적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대화할 때는 상대방 말이 끝난 뒤 속으로 '하나, 둘, 셋'을 세고 말을 시작하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모든 일에 신중할 필요는 없지만, 스스로 후회할 확률이 높은 상황을 미리 카테고리로 묶어두고 그 상황에서만 브레이크를 밟는 연습을 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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